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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빚고 있는 남양유업 광고.
논란을 빚고 있는 남양유업 광고.
남양유업의 광고가 낙농업계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미보건부 A급 우유기준을 통과해 전세계 미군납품 자격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방송과 주요일간지에 내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광고가 근거없이 이미 낙농선진국 수준에 올라있는 국내 우유품질을 깎아내리는 등 사대주의적 발상의 광고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반면 남양유업은 알릴 것을 알렸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쟁사들이 가장 문제삼고 있는 것은 광고에서 '미군이 지금까지 국내 우유품질에 대한 신뢰문제 때문에 우유를 미국에서 공수해 먹었다'고 이야기한 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유 품질이 주요 낙농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다 우유의 품질을 좌우하는 원유 품질도 선진국 수준에 못지않은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우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뿐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또 미국 기준보다 우리나라 기준이 더 엄격한 면도 있다는 점에서 미 군납 자격을 얻었다는 것으로 우유 품질이 세계적 수준임을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확인해보면 원유품질을 결정하는 세균수와 체세포수에 대한 국내 기준은 미국 기준보다 더 까다롭다. 원유는 체세포수와 세균수가 더 적을수록 품질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원유 품질 기준은 우리나라가 더 까다롭다"

미군납 우유품질 기준인 PMO(미국살균유 법령)에 따르면 최상급(A급) 원유의 1리터당 체세포수는 75만미만, 세균수는 10만 미만, 원유온도는 7℃이하인데 반해 국내 1등급 원유의 경우 1리터당 체세포수는 20만 미만, 세균수는 3만미만, 원유온도는 5℃이하 기준을 만족해야한다. 2등급까지 따지더라도 국내 기준은 1리터당 체세포수 35만 미만, 세균수는 10만 미만으로 미국 A급 기준보다 까다롭다.

뉴질랜드 등 주요 낙농국의 1등급 원유 규정도 1리터당 체세포수는 35~40만 이내로서 국내 기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낙농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80%이상이 체세포수와 세균수 기준으로 2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까다로운 원유 품질 관리 덕택에 국산 우유의 품질도 과거와는 다르게 크게 향상됐고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오히려 원유품질 척도인 세균 수나 체세포 수는 한국이 미국 PMO 기준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고 까다롭다"며 "국내 우유품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데 왜 미국 기준을 언급하면서 우리 수준을 깎아 내리려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파스퇴르유업 관계자는 "모든 업체들이 품질은 자신 있지만 미군측이 낮은 단가와 독자적인 생산라인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군에 우유를 공급하는 것은 수익이 나지 않아 포기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광고 소비자 불신 초래할까 우려"

농림부 관계자도 "유지방 함유량 등 우유품질에 관한 기준은 각 나라별로 국민 영양상태 등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외국과 비교해서 국내 우유를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며 "원유 품질이나 유가공 기술 등은 선진국 수준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원유 생산자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도 이번 남양유업 광고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협회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미군납 자격을 얻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은 좋은데 광고에서 미국 기준에 맞춰야만 세계적인 품질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국산이 외국산에 비해 품질이 열악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낙농업계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체 우유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미군납 자격 획득이 의미가 있으며 사실을 그대로 알렸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PMO를 통과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설비투자를 했는데 이는 우유품질 향상에 바람직한 것 아니냐"며 "경쟁사들이 사대주의라고 비판하는데 미군들에게 우리 우유를 먹일 수 있게 된 것이 어떻게 사대주의냐"고 말했다.

한편 낙농업계는 국내 우유 품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등 남양유업 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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