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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랑환상곡 음반 표지
ⓒ 신나라
2002년 9월 22일 동아일보를 보면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온다.

“21일 KBS 황수경 아나운서와 조선중앙TV 백승란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2시간 동안 열린 합동 공연에는 ‘아리랑’,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등 북한의 대표적인 관현악곡과 스메타나의 ‘몰다우 강’, 가곡 ‘그리워’등이 연주됐으며 공연 실황은 남북한 전역에 동시 생중계됐다.”

이 뿐 아니라 남북한은 ‘6·15남북공동성명’ 이후 음악 부분에도 상당한 교류가 있었다. 양쪽의 음악인들이 남북을 오가며 연주를 하고, 이를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했으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교류 속에서도 북한의 음악을 음반으로 들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북한의 음악을 음반으로 내려는 시도를 한 음반사가 별로 없었던 것도 그 까닭의 하나는 아닌지 모른다.

그런데 3월초에 신나라가 최근 북한의 음악을 담은 음반을 내놓았다. 북한의 대표적 교향악단인 국립교향악단과 윤이상 관현악단이 연주한 '아리랑 환상곡'과 '민요삼천리' 등 두 장의 음반이 그것이다. 이들 음반은 일본 신세계레코드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음원 중 70년대 이후의 오케스트라 음악을 재정리해 만들었다. 무엇보다 두 음반 모두 우리 전통 민요를 서양의 관현악으로 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중 ‘아리랑환상곡’을 보면 북한이 그동안 ‘아리랑’을 민족의 음악으로 극진히 대우해왔다는 점에서 북한관현악과 아리랑 상황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유용한 자료라는 평가다. 북한은 ‘아리랑’을 주요행사의 의전음악과 방송음악으로 쓰고, ‘피바다’를 비롯한 혁명가극의 주요 장면에 배치하거나 많은 영화의 배경음악에 쓰며, 전자음악, 소조음악, 무용음악 등에서는 거의 '아리랑‘을 관현악화 하여 쓰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신나라에서는 그동안 ‘아리랑’에 많은 관심을 쏟고, 8장의 시디에 한 집안 3대, 10명 소리꾼들의 소리를 채록한 ‘정선아리랑’ 등 6장의 '아리랑‘ 음반을 낸 일련의 작업이란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아리랑’은 북한뿐 아니라 온 겨레가 소중히 생각하는 민족음악이다. 이 음반을 발매한 신나라 김기순 회장은 ‘아리랑의 참된 의미’라는 글에서 “아리랑 속에는 인간의 모든 아픔과 갈등, 그리고 용서와 화해, 그리고 강력한 저항과 울분이 녹아 있습니다. 아리랑은 그냥 노래가 아닙니다. 아리랑은 삶과 죽음의 소리입니다. 아리랑은 정신을 토해내는 울부짖음이요, 천하를 가슴에 품고 용서하는 해원의 소리인 것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관현악곡 아리랑’, ‘본조아리랑을 주제로 한 환상곡’, ‘경상도아리랑을 주제로 한 환상곡’ 외에 처음 소개되는 5곡이 더 들어 있는데 첫곡 ‘강남아리랑(그리운 강남)’에서의 플루트 연주는 봄날의 노고지리(종달새) 소리를 듣는 듯하다.

▲ 민요삼천리 음반 표지
ⓒ 신나라
이어서 들어보는 ‘민요삼천리’는 각 지방의 특색 있는 민요가락을 관현악단이 연주하여 동서양의 접점을 찾아보자는 것과 ‘615남북공동성명’ 다섯 돌을 맞이하여 각 지방의 민요와 함께 남과 북이 분단을 넘어 화합하자는 것이 음반의 기획의도라고 신나라는 말한다.

이 '민요삼천리' 음반에는 플루트, 바이올린, 기타, 첼로, 피아노, 오보에 등이 협연한 '해녀의 노래-너냥 나냥'(제주도) '옹헤야'(경상도) '한오백년'(강원도) '신아우'(함경도) '도라지'(황해도) '룡강기나리'(평안도) 등 각 지방 민요 10곡이 수록됐다.

북한은 우리처럼 음악을 국악과 양악으로 나누지 않고 민족음악, 교향악, 배합관현악, 성악 등의 분야로 구분한다고 하는데 이 중 '배합관현악'은 전통악기 혹은 개량악기와 서양악기가 같이 연주하는 방식이며. 이번 음반은 이 배합관현악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신나라는 이 음반의 느낌을 ‘신선한 낯섦’ 정도로 이야기 하는데 내가 들어본 느낌은 전혀 ‘낯섦’이 아니다. 그저 ‘우리 겨레의 따뜻한 소리를 배합관현악의 연주로 들어보는 신선함’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말하고 싶다. 북한 관현악단이 연주했다는 정보 없이 들으면 남한의 한 교향악단의 연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이다.

이 두 음반에서 연주한 오케스트라는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윤이상 관현악단’이다. 이중 북한 국립교향악단은 1946년에 창단하여 모란봉 예술극장 소속으로 활동 중인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며, 200명이 넘는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또 윤이상 관현악단은 1984년에 만들어진 평양 윤이상 연구소 산하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이다.

많은 사람들은 통일의 당위성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 당위성을 위해서 정작 자신은 무슨 일을 해야만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때 이 두 장의 음반을 통해서 북한의 음악을 접해보고 같은 겨레로서의 동질성을 느껴보는 것이 통일을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화창한 봄날, 이 음반은 어쩌면 통일의 전주곡이 아닐까?

다음은 24일 김기순 신나라 회장 인터뷰.

- 북한의 음악을 음반으로 낸 목적은?
“남북한의 통일은 당위성입니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서는 민족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문화의 교류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문화교류를, 남북음악의 왕래를 위해서라면 신나라는 무엇이든 하려합니다. 현재 여건이 열악하여 뜻대로 음반을 낼 수는 없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일본 신세계레코드사로부터 음원을 들여왔는데 북한의 음악을 직접 녹음할 계획은?
“아직은 남북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우회로를 통해 음원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여건이 좋아져 남북교류가 활발해지고, 북에 들어가 직접 녹음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 앞으로 북한음반의 발매 계획은?
“일본 신세계레코드사로 부터 들여온 음원 중 이번 음반에 담지 못한 음악들을 다시 정리하여 연말쯤 2집을 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창극인 춘향전, 심청전, 배비장전, 콩쥐팥쥐전 등의 음반을 낼 예정이며, 북한 대중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된 좋은 음악들을 선정하여 음반 발매를 지속적으로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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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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