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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에 만난 금난새
공연 시작 전에 만난 금난새 ⓒ 전영준
어른이든 아이든, 남자든 여자든, 음악을 아는 이든 그렇지 못한 이든, 이 시대를 사는 한국 사람치고 아마도 금난새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지휘계 미다스(Midas)의 손, 교향악단에 벤처개념을 도입한 음악계의 최고경영자(CEO), 보통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지휘자…. 지휘자 금난새에게는 따라다니는 별명도 많다.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금난새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다. 지난 70년 서울대학교 음대를 졸업하고 베를린 음대에서 라벤슈타인을 사사했다. 이후 77년 카라얀 국제 콩쿠르 입상으로 국내 음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12년간 KBS 교향악단을 이끌다 92년 무명의 수원시립교향악단을 맡으면서 '해설이 있는 음악회' '마라톤 음악회' 등 신선한 아이디어와 탁월한 기획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가 연주회 때마다 선보인 '파격'과 '독특한 시도'는, 클래식 음악회는 딱딱하다는 일반의 고정관념을 깨고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음악회에 재미난 해설을 곁들이고 때론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들여 지휘봉을 넘기기도 하고, 연주할 곡목을 미리 알리지 않는 깜짝 음악회를 연출하는 등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을 청중 가까이에서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는 지휘자 금난새를 스타덤에 올린 대표적인 간판 프로그램.

94년~99년까지 6년간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마에스트로(Maestroㆍ대음악가) 금난새.

그는 선친인 작곡가 금수현 선생이 지어준 이름 그대로 '시방' 세상을 훨훨 날며 마침내 멀리 이곳 양산까지 날아온 것이다.

새로움에 대한 부담보다 '도전' 그 자체를 즐기는 지휘자 금난새가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퍼트리고 있는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또 다시 양산을 찾게 되었으니 이곳 시민들로서는 다만 기쁘고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어서 이처럼 서둘러서 공연장을 찾아온 것이려니…'

예술은 '좋은 공기'와도 같은 것

서울서 오전 10시에 출발, 버스로 6시간을 달려 양산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

점심도 거르고 바로 리허설에 들어가 땀을 흘리는 이 대음악가를 지켜보며 잠시라도 틈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홍보마케팅팀의 신혜정 팀장이 손짓을 한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금난새씨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금난새씨 ⓒ 전영준
-귀한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양산을 찾아주셔서 시민들이 매우 반가워하고 있는데 먼저 양산에 오신 소감부터….
"양산에 다시 온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지난해 양산시민 여러분들이 보여 주신 적극적인 호응을 떠올리며 서울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줄곧 설레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양산문화예술회관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곳의 음향은 매우 뛰어난 시설입니다. 홀의 크기도 아주 적당하고…."

- 선생님은 오래 전부터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일반인들로 하여금 클래식에 친숙하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이밖에도 선생님은 새롭고 독특한 많은 시도를 하셨는데 이런 선생님의 시도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평소 '위대한 음악가'도 필요하겠지만, 음악인들에게는 청중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음악가 자신이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 못지않게 음악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청중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친숙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반인들은 클래식음악을 특정인들만 즐기는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나 쉽게 클래식음악에 접근해 생활 속에서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청중들은 음악도 다른 학문이나 예술세계처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런 한편 연주자는 자신의 음악을 청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본격적인 연주에 앞서 미리 음악의 구성이 어떠한지를 연주함으로써 연주할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장 경험을 통해 흥미를 일깨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청중과 연주자 사이의 상호 교류를 통해 청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요."

-우리네 일상의 삶 속에서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다시 말해, 음악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기도를 통해 마음이 교화되고 착해진다고 합니다. 종교를 가짐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각박한 현대사회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많이 접하다 보면 그 마음이 점차로 풍요로워 집니다. 저는 아름다운 자연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듯 예술이 바로 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예술은 '좋은 공기'와도 같은 것이죠.

그런 점에서 우리네 삶에 있어서 예술은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봅니다. 누구나 청소년기에는 좋은 책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하죠. 마찬가지로 저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음악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 감동을 통해 젊은이들이 값진 삶을 살아가는 지표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여은정과 금난새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여은정과 금난새 ⓒ 전영준
-두 번째 만나는 양산시민들에게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은?
"지난해에 보여 주셨던 애정과 환호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양산에 이처럼 훌륭한 공연장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시민 여러분들이 자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다른 지방에 가서도 양산의 훌륭한 공연시설을 자랑하고, 최근 우리 유라시안 필하모닉의 전용 공연장인 '충무아트홀'을 개ㆍ보수할 때도 공사담당자들에게 양산문화예술회관처럼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제 점차 지방분권화가 이루어져가고 있는데 문화와 예술도 서울중심, 대도시중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분권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좋은 예술작품을 스스로 찾고 요구해야 하며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을 보태주셔야 합니다."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땀을 쏟고 애를 쓴 가운데 청중들은 또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끔찍이 사랑해 주고 아껴줌으로써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력도 급성장했다며 활짝 웃는 그는 틀림없는 행복의 메신저였다.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장면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장면 ⓒ 전영준
이날 연주회 역시 금난새 특유의 맛깔스런 곡 해설과 조크로 공연 내내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봄 E장조 Op.8-1'과 '여름 G장조', 드보르작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E장조 Op.22'를 악장마다 따로 따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클래식음악 초보자라도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유라시안 필하모닉의 창단 멤버이자 악장으로 연간 80여회의 공연에서 오케스트라를 리드해 온 바이올리니스트 여은정씨의 협연이 특히 돋보였다.

본 무대가 다 끝난 뒤 청중들의 앙코르를 받고 다시 무대에 나온 금난새씨는 마침 이날 생일을 맞은 청중에게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선사하고 이를 다시 행진곡조와 집시음악곡조로 변주해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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