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난꽃과 함께 한 딸
난꽃과 함께 한 딸 ⓒ 김미옥
“엄마가 혼자 집에 와 도 된다고 할 때까지 혼자 오면 안 돼. 엄마나 아빠가 데리러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알겠지?”
“네.”

어린이집에 다닌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지우가 혼자 집에 돌아오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그리 멀지도 않고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을 지나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러라고 했다. 남편이 지우를 데리러 가기로 한 날이라 축구 연습을 하기 전에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지우가 혼자 집에 간다고 했어. 그러니까 기다렸다가 늦으면 집밖에 나가봐”라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딸아이를 기다리다 조바심이 났는지 어린이집까지 데리러 갔나 보다.

나중에 남편한테 물으니 지우가 데리러 왔다고 화를 내더라고, 아빠 먼저 집에 가 있으라고 성화를 부렸다고 했다. 혼자 돌아오겠다는 큰 결심을 했는데 아빠가 데리러 온 것이 못내 못마땅했는지 지우는 그 다음부터는 혼자 오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지우가 어제 집에 혼자 돌아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뭐, 혼자 오는 것도 별거 아니잖아’라고 생각했을지도, 아니면 무서운 생각이 들어 부리나케 뛰어왔을지도 모른다. 지우는 자신이 색다른 체험을 하는 그 시각에 엄마는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심정이었다는 걸 알까. 당분간 지우가 어린이집에 오갈 때마다 손을 잡고 다녀야겠다. 혼자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오가는 일은 한참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