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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강을 건너 해양생태공원으로 들어가는 다리
ⓒ 김성원
월곶 나들목 가까이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소래포구 옆 드넓은 갯벌에 인천 해양생태공원이 있다. 서울 가까이서 아이들과 소금만들기와 갯벌 체험을 해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니 한번 가볼 만 하다.

일제 때부터 천일염을 생산하던 20만 여 평의 최대 염전

지난 해 인천시는 일제 때부터 1996년까지 천일염을 생산하던 최대 염전이던 이곳을 갯벌과 해양생태를 학습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이곳에는 갯벌과 갯벌이 골을 이룬 갯골과 갯골에 바닷물이 흐르는 갯강이 있다. 이곳은 또한 갈대와 벌노랭이가 자라고 방게와 논게가 사는 습지생물 군락지이자 철새 도래지기도 하다.

도심 속 자연 포구인 소래 옆이라지만 서창2지구 택지개발을 위해 곳곳에 벌여놓은 아파트 공사 현장들로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다. 기대했던 포구의 모습은 고속도로 교각 밑에 펼쳐놓은 그물로만 알 수 있을 정도.

서해안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의 소음을 위로 하고 고속도로 교각 밑을 지나면 공원 주차장 확장 공사현장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개발과 보존의 깊은 차이만큼 크게 갯골을 벌리고 흐르는 검은 갯강 위로 해양생태공원으로 건너가는 길고 좁은 나무다리가 나타난다.

▲ 해양생태공원의 담수호
ⓒ 김성원
입구의 다리를 건너면 우측으로는 20만 평의 드넓은 갯벌 체험장이, 좌측으로는 폐염전과 갈대 숲이 시원하게 눈 앞에 펼쳐진다. 좌측의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이곳이 생태학습장임을 이내 알 수 있다. 500여 평의 담수 연못과 염전 뚝방 주위로 야외 학습장과 휴게 시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나무로 만든 장의자가 놓인 '해바른 쉼터' 옆에는 샤워장을 만들어 갯벌체험을 한 후 몸을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500평의 염전학습장으로 들어서면 바닷물을 가둬 소금을 만들던 염판이 마치 물을 채워놓은 논처럼 장방형으로 줄을 지어 있다. 염판은 간만의 차에 따라 바닷물이 먼저 들어오는 쪽에서부터 소금 창고 앞까지 소금을 만드는 흐름에 따라 저수지, 난치지역, 늦태지역, 결정지역과 해주(우기 시 소금결정을 만들기 직전의 염수를 저장하는 시설) 순서로 정렬되어 있다. 아마도 옛적엔 이곳 20만여 평의 염전이 모두 그러한 순서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소금을 생산하는 순서는 소금의 짠 정도를 나타내는 염도 2도의 저수지에 우선 바닷물을 가둔 후 난치지역에서 10일 동안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켜 염도 3~5도 정도로 만든다. 그 후 다시 늦태지역에서 14일간 염도 10~15도로 만든 뒤 마지막으로 결정지역에서 염도 24도 정도의 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면 이것을 거둬 소금창고에 저장한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는 갯벌 웅덩이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해주에 염도가 높은 염수를 저장해 놓았다. 이곳엔 해주에서 결정지역으로 염수를 끌어올리는 수차(발로 굴려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물레방아처럼 생긴 도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직접 수차를 굴려볼 수 있다.

토판, 옹패판, 타일판 세가지 염판

장방형의 논처럼 바닷물을 가둔 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개흙 염판은 막연히 그 바닥이 갯벌흙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토판, 옹패판, 타일판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었다.

토판은 1955년까지 사용되던 염판으로 개흙바닥에서 직접 생산한 소금을 토판염이라 불렀다. 이 소금은 갯벌 때문에 검은 색이 섞여 있으나 미네랄이 풍부하다.

옹패판은 그 이후 1955년부터 1980년까지 쓰인 염판으로 옹기(항아리) 조각으로 염판 바닥을 만든 것이다.

타일판은 소금 채취가 편리하고 일사광선을 잘 흡수할 수 있는 검은 색 타일을 그대로 개흙에 붙여 놓은 염판이다. 이때 타일은 갯벌의 흡착성으로 인해 물기만 있으면 고정된다.

