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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불량주부’를 흉내 내 깜짝 파티 해준다고 했다가 아무튼 분위기 설렁해진 아내의 생일 날. 퇴근 후에 집에 가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자기 생각에도 더 이상 화를 내는 것이 좋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아무 말 없이 옷을 입더군요.
분위기 살리려고 딸과 아들한테 괜히 “오늘은 엄마 생일”, “오늘은 엄마의 날”, “오늘은 기쁜 날”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는 무표정이었습니다.
황사가 와서 멀리는 못가고 집 앞에 있는 횟집에 갔습니다. 아내가 회를 좋아하거든요. 음식들이 나올 때마다 “이거 먹어봐”, “어, 이거 맛있다! 이거 먹어” 하면서 부지런히 음식들을 아내 앞에 옮기고, 아내의 입속에 넣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됐어”하며 퉁명스럽게 말하더니만, 제가 계속해서 그러니까 자기 기분을 맞춰주려는 저의 노력이 안쓰러웠는지 조금씩 얼굴에 화색이 돌더군요.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내도 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상추에 회와 마늘, 고추, 양념장을 듬뿍 넣고 서로의 입에 넣어주면서 즐거운 저녁을 먹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네 빵집에서 케이크를 샀습니다. 아내는 저녁도 먹었고 시간도 늦었는데 돈 아깝게 뭐 하러 사냐고 했지만 이유야 어쨌든 생일 날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케이크를 샀습니다.
집에 가서 아내의 생일 축하 노래를 하면서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노래고 뭐고 오로지 케이크를 먹기 위해 생일상을 휘젓는 아들, 촛불은 자기가 꽂아야 한다고 우기다 동생 울리는 딸. 천진난만한 다섯 살짜리 딸과 두 살짜리 아들 덕에 더욱 그랬습니다.
아이들 재워놓고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아내도 괜히 신경질 부린 것 같다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내년 아내 생일에는 조개 미역국 끓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