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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련사이진철씨가 폭탄과 함께했다
조련사이진철씨가 폭탄과 함께했다 ⓒ 정종인
투우장에서 황제가 되기 위해 담금질이 한창인 싸움소들의 훈련장이 있는 정읍시 덕천면은 '우공(牛公)'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하다.

이 중 '지존'을 향해 돌격하는 싸움소 명조련사 이진철씨는 우주(牛主)인 신유복씨와 '찰떡궁합'을 이뤄 천하통일을 노리고 있다.

훈련에 열중하는 병종급 폭탄
훈련에 열중하는 병종급 폭탄 ⓒ 정종인
봄꽃 내리는 5월이면 정읍에서는 전국 최고의 싸움소들이 모여 한판 승부를 펼치는 축제가 열린다. 지난 해에도 전국민속투우축제가 동학혁명의 발상지인 정읍시 황토현 일원에서 열려 수많은 관중들이 모인 적이 있다.

정읍민속투우협회와 정읍시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정부가 인정하는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받아 국내 제일의 민속고유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마다 이 대회에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싸움소 100여 두 이상이 출전해 조별 토너먼트를 치른다.

정읍에서 자라나는 우량 싸움소 즐비

패기 넘치는 경기 장면과 사나이다운 우직함에 반해 싸움소 조련에 나선 이진철(49)씨.

지난 16일 청도에서 마침표를 찍은 '2005청도국제소싸움축제'에 테크닉이 뛰어난 '폭탄이'(병종)를 출전시킨 이씨는 초반부터 승승장구해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6년생인 '폭탄이'는 파워 넘치는 뿔치기를 앞세워 연전연승했지만 결승에서 만난 상대 소에게 체력의 열세를 실감하며 고배를 마셨다.

작년 12월부터 신유복씨 소유의 '폭탄이'를 조련한 이씨는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인 산타기와 스피드와 순발력을 강화하기 위한 뛰기, 힘을 기르기 위한 타이어 끌기 등으로 싸움소를 조련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우주 신유복씨와 조련사 이진철씨
우주 신유복씨와 조련사 이진철씨 ⓒ 정종인
6년생 '폭탄이' 올해 전국 대회 우승 목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으로 '폭탄이'를 조련한 이씨. 그가 자신과 동거동락하는 7마리 싸움소에 쏟아붓는 정성은 아내마저 시샘할 정도다.

이씨가 관리하는 싸움소들의 마리당 관리비는 50만원을 호가한다. 싸움소는 보리쌀, 콩, 밀 등을 볏단과 함께 끓인 여물을 주로 먹으며 가끔 들깨를 섞어 먹기도 한다. 정읍투우협회소속 '비호'는 사람도 구경하기 힘든 생낙지를 즐겨먹을 정도로 호사를 누리기도.

싸움소들은 경기가 임박하면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히 십전대보탕이나 개소주, 인삼, 장어탕, 미꾸라지와 뱀 등을 보양식으로 먹는다. 특이한 식성을 가진 싸움소는 심지어 개고기나 닭고기를 즐길 정도다.

2005청도대회준우승트로피. 폭탄이가 이번대회에서 병종 준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005청도대회준우승트로피. 폭탄이가 이번대회에서 병종 준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 정종인
산악훈련·타이어 끌기는 기본

자신이 관리하는 싸움소와 표정으로 대화까지 가능할 정도인 이씨는 소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산을 달려 오르는 산악 달리기를 기본으로 뒷다리 힘을 기르기 위한 타이어 끌고 달리기 훈련도 병행한다.

기본적인 체력훈련이 끝나면 뿔을 이용한 기술을 익히토록 산에 올라 뿔치기, 들치기, 뿔걸이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매일 싸움소들과 함께 기량 연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씨는 "어릴 때는 약한 소와 싸움을 시켜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타이어를 끌거나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뜀박질을 시켜 근력을 향상 시켜준다"며 "나무토막을 상대로 뿔 기술을 가르치고 유연성을 기르도록 전후좌우로 도는 연습을 반복시킨다"고 조련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현재 이씨가 위탁사육하고 있는 차세대 유망주들은 양시와 폭풍, 청강, 단성, 만기, 도깨비 등이다.

소싸움은 갑종(741kg이상),을종(740∼651kg),병종(650kg이하)등 각체급별로 실시된다. 올해 폭탄이 전국 대회 준우승의 휘파람을 분 것을 비롯해 지난 해에는 을종급에서 정읍투우협회소속 '비호'가 우승하여 상금 500만원을 받는 등 정읍에 분포한 싸움소들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게 투우협회측 설명이다.

싸움소들의 이마는 상처투성이다. 훈장과도 같은 폭탄이의 상처
싸움소들의 이마는 상처투성이다. 훈장과도 같은 폭탄이의 상처 ⓒ 정종인
투우협회의 정신적 대부이자 투우무대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폭탄이'의 소유주인 신유복씨는 "투우장 건립이 민자유치와 연계된 문제만 해소되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권사업이 알찬 준비를 마치고 시작되면 침체 일로에 놓여있는 지역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씨는 "상설투우경기장 건립사업 추진에 따른 사계절 관광지화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고용창출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우권사업과 관련 정읍시는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공사형태의 법인을 설립한 후 2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해 1만 5000평 부지에 상설투우경기장과 부대시설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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