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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트 월 갤러리 - 전시장을 찾은 관객
ⓒ 심은식
이번 주말에는 복잡하고 자극적인 생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이클 케냐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만나보자. 청담동에 위치한 와이트 월 갤러리에서 3월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90년대 이후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진가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그의 초기작과 근작 등 모두 60여점이 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 White Copse, Wakkanai, Hokkaido, Japan. 2004 (Copyright Michael Kenna) 여백에 비중을 둔 사진은 정제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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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공명하는 사진가

지난 2003년 같은 갤러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기도 했던 작가는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사진으로 찬사를 받았고 당시 '마이클 케냐 따라 하기' 열풍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넓은 공감대와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일부의 사진전이 추상적이거나 실험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대중적 접근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반면 그의 풍경사진들은 편안함과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흑과 백으로 단순화된 풍경은 직관적이며 설명도 필요치 않다. 보고 느끼고 감동한다.

그러나 이 매우 쉬운(?) 과정을 만들어 내기까지 작가는 같은 장소를 몇 달씩 혹은 10여 년에 걸쳐 방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풍경과 공명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 Ratcliffe Power Station, Study 51, Nottinghamshire, England. 1987 (Copyright Michael Kenna) 1984년부터 계속된 그의 '발전소' 작업은 그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깊이 사물을 응시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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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단순한 풍경에서 벗어나 우리와 눈을 마주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한다. 별이 흐르는 밤하늘 아래의 조각상, 눈이 내린 벌판의 관목숲, 텅 빈 공원의 빈 의자들, 발전소의 거대한 굴뚝들은 더 이상 사물이 아니라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여백과 고요함이 만들어내는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된다.

▲ Night Shadows, St Malo, France. 2000(Copyright Michael K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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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작은 사이즈의 프린트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관객이 사진을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박연선 큐레이터의 설명은 그가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대상들을 바라보는지 짐작하게 했다. 방치된 말뚝, 버려진 의자조차도 미적 대상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시선이 보여준 이 경이롭고 평온한 경지는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때로는 어떠한 말보다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 Octagonal Basin,Sceaux,France,1996 (Copyright Michael K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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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25일 직접 전시장을 찾아 관객과의 시간을 갖는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의 풍경을 담는 작업도 계획 중이라고 하니 그가 보여줄 한국의 고요함은 또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작가 소개
마이클 케냐(Michael Kenna 1953~ )

1953년 영국 위드네스에서 출생
10대 시절 신학교를 다녔으나 이후 진로를 바꿔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1980년대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주목을 받기 시작해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사진가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며 2000년에는 프랑스정부로부터 문화 예술 공로 훈장를 받기도 했다.

작가 홈페이지 http://www.michaelkenna.net/

덧붙이는 글 | <<전시정보>>
전시 장소: 와이트 월 갤러리 (http://www.wwgallery.co.kr 02-548-7520/1) 
전시 기간: 2005년 3월18일 - 4월 17일 
관람 시간: 오전 11시-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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