【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응."
웃으며 돌아서시는 아주머님.
4개월 전에 사촌동생의 지인을 통해 얻은(?) 집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인사하고 얼굴을 익힌 옆집 아주머님. 해맑은 웃음을 더해 화답합니다.
대문가에는 25개의 작은 포트판. 물론 그 위로는 싱그러운 연녹색을 자랑하는 고추모종이 하늘을 바라보고 서있습니다. 아직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 있지는 않지만, 벌써 열리게 되는 날을 기대하면서 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갑니다.
저보다도 주말을 이용해 놀러온 친구들이 더 반가워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목 인사를 저 대신 올리는 친구들은 아주머님이 집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확인하고는 저에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묻습니다.
"뭐야. 저건…?"
"고추."
"아…."
두둑과 고랑을 만들어서 심은 것이 2주 전인데 벌써 텃밭에는 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전혀 재배법을 알지 못해서 연신 불안감에 떨면서 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흙 위로 고개를 쑤욱 내민 새싹들. 이것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 나누는 일이 오전 일과입니다. 그냥 쭈그리고 앉아서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지니 누가 보면 미친 것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장작 팰 테니, 도끼 좀 줘."
"툇마루 옆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주말도 참 좋습니다. 달과 별을 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마당에서 장작을 피워 삼겹살을 구워먹습니다.
"아, 좋다"
덧붙이는 글 | 작년 겨울에 서울에서 '무작정' 내려와서 쉬는 듯 일하고 지내는 백수 청년입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님이나 스콧 니어링의 책에 '필'이 꽂혀서 인생전환의 기회로 삼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