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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술계에는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첫 번째로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프로젝트팀 '액티브 아이(active i)'가 펼치는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 '인사동 전시퍼즐'을 소개한다. 다음은 지난 19일 프로그램에 동행한 필자의 취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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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대중 사이> 연재를 시작하며

출발전 거리에서 도슨트들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출발전 거리에서 도슨트들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백종옥
'인사동 전시퍼즐'을 아시나요?

'인사동 전시퍼즐'이 시작되는 오후 1시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필자는 인파가 붐비는 토요일의 인사동 거리를 둘러보다가 마침 열심히 프로그램 홍보를 하고 있는 '액티브 아이'의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행인들에게 홍보물을 돌리면서 적극적으로 '인사동 전시퍼즐'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보통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30분 전에 집중적으로 홍보를 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들은 이런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 홍보에 대해 약간 낯설어하면서도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필자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취재하는 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적으면 어쩌나'하며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1시가 되자 이런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렸다.

벌써 10여명의 참가자들이 인사동 초입의 한 편의점 앞에 세워진 인사동 전시퍼즐 광고판 주변에 모여 있었고 작은 마이크를 착용한 2명의 도슨트(전시 해설자)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프로그램 안내를 시작하였다.

8회째인 이번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에서 방문할 전시회는 인사동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사이드'의 김순희 개인전 '2.6차원 속의 나비'(3월9일∼3월21일)>와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예감 2005-일상의 향기'(3월9일∼3월22일).

대략 1시간 동안 2개의 전시회를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주로 일반대중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현대미술전시회를 도슨트들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감상하고 체험하는 것이 기본 내용이라고 하겠다.

차분히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가 김순희의 설치작품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차분히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가 김순희의 설치작품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 백종옥
도슨트와 함께 전시보기

도슨트들의 안내에 따라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먼저 갤러리 아트사이드로 이동하였다. 한적했던 전시장 안은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들어서자 금세 활기를 띠었는데,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어느새 30여명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투명한 철망과 아크릴 반구를 사용하여 유사한 형태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작가 자신의 삶의 자세와 우주의 생성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김순희의 설치 작품을 도슨트가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이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전시장 1, 2, 3층을 돌며 설명을 마친 도슨트는 참가자들에게 질문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몇몇 참가자들은 작품에 대해 상당히 날카롭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긴혹 도슨트가 예상치 못한 질문도 날렸다.

참가자:(작가가 만든 많은 사다리들을 가리키며)"이게 모두 몇 개죠?"
도슨트: "시간 있으시면 한 번 직접 세어보세요"(모두 웃음)

약간 '생뚱맞지'만 이런 솔직하고 생생한 질문들 덕분에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 더욱 친근해지는 것 같았다.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일상의 향기'전을 관람하는 참가자들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일상의 향기'전을 관람하는 참가자들 ⓒ 백종옥
이제 두번째 목적지는 인사동 네거리에 위치한 선화랑. 인사동을 가득 메운 인파를 헤쳐나가며 참가자들은 선화랑에 도착했다. 일상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예감 2005-일상의 향기'전엔 강유진, 김수강, 박대규 등 8명의 작가들이 출품하였는데 도슨트는 한 작품 한 작품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설명을 통해 참가자들을 이끌어 나갔다.

만약 일반인들이 혼자 전시장을 방문했다면 많은 작품들을 의미도 모른 채 대충 보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슨트의 안내를 따르는 참가자들은 낯선 미술작품을 차분히 음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인사동 전시퍼즐에 대한 도슨트의 안내와 함께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은 끝났고 많은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전시장을 떠나기 전 참가자들은 모두 액티브 아이가 제공한 설문지를 작성했는데 이는 프로그램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였다.

필자는 3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까지 액티브 아이의 양지연 지도교수와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다시 3시 프로그램을 참관하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많은 참가자들 중에 '인사동에 자주 가는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이 단체로 참여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3시 프로그램에서는 도슨트와 참가자들 사이에 더욱 적극적인 대화가 이루어졌다.

주말의 인사동거리는 인파로 넘쳐난다. 이 사람들이 모두 미술애호가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의 인사동거리는 인파로 넘쳐난다. 이 사람들이 모두 미술애호가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백종옥
프로그램의 문화적 의미

3시 프로그램이 끝난후 참가자들 중 '인사동에 자주 가는 사람들'의 남성회원 한 명을 인터뷰했는데 사무직에 종사한다는 그는 놀랍게도 이번이 7번째 참가라고 하였다. 인사동 전시퍼즐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일반대중들이 전시회를 방문하는데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고 특히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상시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된다면 유익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프로그램 참관을 마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사동 거리를 걸어나오면서 필자는 잠시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미술애호가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 잠겼다.

인사동 거리는 서울시내 40%에 해당되는 60여개의 크고 작은 화랑과 전시장들이 밀집되어 있고 끊임없이 전시회가 개최되는 미술문화의 메카다. 그러나 어느덧 상업화의 바람 속에 갈수록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정작 전시장들은 한산한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인사동 전시퍼즐'은 이러한 인사동의 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프로그램이자 머지 않아 우리 미술계를 풍성한 과수원으로 변모시킬 씨뿌리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액티브 아이의 의미있는 활동에 뜨거운 갈채를 보내며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인사동에 가거든 '인사동 전시퍼즐'을 찾아라!"

