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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빨리 갔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제일 먼저 외우고 자주 불러주었습니다. 무엇을 시키기보다는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킬 일이 있어도 부탁을 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함께 청소하는 담임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기대했습니다. 수시로 문자와 메일을 주고받고 반 홈페이지를 통해 제 생각과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수사와 기교가 아닌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신전심일까요?

교실에 들어서면서 웃으며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자며 당부하는 저에게 이제는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고 교실에서만큼은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보게 됩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니 덩달아 저도 즐겁고 기쁩니다.

3월 한 달, 학교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학급반장을 학생들이 직접 선출하고 학교운영위원과 인사위원을 교사들이 선출했습니다. 1년의 시작을 알리는 연중행사로 환경미화와 학부모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급식소위원회 회의를 통해 4월 식단표를 수정했습니다.

4월, 이제 학교운영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시작을 앞둔 많은 분들이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지난 몇 년간 활동한 내용을 토대로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제안해 보려 합니다.

우선 학교 행정실에 요구하셔서 학교운영위원회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심의할 수 있는 안건이 무엇인지, 운영위원회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참고하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회의 진행의 원칙, 회의 용어, 회의 준비와 진행절차 등은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영위원회에 학교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자신의 뜻을 잘 헤아리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교육감 선거(4월 18일) 때문에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할 것이며 내년에도 교육위원 선거가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선 주위 몇 분이라도 친분을 쌓는 것이 중요할 듯싶습니다. 많은 경우 적극적인 활동을 모색하려는 학부모 위원이나 교사위원들을 소위 '왕따'시켜 모든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시키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저 같은 경우는 담임을 맡고 있는 학년의 학부모들과 의식적으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처음부터 과도한 문제제기나 요구는 학교장과의 마찰로 이후 활동의 장애(왕따)가 될 수 있기에 학교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앨범문제도 공개경쟁입찰을 먼저 이야기하기보다는 적당한 사양과 계약조건을 제시하여 학교장이 원하는 업체와의 계약에 반영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모든 운영위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교내 급식문제, 도서실 활성화 방안, 학습 여건 개선 및 학생 복지증진, 학생 자치활동 활성화 지원, 학교 책걸상 최신형으로 교체해주기, 사물함이나 탈의실 설치, 학교 매점의 운영 개선 및 합리화 방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서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운영위원회에 평교사로 참여하고 계시는 선생님들 중에 일부는 전교조 교사들이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진행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회의 전에 안건에 대한 공유와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대응을 함께 숙의하면서 좋은 방안을 찾아 학부모와 교사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 예상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상설 소위원회로 급식소위원회는 교육청의 지시사항이므로 반드시 운영위원회 산하에 학부모들과 교사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뜻이 있는 분들과 급식소위원회에 들어가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활동내용과 급식관련 안건을 운영위원회에 보고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이 행사비용을 부담하는 일체의 사업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학교운영위원회 규정에 나와있습니다). 학부모들과 교사대표들이 참여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해가며 합리적인 방식과 내용으로 학교장과 행정실의 밀실행정과 독선적 학교운영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4월 학교운영위원회는 이러한 안건들을 심의하게 되어 있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심의를 진행해야 하는데도 이를 보고안건으로 처리하면서 대충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규정과 소위원회 구성이라는 대안을 통해 학교운영위원의 역할을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매년 결산보고를 운영위원회에 하고 그 결과를 6월말까지 교육청에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령 학생교육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학교예산이 교장들이 가입한 단체의 회비 일부로 지출되거나 경조사비로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도의 직책업무추진비를 1년에 수백만원씩 받으면서 학교예산 중 일반업무추진비에서 수백만원을 법적 근거 없이 임의대로 마구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 교사도 아닌 친인척이나 동료 교장들의 자제 결혼식이나 조의금으로 마구 써대고 있는 것입니다.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물품을 구입하거나 하지도 않을 공사를 억지로 하면서 지출을 교묘하게 분리해 놓거나 다른 예산에 숨겨놓는 등 편법 지출이 과다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학교운영위원회의 견제 없이 이루어지다보니 이제는 보편화되어 가고 있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교사들에게 모든 학교에서 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 상급단체에 질의하라거나 관련법을 개정하라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관내 교장들의 정보공개 청구나 교육장 면담).

결산도 꼼꼼하게 따지기 위해 결산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관련 증빙자료를 정보공개청구요구를 통해 확인해서라도 단호하게 부정과 비리의 근원을 추적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척결해야 합니다. 그런 역할을 운영위원들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청과 학교는 이미 스스로 자정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학교 밖 깨어 있는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을 견제하고 왜곡된 학교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학교운영위원회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광명시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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