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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사건이었다. (검찰이)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끌었지만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잘된 일이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절대 신성불가침 법으로 (국민을) 괴롭혀 왔는데, 앞서 국회에서 국보법 폐지가 공론화된 것은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고 (이번 검찰의 결정은) 국보법이 폐지되는 확인사살을 한 것이다.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 소설 <태백산맥>.
ⓒ 해냄
검찰이 무려 11년동안 끌어왔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조만간 무혐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책의 저자인 조정래씨가 보인 반응이다.

조씨는 2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엄청난 독자들이 (태백산맥을) 읽었고 읽고 있어 방어 울타리가 됐다. 이때문에 함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라며 "시대도 계속 변화하고 더구나 국보법 폐지가 공론화된 상황에서 그 법을 적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국보법은 당연히 폐지돼야 하고 창작의 문제를 국보법이란 잣대로 괴롭히고 고문하는 행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국보법을 대체할 어떤 법을 만드느냐는 국보법이 폐지된 다음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검찰 고위관계자 "현 검찰총장 임기안에 <태백산맥> 불기소 결정 내릴 것"

한편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와 8개 단체가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씨와 출판사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현 검찰총장 임기 안에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결과를 송광수 검찰총장이 퇴임하는 오는 4월 2일 이전에 공식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태백산맥> 사건에 대해 최근 집중적인 법리검토를 했고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빠른 기일 내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맡고 있다. 공안1부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태백산맥>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리검토와 함께 대검 공안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무혐의'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소설가 조정래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처럼 검찰이 <태백산맥>의 이적성 여부에 대해 '무혐의(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은 이미 국민 수백만 명이 읽은 소위 '밀리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에 실정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 10년간 변화된 남북관계를 비롯해 국가보안법에 대해 달라진 국민들의 인식변화 등이 검찰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태백산맥>은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 문학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경찰대학교에서 권장도서로 선정할 정도로 국민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또 한나라당도 <태백산맥> 작품이나 저자 조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국보법 '찬양·고무' 조항에 대해서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할 정도였다.

'태백산맥' 불기소 결정으로 '국보법 폐지' 논쟁 재가열될 듯

그동안 검찰은 다른 고소·고발 사건과 달리 이번 <태백산맥> 사건에 대해 소설의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공소시효가 자동적으로 연장되기 때문에 결정을 미뤄왔었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해 정치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가열된 상황에서도 태백산맥 사건의 처리를 미루는데 대해 부담을 느꼈는지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따라서 '태백산맥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보법의 존폐가 그 결과를 결정할 것"이라며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국보법이 폐지되면 공소권 자체가 사라져 자동적으로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결국 검찰은 '최장기 미제사건'이라는 오명을 안겨줬던 <태백산맥> 사건을 털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정치권의 국보법 존폐 논쟁에 휘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히 송 총장이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전반에 검찰권의 독립을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퇴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송광수 검찰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이미 (국민) 수백만 명이 읽고 영화까지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지금 와서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는가"라며 "다만 총장이 이런 말을 하면 수사진에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국가보안법 폐지'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아니다. 얼마전 송 총장은 퇴임간담회에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형사 시스템(국가보안법 등)이 필요하다"고 검찰의 기본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국가보안법 논쟁이 보수 및 개혁 세력 사이에서 다시 거세게 가열될 전망된다. 오는 30일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가 김 내정자를 상대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어떠한지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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