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철도매점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조 회의실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철도매점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조 회의실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석희열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은 7일 "철도매점노조 주도의 사전협의 없는 집단휴업은 명백한 계약위반 행위에 해당하며 가담자 모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면서 "특히 주동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고자 원직 복직 ▲노조활동 보장 ▲4대 보험 적용 및 유급휴일 보장 등의 노조의 핵심요구에 대해서도 "개인사업자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 보장 등 운영조건 개선과 관련해서는 일정 기준을 정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측, 집단휴업 계속하면 법적 대응

한국철도유통 선만용 노사담당 차장은 "용역관리 운영자(개인사업자)들의 불법적인 집단휴업을 무기한으로 방치할 수 없어 각 지사장을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태"라며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들이 영업장에 복귀한다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고자 복직과 노조활동 보장, 유급휴일 보장 등의 요구사항은, 개인사업자는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고 "끝까지 회사의 방침에 불응할 시에는 주동자를 가려내어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주력상품인 신문, 복권, 담배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회사에서도 적자 운영에 따른 타격이 크다"면서 "전 직원이 상여금 200%를 반납한 상태에서 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 다만 최저임금 보장과 관련해서는 일정 기준을 정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노조파괴 공작에 맞서 회사 비리 폭로하겠다"

20일째 동맹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매점 노동자들이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일째 동맹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매점 노동자들이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철도매점노조
사측과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철도매점노조는 거점지역을 통한 현장투쟁을 확대하는 등 투쟁 수위를 점점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노조는 용산역 광장 등 대중집회를 통해 회사의 비리를 폭로한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전평호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을 상대로 가정방문과 전화를 통해 회유와 압박을 계속하는 등 사측의 노조파괴 공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하고 "7일부터 청량리역, 수원역, 용산역 등 6개 거점지역에서 홍익회가 그동안 저질러왔던 비인간적인 차별대우와 부당한 노동탄압, 각종 금품비리 등을 시민들에게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사측의 태도에 달려 있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사측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지금이라도 사측은 탄압을 중단하고 노조의 정당한 대화 요구에 나서 대국민 직격탄을 피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에 따르면 7일 현재 서울과 경인지역 30개 매점이 동맹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조합원 60여명이 영업행위를 포기하고 최저임금(월 75만원) 보장을 위해 파업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에서는 12개 매점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

"아들 결혼식 때도 제대로 못 쉬어"

노조사무실 등에서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는 매점노동자들은 "사측은 원호사업을 핑계로 힘없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면서 "힘없고 빽없는 매점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원호사업을 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내놓아라"며, 지난 1월 공사로 전환한 뒤 바뀐 사측의 사업목적을 밝힐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서울 석계역 플랫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락진(55)씨는 "하루 16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도 회사로부터 끊임없는 노동 감시를 받고 있다"며 "아침에 문을 늦게 열거나 일이 있어 잠시 문을 닫게 되면 경고를 받을까봐 불안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도봉구 창동 플랫폼에서 10년 넘게 종합잡화점을 하고 있는 양순자(52)씨는 "얼마 전 아들 결혼식이 있어 이틀을 쉬게 해달라고 했더니 지사장이 거절했다"면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집안에 애경사가 있으면 얼마든지 계약 당사자간 협의에 의해 휴일을 보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급휴일에 대해서는 각 영업장마다 환경이 다르고 또 개인사업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측의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도 노동자 아니다?

노조에서는 ▲성과급영업원 ▲성과급영업원에서 2000~2001년 용역전환한 개인사업자 ▲2001년 이후 계약한 개인사업자 등으로 구별되어 제각각인 계약서를 통일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분을 여러 갈래로 나눠 차등지급하고 있는 현재의 수수료(용역비: 월급)를 합리적으로 하나로 묶어 동일 지급해 달라는 것.

노조는 또 1년 단위의 재계약이 매점노동자들의 신분을 불안하게 하고 노동환경을 점점 더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며 한번 계약으로 정년을 보장하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사측이 1년마다 재계약을 강요하는 것은 매점노동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우선 노사 협상대표가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사측에 대화에 나서줄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관계법상 조합원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과는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매점의 파행운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현재 노동자성 인정을 전제로 한 노조의 어떠한 요구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철도유통은 '1사 2노'?
'용업관리 운영자' 노동자성 두고 논란

㈜한국철도유통에는 현재 전국철도산업노련 홍익회노동조합(아래 홍익회노조)과 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매점본부(아래 철도매점노조) 등 2개 노동조합이 있다. 홍익회노조에는 주로 기차안 판매원, KTX 승무서비스원 등이 가입해 있고 조합원은 1300여명이다. 반면 철도매점노조에는 전국의 기차역과 전철역 플랫폼에서 근무하는 매점노동자 230여명이 가입해 있다.

사측은 홍익회노조와는 매년 임금협상을 비롯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철도매점노조와는 법적으로 자격을 갖춘 조합원이 없다는 이유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의 실체는 인정하지만 자격이 없는 조합원(용역관리원)과의 단체교섭은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것.

사측은 철도매점노조에 가입해 있는 조합원 가운데 자격을 갖춘 조합원은 2명(성과급 영업원)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측은 용역관리 운영자들은 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노동법상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조합원이 대부분 사업자 신분인 철도매점노조와는 운영조건을 제외한 노동법상의 단체교섭은 절대 불가라는 방침이다.

반면 철도매점노조에서는 계약서상으로는 개인사업자이지만 현실적으로 개폐시간 및 영업행위 등 노동행위 전반에 걸쳐 회사의 지휘 감독을 받기 때문에 매점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자발적이었다는 사측 주장과는 달리 2000~2001년 사이 성과급영업원에서 용역관리원으로 전환할 당시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 울산 동구청이 노조설립신고필증을 교부한 이후 철도매점 노사 양측은 그동안 7차례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사측이 노조의 교섭대표들에 대해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교섭을 거부한 이후 갈등을 빚어왔다. / 석희열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