폐염전이 되고만 지금은 그때 쓰던 옹패(항아리 조각)와 타일이 드넓은 갈대 숲의 바닥을 이루기도 하고 옹패와 타일 무덤이 된 채 남아 있기도 하다.

▲ 폐염전을 개보수 한 염전 학습장 전경
ⓒ 김성원

▲ 옹기와 타일을 염전 바닥에 깐 옹패판과 타일판
ⓒ 김성원

▲ 염판에 쓰였던 타일과 항아리 조각이 드러난 염전바닥과 옹패 무덤
ⓒ 김성원

▲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 소금결정 직전 단계의 염수를 저장하는 해주
ⓒ 김성원
소금창고들 생태학습관과 사진전시관으로 재활용

서해안고속도로와 갯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1km 이상 뻗어 있는 둑길을 따라 검은 색 소금 창고가 십여 개 남아있다. 이 중 일부는 외부는 그대로 둔 채 내부만을 수리해서 갯벌지역 식생물 생태강의를 들을 수 있는 '생태학습관'과 '소래옛모습사진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생태학습관은 지역의 시민모임에서 운영하며 매주 월~금요일 미리 단체 예약을 하면 약 20분 간 진행되는 강의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은 소금창고들은 오랜 세월의 해풍과 태양빛에 검게 타버린 채 나무 골조만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폐 소금창고 문 위에는 양질의 소금 생산을 독려하던 낡은 팻말과 책임자의 명판이 남아 있다. 예전 이곳에서 힘든 노동으로 천혜의 천일염을 만들며 살아가던 이들이 다시 이곳에 온다면 무엇을 생각할까. 이곳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에겐 갈대 숲의 새 소리만 들려온다.

▲ 옛 소금창고를 활용한 생태학습관과 해주에서 염수를 끌어올릴 때 사용하던 수차
ⓒ 김성원

▲ '좋은 품질은 무언의 선전이다'라고 쓴 폐 소금창고 입구의 팻말
ⓒ 김성원

▲ 갯벌 갈대 숲 위의 나무마루 갯골 관찰데크
ⓒ 김성원
소금창고 뒤 둑길을 넘어가면 위태롭게 곳곳이 파손된 채 길게 갯강을 따라 나 있는 갯골관찰데크를 보게 된다. 아마도 조수에 쉽사리 부식된 것 같다. 이곳에서는 갯강 주위 갈대 숲과 칠면초(1년생 해홍식물) 수풀에 머물다 갑작스레 무리를 지어 나르는 바닷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버려진 염전에 남아있는 소금꽃 핀 나무말뚝
ⓒ 김성원
비릿한 바다 내음조차 사라져 버린 폐염전 곳곳엔 고집스레 옛 염전의 나무 말뚝이 하얀 소금꽃을 피운 채 개흙에 깊게 박혀 있다. 이곳이 바다와 태양, 그 큰 자연이 주던 선물을 거두던 곳임을 그렇게 웅변하는 것인가. 한편에선 생태공원을 둘러싼 고속도로와 택지개발 지구의 개토 위로 자동차의 소음과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천남동구 도시정비과 (032-453-2670)
해양생태공원 사무소 (032-453-2961)

이용시간 : 월~금요일 (09:00~17:00)
입장료 무료

교통 편
1호선 전철을 이용 주안역 1번 출구로 나와 20번 버스를 타고 소래 풍림APT 하차, 또는 주안역 하차, 1번 출구로 나와 지하상가를 지나 38번 버스를 타고 소래 풍림APT 하차 후 풍림아프트 옆의 서해안고속도로 교각 밑 통로에 생태공원표지판 따라 진입
(각 역에서 버스로 약 30~40분 정도 소요)

자동차 이용 시에는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교차 지점 월곳 나들목으로 나와 우회전 후 곧 좌회전하여 소래대교를 지나 소래 풍림APT 옆 서해안고속도로 교각 밑 행양생태공원 표지판을 따라 진입, 해양생태공원 주차장에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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