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방글라데시아 이주노동자 압둘 칼렉씨. 그는 지난 2월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방글라데시아 이주노동자 압둘 칼렉씨. 그는 지난 2월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제가 몸이 모두 나아 예전처럼 걸어다닐 수 있을까요. 걱정이 됩니다. 아직 한국에서 일을 많이 해야 하는데….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벌써 두달 가까이 병원 신세다. 3번의 대수술을 마쳤지만 아직도 몇 차례의 수술을 더 거쳐야 할지 모른다. 큰 눈망울의 이주노동자 압둘 칼렉(KAZI ABOUL KHALEK·28)씨는 8일 오후 기자의 손을 꼬옥 잡고 '기도'를 부탁했다.

'코리안 드림' 실현하러 왔다가 뺑소니를 당하다

방글라데시아 국적의 압둘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2월 12일. 뺑소니였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압둘씨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 변을 당했다. 목격자도 없었다.

압둘씨는 사고를 당한지 1시간이 지나서야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상태는 심각했다. 왼쪽 팔·다리 뼈가 부러지고 간·신장 등 일부 장기도 파열된 상태였다.

다행히 세 차례의 대수술로 목숨은 건졌다. 그는 두달여 치료로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압둘씨와 주변 지인들의 고민들은 늘어나고 있다. 수술과 장기 입원으로 인해 산더미처럼 불어난 치료비 부담 때문이다.

병원측이 이례적으로 압둘씨의 의료보험 적용을 약속해 지금까지 병원비 2100만원 중 본인 부담분을 다소 덜어줬다. 하지만 지난 2001년부터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벌어놓은 돈은 이미 고향의 가족들에게 쓰여진터라 그마저도 녹록치 않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치료가 필요해 압둘씨의 병원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병원측에선 압둘씨가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통원치료만 1년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완쾌는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난 후 압둘씨의 사연을 접한 이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손길을 보내기도 했지만 병원비를 채우기는 아직도 부족하다. 압둘씨가 지난해 노조원으로 가입한 성서공단노조와 성서이주노동자센터에서도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돈 보다 더 걱정은 시간... 치료 후 강제출국 불가피

압둘씨에게는 '돈' 뿐 아니라 '시간'도 문제다. 그는 "앞으로 몸이 나으면 한국에서 일을 더 하고 싶다"면서 "사고를 당해 누워있던 시간만이라도 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장 5년으로 제한돼 있는 압둘씨의 한국 체류 비자는 내달 6일 만료된다. 현재 고용허가제가 실시 이전 입국한 E-9(이-나인) 비자를 갖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적어도 8월까지는 본국으로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그에게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물론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은 비자 기간 만료에 따른 강제 출국은 없겠지만, 거동이 자유로워진다면 그는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성서이주노동자센터 김헌주 소장은 "압둘씨가 병원 치료만 받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기게 됐다"면서 "현재 법무부 등 압둘씨의 비자 연장을 위해 뛰고 있지만 현행 법규상으로는 비자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김 소장은 "압둘씨와 같이 이주노동자나 산업연수생이 장기간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 "하지만 비자 연장이 불가능해 큰 돈을 들여 한국으로 일을 하러 왔지만 아픈 몸만 이끌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런저런 고민 속에서도 압둘씨는 요즘 한 가닥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고향 다카에서 그의 형이 압둘씨의 간병을 위해 한국을 찾을 계획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형이 와준다니 그나마 위로가 된답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희망도 가집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 빨리 몸이 낫고 걱정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 압둘 칼렉씨 도움주실 분(예금주 : 성서이주노동자센터)

- 대구은행 : 230-05-000949-2 
- 농    협 : 245-01-042960 

* 문의전화 : 053-585-6206 (성서이주노동자센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