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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입니다. 내 생각에는 찔레꽃 같은데, 옛부터 내 집을 드나들었던 사람들은 장미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정말로 멋진 장미 꽃이 피어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미입니다. 내 생각에는 찔레꽃 같은데, 옛부터 내 집을 드나들었던 사람들은 장미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정말로 멋진 장미 꽃이 피어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권성권
집 둘레에는 봄 햇살을 머금고 자라는 봄꽃 나무들이 몇 있습니다. 민들레와 장미 그리고 철쭉입니다. 또 쑥이랑 봄나물 몇이 더 있습니다. 그것들은 내가 가꾼 것들이 아닙니다. 오직 제 몸짓 하나로 꾸역꾸역 땅 위로 올라온 것들입니다. 그 밖에도 가시오가피랑 노란 줄무늬를 하고 있는 난을 비롯해서 이름 모를 봄꽃들이 더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들 이름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알아보려고 해도 도무지 알 수 있는 길이 없었습니다. 처음 본 것들 같아서 멋지기는 한데 이름을 모르니 정말로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여러 책들을 뒤져 보고 또 인터넷도 뒤져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들 이름을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설령 있다고 해도 한꺼번에 묶음을 해서 나와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고 있는 김민수 기자가 생각이 났던 것입니다. 그 기자는 제주도에 살면서 이 꽃 저 꽃 여러 꽃들에 대해서 동화를 쓰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쓴 글들을 하나하나 뒤져 보다가 좋은 식물도감 하나를 알려주고 있는 책 하나를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이유미씨가 쓴 <한국의 야생화>(다른세상·2004)란 책이었습니다. 내 딴에는 그 책을 사면 집에서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꽃들과 잡초들을 잘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사서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는데, 그 책에는 집에서 자라는 꽃과 잡초를 뛰어넘어 우리 나라 온 산지에 자라고 있는 모든 야생화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자생하는 식물의 종류는 4천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겉씨식물은 물론이고 양치식물도 포함된다. 자생식물은 식용, 약용, 목재용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 관상적 가치가 있는 식물의 종류는 600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숫자는 쓰임새의 개발에 따라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그 책에는 정말로 많은 야생화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봄 야생화 따로, 여름 야생화 따로, 가을 야생화 따로 그리고 겨울 야생화 따로, 그렇게 사계절에 맞추어서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야생화들 가운데 내 눈길을 잡아끌었던 것은 당연히 봄 야생화였습니다.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야생화도 빼곡히 담겨 있었지만 때가 때인 만큼 봄철 야생화를 살펴보았습다. 지금이라도 당장 산과 들로 나가면 볼 수 있는 꽃들이 어떤 것들인지 그게 궁금했던 까닭입니다.

'뻐꾹채' 꽃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꽃 모양이 뻐꾹이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또 꽃을 받쳐주고 있는 꽃 받침이 뻐꾹이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꽃과 이름이 딱 어울린 것 같네요.
'뻐꾹채' 꽃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꽃 모양이 뻐꾹이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또 꽃을 받쳐주고 있는 꽃 받침이 뻐꾹이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꽃과 이름이 딱 어울린 것 같네요. ⓒ 다른세상
위에 피어 있는 꽃은 ‘뻐꾹채’라고 한답니다. 정말 탐스럽고 멋진 것 같은데, 이 뻐꾹채는 늦봄에 피기 시작하기 때문에 여름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 지금쯤은 이 꽃을 보기가 힘들 것 같고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 꽃이 뻐꾹채라고 이름 붙여졌을까요? 뻐꾸기가 우는 5월에 이 꽃이 피기 때문에, 그래서 뻐꾸기가 이 꽃을 피웠다고 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꽃송이들을 감싸고 있는 꽃받침과 같은 것들이 뻐꾸기 앞가슴 깃털을 닮아서 그렇게 부른 걸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이 꽃 붉은 꽃송이가 마치 뻐꾸기 붉은 입 속을 생각토록 해주기 때문일까요. 이 책을 쓴 이유미씨는 마지막 세 번째 것을 그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뻐꾸기 붉은 입 속이 빨갛고 또 멋지고 신기해서 예전부터 그렇게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뻐꾹채뿐만 아니라 식물 가운데에는 이처럼 새 이름을 가진 것들이 더러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해오라비난초, 황새풀, 제비난초, 참새피, 박새, 방울새 같은 것들입니다. 참 재미난 이름들 같습니다. 아마도 그 꽃들이 그런 새들을 닮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짓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앵초'라 불리는 꽃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꽃이지 않나요?  정말로 아름다운 꽃입니다.
'앵초'라 불리는 꽃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꽃이지 않나요? 정말로 아름다운 꽃입니다. ⓒ 다른세상
앵초를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산과 들에서 많이 본 것이긴 하지만 나도 이름은 잘 모르고 있는 꽃이었습니다. 이 앵초는 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는데, 계곡이나 냇가 옆에 무리를 지어서 핀다고 합니다. 또 꽃대 끝에는 작게는 7개에서 많게는 20개씩 한자리에 꽃이 피기 때문에 아주 예쁘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종류도 앵초는 ‘큰앵초’, ‘흰앵초’, 또 ‘설앵초’ 이렇게 세 가지나 있다고 합니다. 제일 왼쪽 윗 것이 큰앵초이고, 그 아래가 흰앵초 그리고 오른쪽 큼지막한 게 설앵초라고 합니다.

