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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보베라이트 시장(맨왼쪽)의 환영 인사말을 듣는 노무현 대통령.
4월 11일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보베라이트 시장(맨왼쪽)의 환영 인사말을 듣는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김당

[베를린]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이 베를린 시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삼성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을 국빈 방문중인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11일 오전(현지시각) 일명 로테스 라타우스(붉은 시청)라고 부르는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골든북'에 서명을 하기에 앞서 가진 환영 인사말에서 보베라이트 시장이 한 극찬이다.

보베라이트 시장은 "베를린은 학술과 하이테크의 중심지이며 이런 베를린이 주는 기회를 삼성이 포착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90년대 동독의 국영기업을 인수해 1000명 이상을 고용·투자하고 있다"고 노 대통령에게 삼성의 현지 활약상을 소개했다.

보베라이트 시장의 말문을 트이게 한 것은 노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시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원수들과 저명인사들이 방명록(골든북)에 서명하기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베를린 시내를 지나가다 보니 삼성의 광고탑이 굉장히 큰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장의 이례적인 '삼성 칭찬'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받은 것이다. 보베라이트 시장은 이어 "삼성은 또 독일의 여러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고 문화, 학술 분야에서도 협력해 한독 관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이런 삼성의 투자에 감사드린다"고 거듭 찬사를 보냈다. 경제, 문화, 학술 등 전분야에서 삼성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 샤를로텐부르그문에 붙어있는 삼성의 큰 광고는 삼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면서 "서울시와 베를린의 협력관계도 이미 여러 모로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서 깊은 문화도시 베를린에서 삼성이 포착한 '기회'는 베를린 당국의 재정 악화가 제공한 것이다. 베를린시 당국이 문화재를 개보수하거나 공공 성격의 건설 작업을 진행할 때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데,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시 당국은 공사현장을 광고가 담긴 덮개로 가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이런 공사현장을 옥외광고 기회로 활용해 현지 브랜드를 높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이를테면 삼성은 샤를로텐부르그문 개보수 작업의 스폰서로 참여해 공사중인 문을 대형 덮개로 덮어 거기에 삼성전자의 휴대폰 광고를 실었다.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문화 협력 파트너'라는 홍보효과까지 얻는 1석 3조의 홍보마케팅 전략이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남쪽 지하철공사 현장을 덮은 LG의 '덮개광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남쪽 지하철공사 현장을 덮은 LG의 '덮개광고'. ⓒ 오마이뉴스 김당

LG는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물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의 공사현장을 기회로 포착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브란덴부르크문 남쪽에는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LG의 대형 덮개 광고가 그 공사 현장을 덮고 있었다.

현지 교민들은 "지금까지 독일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덮개 광고에 삼성이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주독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품질을 우선시 하는 독일인의 구매특성상 한국 제품에 대한 특별한 선입견은 적은 편이지만, 90년대 초반까지 자동차·전자제품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3류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독일 유명경제지(Wirtschaft Woche지) 설문조사(2월1일)에서 삼성전자가 '성장성이 가장 큰 브랜드' 1위로 선정되고 한국 자동차 판매가 45% 이상 급증하는 등 제품 인지도·품질 신뢰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또 노 대통령 독일 방문을 앞두고 홀머 브로흘로스 교수(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장)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삼성의 핸드폰은 그 사이 독일에서도 '인기 절정'에 있으며, 현대-기아의 자동차는 제품테스트에서의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뛰어난 가격대비 성능을 근거로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동차의 강국'에서 인정받는 한국 자동차의 면모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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