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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디어 시장의 화두는 당연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다. 1월부터 시작된 시범 서비스를 놓고, 신문엔 연일 TU미디어와 삼성전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1년 앞서 시작된 일본의 DMB와 비교하며, 조만간 모바일 한국의 위상이 세계 IT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지난 3월에는 기존 방송사 등이 참여한 지상파 DMB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여기에 지난 19일에는 방송위원회가 사실상 TU미디어에게 KBS 등의 지상파 재송신을 허가했다. 이제 5월 1일 본 방송을 앞두고 모든 준비가 다 된 듯하다.

이렇듯 숨 가쁘게 진행되어온, 대한민국의 꿈의 미디어 DMB. 과연 시민들은 그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숨가쁜 논의 속에서 과정, 진정한 사용의 주체인 시민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반영되었는가?

기자는 이미 위성DMB 시범서비스를 사용 중인 일반인들을 만나보았다.

4월 4일 오후 1시, C대학교 인근 카페

▲ C대앞 카페에서 DMB폰을 들고 있는 김영식씨.
ⓒ 한세구
“사실 기존의 핸드폰이 고장 나서 샀어요. 어차피 사는 거 그래도 방송 전공잔데, 큰 맘 먹고 샀죠.” 지난 3월초부터 DMB폰을 사용한 C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사인 김영식(38세)씨가 DMB폰을 선택한 이유다. 그 전에는 핸드폰을 살 때, 주위에 물어보고 신중히 결정했었다는 그의 대답에 DMB에 대한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주로 하루 30분가량, 사용하는 그는 뉴스를 볼 때, 주변이 시끄러워도 집중도가 높아져서 좋다고 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손바닥 안에서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였다.

“화질은 어떠세요? 화면이 작아 갑갑하진 않으세요?”기자가 물었다.
“화질은 오히려 아날로그 방송보다 좋은 것 같아요. 뉴스 볼 땐, 상관없는데 음악은 영상 없이 그냥 소리만 나오니 좀 그래요.”

실제로 그가 보여주는 가로형 액정 속의 영상은 핸드폰이라는 것이 의심될 만큼 깨끗했다. 그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만을 재전송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아닌, DMB만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길 바라고 있었다. 단순히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방송을 넘어서, 진정한 소비자 개개인의 욕구를 맞춰 줄 수 있는 1인 미디어 서비스를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예전 가수나 스타를 볼 수 없는 것이 많이 아쉬워요. DMB를 통해서도 유행 따라 남들 취향대로 본다는 게, 기존 방송과 다를 게 없잖아요. 이런 부분이 좀 개선된다면, 다 합쳐서 사용료 2만원이 넘지 않으면 계속 사용할 생각입니다. TV와 통신을 넘어선 소비자가 원하는 구체적인 멀티 정보서비스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핸드폰을 바꿀 소비자들이 선택할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4월 12일 오후 9시, 과천 D증권 사내연수원

▲ 2005년 4월 12일, D증권 연수원, DMB폰으로 음악서비스를 사용중인 김재훈씨
ⓒ 한세구
“원래 여자친구랑 핸드폰을 바꿀 예정이었어요. 전에 쓰던 핸드폰이 워낙 고장이 심해서, 이왕 사는 거, 제일 비싼 거 샀죠. 원래 신기술에 좀 민감하기도 했고, 그래서 1월에 인터넷 공동구매를 통해 샀어요.”

얼마 전 D증권에 입사한 김재훈(29세)씨의 DMB 구입 이유다. 창원이 직장인 그는 DMB를 MP3로 주로 이용한다. 방송보다는 데이터 전송이나 다운로드에 만족한다고 한다.

“원래 여행이나 이동 중에 보려고 했는데, KTX타거나 이동할 땐, 잘 끊기고 그래요. 사실 하루에 1시간도 못 보는 거 같아요. 잠자기 전이나, 혼자서 심심할 때 주로 보는데, 정작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방송이 안 나와서 별 흥미도 못 느껴요.”

