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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권위 건물. 장애인들이 내건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은 없다'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24일 인권위 건물. 장애인들이 내건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은 없다'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 강이종행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은 없다'

오늘(24일) 오후 서울시 중구 무교동길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 내걸린 현수막 문구이다. 이날 오후 3시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 농성에 들어간 30여명의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www.420.or.kr)이 내건 것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 단체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 정당·시민단체 등 8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공동투쟁단은 이날부터 다음달 20일 '장애인의 날'까지 농성장을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여러 가지 행사의 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인권위 점거 농성 들어가

이들이 이날 인권위 점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장애인 빈곤, 교육, 체육활동 등 정부가 장애인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선언하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두 건의 장애인 사망 사건이 정부의 무성의한 장애인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지난 20일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한강에 투신 사망했고 같은 날 노점상을 하던 청각장애인이 노점상 단속으로 인한 벌금 70만원을 준비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박현 공동투쟁단 기획실장은 "소외 받고 무시당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근본문제는 지금까지 나아지지 않았다"며 "매년 4·20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 4년 동안 바뀐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기획실장은 "우리는 인권위와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권위가 형식적으로 접근했던 장애인 문제에 제대로 된 접근을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인권위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한 농성단이 약식 집회를 갖고 있다.
24일 인권위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한 농성단이 약식 집회를 갖고 있다. ⓒ 강이종행
"노 정권, 장애인 문제 변화 없어... 극단적 행동 해야만 관심"

박 실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장애인들에 대한 시민의식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지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정치권이 당리당략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날 만난 한 장애인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아무 것도 없었다"며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자살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해야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법률의 즉각적인 제정을 주장했다. 이들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장애인교육지원법, 농아인 권리를 보장하는 도로교통법·영화진흥법·선거법 등도 제정되거나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확보를 위한 계획을 마련하라"며 "특히 고통받는 장애여성의 권리보장을 위해 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문화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투쟁단은 앞으로 토론회와 가두 집회 등을 통해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26일 오후 2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1회 전국 장애인 대회를 개최한다. 또 30일에는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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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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