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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성락
5일 오후 들면서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조용히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봄맞이 준비하던 나뭇가지는 시루떡 같은 눈옷을 입었습니다. 약하지만 얼음장 밑으로부터 들려오던 '졸졸' 물소리가 눈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 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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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눈 맞으러 엘크 사슴 두 놈이 축사에서 나왔습니다. 이리저리 뛰어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내기도 하고 한 입 가득 먹어보기도 합니다. '봄은 아직 멀었나?' 서로에게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등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내고는 또 한 입 가득 녹여 목을 축입니다.

ⓒ 성락

ⓒ 성락
눈송이가 점점 커집니다. 아무래도 예사 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슴먹이 주는 손길을 재촉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을 눈꽃으로 꾸며 주려는 겨울의 자상함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겠습니다.

ⓒ 성락
부지런하신 아버지는 그새 집 앞 눈을 빗자루로 쓸어내셨습니다. 금방 또 덮여버릴 터인데도 말입니다. 넓은 도로가 오솔길로 변했습니다. 가지런한 빗자루 흔적이 정겹기만 합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 성락

ⓒ 성락
앙상한 나뭇가지는 눈을 조금 얹었습니다. 그래도 보기 좋습니다. 마른 쑥대와 갈대는 꽃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생명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산죽 잎은 어쩌면 그렇게 솜사탕을 닮았을까요. 농사철을 기다리는 밭고랑도 눈으로 덮여 끄트머리만 삐죽 남아 있습니다.

빨래터
빨래터 ⓒ 성락

어머니가 사용하시는 앞개울 빨래터는 그대로입니다. 빨래판으로 쓰이는 납작한 돌멩이와 엎어놓은 대야에 쌓인 눈과 맑은 물이 잘 어울립니다. 두껍게 얼어붙은 계곡의 얼음 위에는 아직 녹지 않았던 눈 위로 또 쌓여 무릎까지 빠집니다.

눈꽃마을 야경
눈꽃마을 야경 ⓒ 성락
밤 사이 또 얼마나 많은 눈이 쌓일지 모르겠습니다. 봄기운이 제법 느껴지면서 겨울을 좀더 붙들어 놓고 싶은 욕심이 은근히 꿈틀거렸었는데, 내일 아침에는 포근한 겨울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강원도 두메산골은 지금 눈꽃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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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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