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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돌고래 ⓒ 김소희
동물이 아픈 사람을 치료해 준다.

이런 말들이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선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벌써 많은 동물학자, 의학자,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사회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동물매개치료(Animal Assisted Therapy : AAT)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물매개치료란 동물을 매개로 한 치료법을 말한다.

몇 해 전 미국 사회학회에서 아동의 행동 및 학습발달, 즉 학교 및 사회 적응도가 높은 상위집단과 그렇지 못한 하위집단 간에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일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부모의 소득, 교육, 학력, 도덕성, 사회적 지위 등일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애완동물을 키우느냐의 여부'가 가장 큰 요인으로 밝혀졌다.

즉, 상위 집단에서는 89%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반면 하위집단에서는 30% 정도만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워했던 사회학자들은 동물과 사람이 주고받는 사랑도 음식물처럼 온전한 대사 사이클을 만든다고 결론 내렸다(Love is like a meal).

동물을 가까이 하는 것은 정신적, 심리적 순기능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심장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가까이 접한 환자의 경우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2차 심부전증의 발생가능성을 감소시켜 준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 이것은 환자의 몸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양이 최고치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동물을 보게 되면 불안감이나 짜증대신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력도 높아져, 우울증 등의 치료에도 높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의사들은 '반려동물을 양육하라'는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3개월된 말티스 강아지
3개월된 말티스 강아지 ⓒ 김소희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동물로 '개'가 있다. 치료견으로 불리는데, 주로 정신적·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의 정신 치료에 도움을 준다. 자폐아동이나 우울증 환자, 학교 폭력 등으로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청소년, 치매 노인 등은 개와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얻고 사회성을 회복한다. 힘든 물리 치료나 운동을 대신 하기도 한다.

돌고래와 말도 아픈 사람을 치료해 준다. 해외에는 돌고래 매개 치료(dolphin assisted therapy)도 있다. 물 속에서 돌고래와 함께 노는 동안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몸 속에 유익한 호르몬이 분비되고, 또 욕구를 자극해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정신 지체 장애아가 따스한 햇살 아래 바닷물 속에서 돌고래와 함께 놀고 있다. 물론 치료사, 조련사 들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다.

돌고래는 아이 주변을 맴돌며 자신의 콧등으로 아이의 손이며 다리를 부드럽게 툭툭 치기도 하고, 배나 등을 간질이기도 한다. 일정 기간 후 아이가 돌고래의 코를 만지고 지느러미를 잡기 위해 애써 손을 뻗고 물장구를 쳐대며, 심지어 서툰 발음으로 돌고래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참고 사이트: www.dolphinhumantherapy.com).

고래는 잠수함의 음파 탐지기처럼 스스로 낸 초음파의 반향에 의해 물체의 유무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에코 로케이션'이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통해 인간의 몸 속에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부위를 찾아내고 그곳에 일종의 초음파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보내기 때문에 치료가 된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또 재활 승마도 있다. 말이 걸을 때 1분에 약 500여회 이상의 크고 작은 움직임이 발생하는데, 이 움직임이 말을 타고 있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물리치료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정신적인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도 물론이다(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승마단(www.ilovehorse.com)이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생태 동물원이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물원 벤치에 앉아 기린, 사자, 코끼리 등을 바라보면 혈압이 내려가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 독일의 한 대안학교에서는 말썽을 일으킨 학생들을 혼내는 방법으로 체벌 대신 '어린이 농장에서 놀기'라는 색다른 벌을 준다고 한다. "싸움으로 마음이 격해진 아이들을 혼내봐야 성격만 더 나빠진다"는 것이 그들의 체벌론. 친구와 싸운 아이는 체벌 대신 이곳에서 화가 풀릴 때까지 조랑말, 돼지, 토끼, 오리, 병아리, 족제비 등의 동물들과 놀아야 한다.

동물 매개 활동(Animal Assisted Activities) 및 동물 매개 치료(Animal Assisted Therapy)의 원리는 사람과 동물 간의 유대감 또는 애정에서 비롯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서로 통하는 동물과 사람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 속에는, 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감동이 존재하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김소희 기자는 애니멀파크(www.animalpark.pe.kr)의 운영자이며, 동물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4월 3일 CBS 라디오(98.1) 김종휘의 문화공감 '김소희의 동물은 말한다'에 소개되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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