현대미술과 대중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프로젝트팀
[인터뷰]액티브 아이(active i)

▲ 액티브 아이의 양지연 지도교수(좌로부터 여섯 번째)와 학생들

양지연 교수(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와 액티브 아이의 여러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 언제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였나?
양지연 교수(이하 양):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상한 것은 2003년 가을부터이다. 나름대로 아이디어에 대한 타당성과 반응 등을 점검하고 학생들과 논의해 오다가, 2004년 4월부터 팀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약 6개월간의 시장조사와 스터디를 거쳐 프로그램의 틀을 만들고 2004년 11월 20일 토요일에 첫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 이 프로그램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최근 미술의 대중화가 화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적인 차원에서 미술문화를 편안하고 자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말이면 미술전시를 보면서 기분전환과 정신적인 재충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주위 사람들과 전시에 대한 얘기들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

문화선진국의 진정한 모습은 거창하고 외형적인 데 있지 않다. 이에 대한 일반시민의 욕구도 상당히 높아졌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통로는 부족하다. 인사동 역시 일년 내내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가 끊임없이 열리는 대표적인 미술의 중심지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인 욕구를 갖고 이곳을 찾지만 인사동의 미술전시를 향유하는 문화는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다. <인사동전시퍼즐>은 이 둘 사이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다."

-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재정적인 지원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 프로그램은 미술을 좀 더 일상적인 차원에서 깊이 있게 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명감과 열망으로부터 출발되었고, 대학인의 사회봉사 차원의 성격도 갖고 있다. 따라서 참여하는 누구도 특별한 보수나 이익을 기대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가 지원된다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내실을 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인사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생각은 있는가?
: "무엇보다도 대중들이 많이 모이고 전시회가 빈번한 인사동에서 우선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 "우선은 지속적으로 이어나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기 때문에 몇 년이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적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삶 속에서 미술문화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동시에, 전시설명 프로그램 내용과 형식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전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해설해주는 것이 아닌, 미술문화에 대한 주체적인 참여를 창출하고 '재미'도 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액티브 아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학생: "현대미술과 대중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액티브 아이(active i)는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의 프로젝트팀으로 지도교수님과 선배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중심으로 총 12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장과 부회장은 대외업무와 총괄을 담당하고 홍보운영팀에서는 프로그램 홍보와 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 도슨트팀은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전시선정, 작가, 작품, 자료조사 등을 맡고 있다."

-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학생: "우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첫째, 셋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인사동의 전시를 조사한다. 인사동 전시들은 대부분 전시기간이 짧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전시나 전시장들이 선정되게 된다. 여러 전시들을 조사하고 직접 방문한 후 회의를 거쳐 두 개의 전시를 선택한다. 전시가 선정되면 관련 자료들을 연구하고 기관 측의 협조 하에 작가, 큐레이터 등과 인터뷰를 하여 내용의 틀을 만든다. 몇 번의 내부 모의시험을 거친 후에야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이때 전시안내문 제작 및 홍보도 함께 진행된다."

- 상당히 힘든 과정을 거치며 준비하는데 액티브 아이의 구성원인 학생들은 스스로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생:"무엇보다도 스스로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고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즐겁다."

-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학생: "무엇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장소에서 미리 모여 출발하는 인원보다 이동 중에 우연히 합류하거나 전시장에서 합류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일단 참여하면 대부분 끝까지 함께 하는데, 처음부터 함께 출발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역시 홍보 문제일 것이다.

프로그램이 인사동 거리에서 시작되고 전시장을 옮겨 다니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날에는 홍보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1시간 가량 인사동에서 전시를 보게 되는데 관객들이 중간 중간에 잠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없다는 것과 전시관람이 끝난 후에도 저희 팀원들과 관객들이 좀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항상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 이 프로그램에는 보통 몇명 정도의 시민들이 참여하나?
학생: "적게는 3, 4명, 많게는 30명 정도가 참여하며 평균적으로는 10명 정도가 참여한다. 현재까지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홍보하기 때문에 20∼30대가 주를 이룬다. 간혹 단체로 방문의사를 예약하는 분들도 있고 날씨나 시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학생: "매번 관객 분들께 설문조사를 시행하는데 그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서 그날 관객들의 반응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인사동에 숨어있는 새로운 전시장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색다른 전시를 만나 이해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대부분 유명전시장, 대형전시에서만 전시설명이 제공되는데, 이렇게 작은 전시장의 유명하지 않은 전시(?)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놀라워 하고 기뻐한다. 다행히 횟수를 더할수록 관람객들의 반응이 더욱 좋아지고 있으며 저희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빠지지 않고 오시는 분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백종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말미술캠프(www.weekendartcamp.com)의 아트뉴스 코너에도 소개됩니다. 

<인사동 전시퍼즐> ( http://exhibitionpuzzle.cyworld.com )
주최: active i(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프로젝트팀)
대상: 누구나(미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장소: 인사동거리 일대 전시장 (동덕아트갤러리 앞 집결)
일시: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 오후 1시와 3시
참가: 무료(유료 전시의 경우 입장료)
준비물: 편한 신발과 열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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