같이 구매한 여자친구도 DMB폰을 충동 구매한 것을 자주 후회한다고 한다. “화질은 좋은데, 액정에 그림 뜨는 게 너무 느려요. 해상도에 맞는 내부 프로세서의 개발이 안 된 것 같아요.”

그는 현재의 서비스 수준을 60점 정도로 평가하며, 혹시 50-60만원 정도에 중고로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면 팔고 싶다고도 했다. “신기하긴 한데, 너무 비싸요. 80만원 주고 산 대가가 너무 커요. 꿈의 미디어라고도 하던데, 아직 그냥 첫 단계에 불과한 것 같아요.”

특별히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완전 유료화 이후엔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김씨. 그에게 위성DMB는 ‘투자 유망주’가 아닌 ‘투자 보류 상품’이었다.

4월 15일 오후 3시, 강남역 근처의 오피스텔

▲ 양현상씨가 운영중인 인터넷 카페에서 진행한(4.2 - 4. 15) DMB 적정사용료에 대한 투표.
ⓒ 한세구
“오늘 제대로 오셨네. 아시죠? 오늘부터 채널 늘어나는 거.”
한 포털사이트에서 DMB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양현상(31)씨의 씩씩한 인사다.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TU미디어가 비디오 3개, 오디오 6개에서 비디오 7개, 오디오 20개로 채널수를 늘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전에 핸드폰 관련 유통업을 하다 최근엔 DMB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바일 관련 사업을 구상중인 양씨는 인터뷰 내내 전화를 받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회원수는 약 2000명, 하루 방문자가 700명이 넘는 국내 최대의 DMB 인터넷 동호회다. “저 사실 이거(DMB)에 대해서 불만 무지 많아요.” 개인적 관심도가 높은 만큼, 그의 불만도 또한 높았다.

“기계 자체가 너무 남성 중심적이에요. 저희 카페 여성들은 이 디자인 꽤 싫어해요. 그리고 키 반응 속도도 느리고, 대체적으로 기계가 좀 불안정하다는 의견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삼십대 회원들 사이에선,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이 지원되면, 정가를 다 주고 산 그들 입장에선 손해를 보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또한 지상파DMB에 비해 부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콘텐츠와 비싼 사용료(가입비 2만원, 부가세 포함 월 사용료 1만4300원)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위성DMB 개선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의 요구에 귀 기울여라. 초기 채택자인 자신들의 불만사항을 TU미디어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둘째, 정부는 업체들의 시장논리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일관된 계획을 갖고 추진하라.

셋째,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넷째, 배터리의 수명을 개선해라(사실 양씨는 여벌의 배터리를 항상 휴대한다고 했다).

위성DMB, 꿈의 미디어? 혹은 또 하나의 거품?

1990년대 중반, PCS가 등장했을 때, 마치 언론은 세상이 변하기라도 하는 듯 떠들었지만, 여전히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SK텔레콤이다. 뉴밀레니엄에 발맞추어 2000년대 초반엔 각 이동통신사가 IMT-2000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직접적인 결과는 휴대폰 가격의 상승이었다.

이런 일련의 휴대폰시장 성장과 함께 이제 DMB라는 또 하나의 신개념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것이 이상적 쌍방향성을 구현하는 소비자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지, 혹은 소수의 시장 사업자들을 위한 거품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하나의 미디어 혁명기(?)에 <퍼스널 미디어 : 디지털 경제의 新 승부처>의 저자 현대원(서강대 신방과·한국디지털콘텐츠전문가협회 회장) 교수의 말은 귀 기울일 만하다.

“앞으로 누구나 핸드폰을 갖고 있을 한국 사회 속에서, 모바일과 무선을 통한 미디어의 발전은 분명하다. 그리고 현재로선 DMB가 가장 근접한 답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중심부엔 소비자 주권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광고에 의존하는 기존의 미디어 시장이 아닌, 소비자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원하는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플랫폼의 구축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 못하는 미디어는 앞으로 2~3년 안에 그 시장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위성DMB관련 더 자세한 사용자 정보는 www.clubdmb.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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