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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에비뉴엘-백화점-호텔-영플라자를 묶어 '롯데타운' 형성을 꿈꾸고 있다.
롯데는 에비뉴엘-백화점-호텔-영플라자를 묶어 '롯데타운' 형성을 꿈꾸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이 25일 개장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이 25일 개장했다. ⓒ 롯데백화점
'당신은 지금 롯데타운으로 입장하고 있습니다.'

지하철2호선 을지로역과 롯데백화점과 연결된 통로에 박힌 '롯데타운'은 백화점으로 향하는 고객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있는 듯 했다. 25일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개장으로 롯데타운이 비로소 완성됐다.

현악 4중주 연주와 함께 열린 에비뉴엘 정문

분주하고 긴장된 빛이 역력했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개장을 앞두고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개장시간인 오전 10시30분 이전부터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정문 밖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매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전 10시33분 현악 4중주의 연주와 함께 대한민국 1%를 위한 공간,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정문이 열렸다. 매장면점 5200평(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명품관은 개장 전부터 화제를 뿌렸다. 정문 앞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한 노점상 12명과 마찰을 벌여 개장이 두차례나 연기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외형면에서 투입된 비용만도 1900여억원인 이곳에는 불가리, 샤넬, 까르띠에, 루이뷔통, 버버리 등 총 96개 명품 브랜드들이 총집합했다. 샤넬과 루이비통은 복층으로 운영되며 샤넬에는 전세계 2개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특별 향수를 판매할 예정이다. 루이뷔통과 까르띠에는 현재 공사중이다. 샤넬 역시 완벽하게 오픈을 한 상태는 아니다.

2층은 보석 및 시계명품 매장. 고가의 명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시계 멀티숍인 '크로노다임' 입구에는 정가 8억2150만원짜리인 '예거 르꿀드르'와 만나게 된다. 매장 직원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시계이고,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이 시계에 들어가 있어 비싸다"고 설명했다. 8억2150만원은 3인 가구 월평균 가계지출액(211만원)의 34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보석을 판매하는 마통 매장에는 1억4300만원의 목걸이도 진열돼 있었다. "이 매장이 다른 곳에도 있느냐"고 질문하자 마통 매장의 직원은 "우리나라에 하나 밖에 없는 매장"이라고 답했다. "목걸이가 상당이 고가"라고 묻자 "진열된 목걸이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싸다"면서 "나중에 경매를 통해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8억2150만원짜리 시계, 1억4300만원짜리 목걸이... 화장실에도 벽걸이TV

화장실도 '명품'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화장실 내부.
화장실도 '명품'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화장실 내부. ⓒ 오마이뉴스 박수원
청바지 입고 분주하게 움직인 장선윤 이사

검정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롯데쇼핑 장선윤(35. 사진) 이사는 25일 에비뉴엘 개장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였다.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손님으로 오해할 만했다. 그녀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로 명품관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

장 이사는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롯데쇼핑 신영자 부사장의 큰 딸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2002년부터 해외명품팀장을 맡았다. 올해 인사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수수한 차림의 장 이사는 개장에 맞춰 한층 한층을 직접 돌며 개선 사항을 챙겼다. 장 이사 옆에서 하성동 해외명품팀장은 수첩을 들고 서서 지적 사항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기록했다.

장 이사는 에비뉴엘 개장을 위해 해외명품업체 CEO를 직접 만나 비지니스를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성공 여부가 향후 장 이사의 활동 보폭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화장실은 화장실이 아니라 '휴식 공간'이다. 쇼파와 함께 평면TV가 있고 층별로 디자인도 다르다. 이곳에 들어선 한 고객은 이렇게 탄성을 질렀다. "야, 화장실도 진짜 럭셔리하다."

에비뉴엘은 명품VIP고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곳곳에 마련했다. 4층 멤버스 클럽은 잘 꾸며진 응접실이다. 에비뉴엘측은 이 공간을 이용해 개인 비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고, 가까운 지인들과 개인적인 모임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멤버스 클럽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특별한 90명 정도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롯데백화점 명품 VIP고객을 비롯해 각 브랜드와 연계한 데이터를 활용해 500여명에게 멤버십 카드를 주고 VIP도서관, 에비뉴엘 라운즈를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에비뉴엘을 이용하게 될까. 2층에서 만난 김은순(가명. 72. 경기도 과천)씨는 자칭 '명품 마니아'다. 친구 4명과 함께 에비뉴엘 개장에 맞춰 특별한 쇼핑에 나섰다.

"난 사실 소공동에 롯데백화점 처음 생겼을 때부터 다녔어. 미소니, 센죤, 샤넬 아니면 안 써. 집이 과천이라 삼성동 현대백화점도 가끔 가지만 여기가 좋아. 명품 팀장과도 친해서 롯데백화점을 우리 집 처럼 다니고 있어. 에비뉴엘 개장한다고 해서 와보니 아주 잘해놨네."

김씨는 7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는 "1년에 롯데백화점에서 2000만원, 삼성동 현대백화점에서 1000만원 정도 명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천에 살기 전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았다는 김씨는 "오늘도 미소니나 센죤에서 옷 하나 사려고 나왔어"라며 3층으로 향했다.

25일 이곳을 찾은 손님 대부분은 50·60대 중년 여성들. 간혹 20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20대 3명은 둘러본 느낌을 묻자 "예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곳곳에 전시된 미술품과 실내장식들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1층부터 5층까지 상품 매장을 둘러본 후 만난 가장 싼 제품은 5층 오가닉 코튼에서 파는 2만원짜리 '딸랑이'였다. 침구와 유아용품을 함께 파는 이 곳은 다른 명품점과 비교해 '그래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남대문시장을 다녀왔다는 60대 여성은 이 곳에서 손자 옷을 구입했다.

누가 명품관을 찾는가

에비뉴엘에는 8억2150만원짜리 시계, 1억4300만원짜리 목걸이 등 "세계에서 이곳에만 있는 명품"이라고 말하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가장 싼 물건은 2만원짜리 '딸랑이'였다. 사진은 5층 한 매장 내부.
에비뉴엘에는 8억2150만원짜리 시계, 1억4300만원짜리 목걸이 등 "세계에서 이곳에만 있는 명품"이라고 말하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가장 싼 물건은 2만원짜리 '딸랑이'였다. 사진은 5층 한 매장 내부. ⓒ 오마이뉴스 박수원
에비뉴엘은 롯데백화점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6층 롯데시네마에서 만난 진아무개(31. 직장인)씨는 명품관 오픈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그에게 명품에 대한 견해를 묻자 "명품은 이미지 아니냐"면서 "구경은 할 수 있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이 수백만원씩 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요즘은 오히려 20대가 명품 선호도가 강하다"면서 "명품을 선호하는 직장 후배들로부터 '꽉데기가 중요하니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롯데측은 에비뉴엘이 백화점과 영플라자 등과 함께 묶여 롯데타운을 형성함으로써, 지역 상권이 상호 발전하는 '명동 상권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명품관 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롯데백화점 앞에서 신문가판과 음료수를 팔고 있는 소매상은 "거기(에비뉴엘) 오는 사람들이 여기와서 뭘 사겠어, 똑같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그동안 저항해왔던 노점상 12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들은 오는 28일부터 다시 장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12명 가운데 한명인 이미순(가명. 62)씨는 "다시 장사를 하게 돼 그래도 다행"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는 연간 1500억원 매출로 최고의 명품매장을 지향하는 에비뉴엘과 노점상 12명이 공존하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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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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