이름이 다르듯이 이 앵초들 특색도 다 다르다고 합니다. 우선 큰앵초는 키가 좀더 크고 잎이 단풍잎을 닮았으며, 또 꽃빛도 진분홍색을 띠고 있습니다. 흰앵초는 그렇다면 꽃이 희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어진 것 같습니다. 또 설앵초는 앵초류 가운데 가장 작지만 꽃은 그만큼 크다고 합니다. 설앵초는 꽃 색도 예쁘지만 꽃 자체가 더 멋져서 화분에 담아가지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그만큼 보기 좋다고 합니다.

할미꽃입니다. 이 할미꽃도 여러 종류가 있다네요. 멀리서 보면 흔해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정말로 멋진 꽃이 바로 할미꽃인 것 같습니다.
할미꽃입니다. 이 할미꽃도 여러 종류가 있다네요. 멀리서 보면 흔해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정말로 멋진 꽃이 바로 할미꽃인 것 같습니다. ⓒ 다른세상
여러 꽃들을 더 알려주고 싶지만 하나만 더 올려볼까 합니다. 이름 하여 할미꽃입니다. 봄철 들판에 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인데, 특별히 묘지 근처에서는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할미꽃은 너무 흔해서 그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쉽게 지나쳐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할미꽃처럼 멋진 꽃도 없다고 합니다. 줄기며 잎이며, 보송보송 돋아난 많은 솜털하며,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에는 동강할미꽃과 분홍할미꽃, 그렇게 두 가지 꽃이 들어 있습니다. 동강할미꽃은 얼마 전에 동강유역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고, 분홍할미꽃은 아마도 꽃잎과 빛깔이 분홍빛을 띠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할미꽃들 말고도 제주도에 가면 ‘가는잎할미꽃’이 자란다고 하는데, 그건 키가 작고 잎이 가늘고 뾰족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또 북한 관모봉에 가면 7월에 꽃피는 자주색 ‘산할미꽃’도 있다고 합니다. 참 종류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할미꽃이란 이름이 붙여졌을까요? 할미꽃이 노래 말처럼 줄기가 굽어 있어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일까요. 헌데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할미꽃이 피고 지고, 또 열매가 익으면 그 열매에 흰털이 가득 달려 있어서 마치 그게 하얗게 센 할머니 머리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 할미꽃이 쓰이는 것은 향수를 자극하는 야생화로 인기가 높지만, 작은 화단이나 돌이 있는 화단에도 멋진 조화를 이룬다고 합니다. 또한 한방에서도 쓴다고 하는데, 주로 뿌리를 이용하지만 잎이나 꽃을 쓰기도 한답니다.

해열이나 수렴, 소염이나 살균, 지혈이나 지사 등에 효과가 있어서 아주 다양한 처방전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할미꽃이 독성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잘 써야 되고, 심장에 해가 되기도 하지만, 잘만 쓰면 심장을 더 강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유미씨가 알려주는 할미꽃 전설이 있는데, 참 그럴듯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한 할머니를 두고서 큰 손녀와 작은 손녀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큰 손녀가 부잣집으로 시집간 까닭에 할머니가 거기서 살려고 했는데 구박이 심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힘들게 시집 생활을 하는 작은 손녀 집으로 가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그만 기력이 다하여 죽고 말았다는데….

“마침 할머니가 걱정되어 찾아가던 작은 손녀가 이를 발견하고 길가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 드렸는데, 그 무덤가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할미꽃이라고 한다. 지금도 할미꽃은 뒷산의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슬픈 전설 때문인지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과 ‘추억’이다.”

어떤가요? 흔하디흔한 할미꽃 하나에 너무나 재미있는 것들이 담겨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이 책은 단순한 식물도감이 아니라, 꽃 이름과 꽃말 뜻, 종류별로 여러 가지 꽃들, 또 그 생김새와 비슷한 식물들을 구별하는 방법, 또 언제 어디에 어떻게 심어야 할지, 또 어떤 약효로 쓰이는지, 그리고 그 꽃에 따른 전설들도 간간히 소개돼 있으니 정말로 귀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야생화 - 원색도감 - 한국의 자연시리즈 03

김태정 엮음, 교학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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