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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볕 쬐러 나왔어요.
따뜻한 햇볕 쬐러 나왔어요. ⓒ 성락
사람을 보고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독사가 아니라서 해칠 생각은 없으나, 그대로 비닐하우스 안에 둘 수는 없어 끌어내기로 했습니다. 쇠로 만든 집게를 가져왔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장화와 장갑을 착용했습니다.

집게를 가지고 접근하자 놈은 유연한 몸놀림으로 하우스에 난 틈 사이를 미끄러져 나갑니다. 그러고는 돌담 사이로 모습을 감춥니다. 뱀은 언제 보아도 징그럽고 무섭습니다. 돌담 속으로 사라져 버렸는데도 가슴이 쿵쾅쿵쾅 뜁니다.

돌담을 두고 뱀과 숨바꼭질

마음을 진정하고 나니 '아차'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그래 사진을 찍었어야지….'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한 이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 중인데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 탓에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축사에 가기 위해 마당을 나섭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뱀이 사라진 돌담을 바라봅니다. 아, 그런데 이 겁없는 뱀이 돌담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는 겁니다. 역시 날씨가 추운 탓에 따뜻한 햇볕을 쐬러 나온 모양입니다.

카메라를 꺼냅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카메라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경계를 하기 시작합니다. 거리를 최대한 좁혀 몇 장의 사진을 찍는데 성공합니다. 혹시 '확' 달려들지나 않을까 은근히 겁도 납니다.

더 이상은 거리를 주지 않겠다는 듯 놈은 서서히 몸을 움직여 돌멩이 사이로 들어갑니다. 머리를 빠끔히 밖으로 향하고 귀찮기만 한 사람의 움직임을 살핍니다. 독도 없는 녀석이 겁을 주려는 듯 목에 힘을 주어 머리를 세웁니다. 혀도 자주 날름거립니다.

돌멩이 틈으로 밖을 경계하는 뱀
돌멩이 틈으로 밖을 경계하는 뱀 ⓒ 성락
머리모양을 좀 더 선명히 촬영하려 하는데, 더 이상은 안 되겠던지 아예 돌담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얻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수없이 많은 뱀을 보아 왔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사진에 담아보기는 처음입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무섭고 징그럽기만 하던 뱀에게 작은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풀 베다 독사에 물린 서씨 아저씨 사건

비교적 오염되지 않은 이곳은 아직 뱀이나 개구리, 각종 산짐승들이 많은 편입니다. 작년에만 해도 '참 많다' 싶을 정도로 뱀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솔직히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독사 몇 마리는 제 손에 죽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생명이 귀중하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터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실제 작년 여름 사슴먹이 채취를 도와주던 서씨 아저씨가 독사에 물리기도 했습니다. 서씨 아저씨는 집 뒤 야산에서 풀과 잡목들을 베고 있었는데, 장갑 사이로 날카로운 뱀 이빨이 뚫고 들어오는 순간 손을 허공으로 뿌리쳤다고 합니다.

이빨이 장갑에 끼인 독사가 허공을 날아 저만치 떨어졌고, 서씨 아저씨는 즉시 칡넝쿨을 이용해 지혈을 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의 입으로 물린 부위를 통해 독을 빨아냈지요. 그렇게 응급조치를 끝낸 서씨 아저씨는 도망가지 않고 있는 몸통 굵은 독사를 잡아 복수를 하고는 병원으로 갔답니다.

"가까이 오지 마라" 위협적입니다.
"가까이 오지 마라" 위협적입니다. ⓒ 성락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 장소에서 또 한 마리의 독사가 발견됐습니다. 놈은 역시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똬리를 튼 채 노려보고 있었는데, 부득이 사형에 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뱀은 경우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위험한 동물입니다.

뱀에 관한 이야기는 많습니다. 얼마 전 친구 광수에게 웃지 못할 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시골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살모사와 이틀 밤낮을 지낸 아주머니 이야기

몇 년 전 이웃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산나물을 채취하러 산에 들어갔다가 깊은 구덩이에 다리가 빠졌답니다. 그 충격으로 한쪽 다리 골절상을 입은 아주머니는 성한 다리만으로 구덩이를 빠져나오지 못해 이틀 밤낮을 꼬박 그곳에 서서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산 속을 샅샅이 뒤져 결국 발견하긴 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한쪽 손에 엄청나게 큰 살무사를 움켜쥐고 있더랍니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주머니는 살무사를 놓아주고 싶었지만, 만약 놓았다가는 틀림없이 살무사에 물릴 처지인지라 이틀 밤낮을 꽉 움켜쥔 채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밀뱀'이라고 하십니다.
어머니는 '밀뱀'이라고 하십니다. ⓒ 성락
그런데 실제 아주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게 아니었더랍니다. 친구 말에 의하면 그 아주머니는 구조된 후 "비싼 살무사를 왜 놔주느냐?"며 끝내 장사꾼에게 좋은 값을 받고 팔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뱀 포획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는 상황이지만 그때만 해도 뱀 잡는 땅꾼들의 돈벌이가 짭짤했으니 그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틀 간 살무사를 움켜쥐고 있었다는 그 아주머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도 사슴먹이를 마련하려면 무수히 많은 뱀들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독 없는 뱀과 일찌감치 '좋은' 만남을 가졌으니, 한 해 동안 악연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 징그러운 뱀 모습을 올려 죄송합니다. 그러나 뱀도 거리를 좁히고 가까이 대해 보니 친근감이 느껴지는 동물이었음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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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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