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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는 생강나무꽃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는 생강나무꽃 ⓒ 조명자
네 식구 모두 뿔뿔이 떨어져 있으니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무엇을 먹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또 고민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오래만에 만나면 딱히 할 말도 없는 게 현실이다. 자주 보고 살았어야 질문거리도 생기지.

이를 보다 못한 남편이 한가지 제안을 했다. 내 개인 카페에 가족들이 매일 들어와 그날의 일을 일기 쓰듯 남기자는 것이다. 그날의 식단, 즐겁고 괴로웠던 일, 특별히 기억나는 사건들... 그렇게 흔적을 남기다 보면 안 봐도 본 듯 가족들 훈기를 느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언젠가 남편이 옥중에서 내게 보냈던 편지에다 쓴 서양 격언이다. 결혼 후 2번에 걸친 옥살이를 했던 남편이 솟구쳐 오르는 원망을 감당 못해 토하듯 써보낸 편지. 기다려도 기다려도 면회를 오지 않는 마누라에 대한 원망이 그 짧은 글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개나리냐고요? 아니예요. 영춘화랍니다.
개나리냐고요? 아니예요. 영춘화랍니다. ⓒ 조명자
가족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실감이 새록새록 든다. 온라인 선상에 남긴 한줄 메모장. 그 한줄만 읽어도 남편과 아이들 생활 반경이 그린 듯이 나타난다.

생활뿐이랴. 그 속에 담긴 몇 자의 단어 속에 식구들 마음까지 더듬어 볼 수 있는 마술 같은 세상. 느려터지게 가는 농촌에서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얼마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최첨단 사회인지 실감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디카 덕분에 날이면 날마다 새록새록 변화하는 우리 집 봄소식을 실시간 영상으로 전하게 됐다.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내 집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라도 달래라는 뜻이다.

딱! 한송이, 드디어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딱! 한송이, 드디어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 조명자
또 한편으론 가족들 외지에 팽게치고 나 혼자 좋자고 시골집에서 개기고 있는 미안함을 면피하고 싶은 심정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마당을 나서자 나를 함뿍 반겼던 진달래 한 송이!

그 웃음 한조각을 가족들에게 보낸다. 내 집 담장 안 식구들 요염한 모습도 함께 날린다. 그냥 공짜로 생기는 행복. 봄은 우리에게 다가온 어린 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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