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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에서 본 샌프란시스코 SBC파크, 관중도 선수도 떠나고 갈매기만이 기자의 마감을 지켜본다.
기자석에서 본 샌프란시스코 SBC파크, 관중도 선수도 떠나고 갈매기만이 기자의 마감을 지켜본다. ⓒ 배우근
2005. 4. 3
에피소드 #4


샌프란시스코 SBC파크는 유난히 오른쪽 펜스가 가깝고 바다와 붙어 있는 특이한 구조의 야구장이다. 텔레비전에서 볼 때 푸른 바다와 야구장, 그리고 유람선이 조화롭고 운치 있어 보였는데 막상 두 눈으로 확인하니 별 감흥이 없다. 박찬호가 선발로 등판한 경기는 시범경기여선지 채 3시간이 지나지 않아 끝났다. 경기가 종료되자 마자 무겁게 내려앉은 회색구름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전신주와 가로등이 일그러져 보인다. SBC파크 주차장에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전신주와 가로등이 일그러져 보인다. SBC파크 주차장에서.. ⓒ 배우근
바람도 격렬해지면서 타고 있는 자동차가 들썩거린다. 4바퀴 중에서 2바퀴는 공중에 잠시 떠올랐다 내려 앉았다. 바람이 무섭게 느껴지며 감상적이던 마음이 싹 가신다.

차창에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 비는 강해지고 바깥 세상은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슴하게만 보인다. 운전하는데는 최악이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야구취재를 한 후, 차를 몰고 숙소를 돌아가는 몸이 천근만근이다. 머리도 어지러운 게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이 확실히 느껴진다.

숙소의 모습이다. 가뭇해지는 푸른 하늘과 인공조명을 받은 붉은 벽이 조화롭다. 낮에 보면 별볼일 없는데 저녁이 되니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보인다.
숙소의 모습이다. 가뭇해지는 푸른 하늘과 인공조명을 받은 붉은 벽이 조화롭다. 낮에 보면 별볼일 없는데 저녁이 되니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보인다. ⓒ 배우근
에피소드 #5

숙소는 공항근처의 밀브레(Millbrae)市에 있는 컴포트 인(Comfort Inn)으로 잡았다. 미국에서 첫날밤을 보낼 생소한 숙소지만 마치 집에 온 듯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진다. 역시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은 마음의 큰 위안이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중국식당으로 갔다. 웨이트리스가 메뉴판을 보여주는데 전부 한자에다가 영어로 된 해설도 잘 이해가 안되었다. 잘못 고르면 입에 맞지 않는 양념이나 향신료가 들어있어 낭패를 볼 수 있기에 고심 끝에 해물쌀국수를 주문했다. 웨이트리스가 잠시 후 다가와 주문한 음식이 안된다며 다른 메뉴를 부탁했다.

동실한 얼굴의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당신이 여기 음식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고 그것으로 주문을 바꾸었다. 이왕 모르는 음식이니 또랑또랑한 그녀의 눈동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가는 면발이 수면 밑의 해초처럼 쫙 깔려 있고 그 위로 큼지막한 완탕 4개가 섬처럼 얹어져 있었다. 국물을 먼저 먹어보니 진한 육수가 혀를 타고 부드럽게 목젖을 넘어간다. 맑은 곰탕과 비슷한 맛이었다. 믿음직한 웨이트리스 아가씨의 입맛이 내게도 잘 맞았다. 내일은 그녀가 좋아하는 두번째 음식을 먹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Homepage : www.seventh-ha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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