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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음악, 미술, 연극, 오페라 등 모든 예술활동에는 창작을 담당하는 전문인들과 더불어 각각의 예술 장르를 사랑하고 향유하는 애호가들이 늘 함께 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애호가들이야말로 예술가들에겐 창작활동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감상하고 심취하는 애호가들이 없다면 아마도 예술가들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을 헤매는 듯한 황량함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필자는 이런 황량함을 종종 인적없는 미술관이나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의 미술전시회를 둘러볼 때마다 뼈져리게 느껴왔다. 물론 최근 블록버스터형 대형미술전시회들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긴하지만 아직 이러한 현상은 주로 '외국산 수입 전시회'일 경우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서 필자는 여러 예술장르 중에서도 여전히 애호가나 마니아층이 뚜렷히 자리잡히지 않은 미술계에서 미술의 대중화야말로 만성적인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미술계를 치유할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미술의 대중화는 경제적으로 보자면 여러 가지 미술 관련 시장의 소비자층을 넓히고 파이를 크게 키우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술계 일각에서는 몇몇 작가들을 집중지원해서 스타를 만들어내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에서 무기력증을 타개할 활력소를 찾으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미술계의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앞선다.

왜냐하면 앞에서 열거한 대책들은 소수의 작가들과 몇몇 갤러리들을 위한 대책일뿐이지 한국미술계 전체의 유기적인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청난 상금이나 요란한 언론플레이로 스타만들기를 한다고 해도 자칫 대중들에게 미술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만을 심어주기 쉽다.

한편으로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미술을 매우 무가치한 과목으로 각인시켜 미래의 미술애호가로 자라날 가능성을 말살해버리는 반문화적인 입시위주의 교육환경도 미술계를 무기력증에 빠지게 하는 구조적인 원인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역시 미술계의 활력을 위한 장기적인 해법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일상속에서 미술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만드는 것인데 미술계와 미술애호가들의 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모범적인 예로 독일의 경우를 보면, 각 도시마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200여 개의 '쿤스트 페어라인( Kunstverein, 미술협회)'에 전국적으로 20만명이 넘는 학생, 일반인, 지역기업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재정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미술애호가들이 독일 미술문화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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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술애호가들이 많다보니 당연히 여러 가지 성격의 콜렉터들이 생겨나고 갤러리나 미술시장도 개방적이고 다양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물론 전업작가들의 층도 보다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현재 미술애호가들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지만 대형 미술전시회의 관람객들이나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미술 관련 동호회들의 회원수를 통해 미술문화에 대한 소비욕구가 있는 잠재적인 미술애호 인구의 규모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짐작’ 수준이 아니라 독일보다 약 3배의 미술전공자들을 배출해내는 한국에서는 적어도 30만명 내외의 보다 가시적이고 안정적인 미술애호가 층이 생겨날 때까지, 예를 들어 미술애호가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술계에 필수적인 구성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연구, 관리하는 기초사업을 미술계 스스로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

이제 한국에서도 홍보를 많이 하는 대형미술전시회엔 수 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정도로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미술계내에서도 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행사들을 점점 더 많이 시도하고 있다.

때문에 미술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미술에 대한 소박한 관심을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전시회관람이나 미술품수집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와 시스템들을 개발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미술의 대중화’라고 하면 누구나 아는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미술의 대중화를 어떤 구체적인 형태로 현실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미술계의 다양한 현장에서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독자들에겐 유익한 미술 관련 정보를 전달하려는 이 연재가 실제로 ‘미술과 대중 사이’를 좁히고 ‘일상 속에서 미술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말미술캠프(www.weekendartcamp.com)의 아트뉴스코너에도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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