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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3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 보강 : 3일 오후 3시38분]

한나라당은 정말 '두 나라'의 길로 가고 있는가? 이방호 의원은 "당 내 당이 만들어진 꼴"이라고 말했고, 침묵하는 다수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나라당이 아니라 두나라당"이라는 냉소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런 한나라당의 상황을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난 어항"이라고 비유했다. 전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행정도시 특별법안의 후폭풍은 거셌다"며 한나라당의 '현재'에 대해 "저마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물고기들이 고통스럽게 펄떡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이 모두가 원래 물고기들이 살아가야 할 넓고 큰 바다로 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전제한 뒤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센 싸움을 거쳐야 한다"며 "위기는 곧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당내 '반대파'의 반발이 좀더 조직화되면서 갈등상황은 제2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재오·김문수·배일도·박계동 등 '법사위 점거 4인방'을 위시한 기존의 비주류 멤버에 박진 국제위원장이 당직을 사퇴하고 결합함으로써 수도권 중도그룹까지 포괄하는 범반대그룹이 형성될지 주목된다.

행정도시법 반대를 주도한 10여명의 의원들은 3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결성, 행정도시법의 본회의 처리를 강력히 규탄하며 위헌소송과 장외투쟁을 통해 '무효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센 싸움을 거쳐야 한다"

다음은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3일 발표한 논평 전문.

한나라당은 정당의 생명력을 실험중이다

행정도시 특별법안의 후폭풍은 거셌다. 마치 지진해일이 쓸고간 듯 참담한 흔적이 국회 본회의장 구석구석에 남고 말았다. 그 어느 누구도 이런 방식, 이런 결과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같은 목적지를 가기 위한 진통이며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국민여러분께 감히 말씀드린다. 노선투쟁은 있돼 목적지투쟁은 있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하나이며 불멸하는 정당의 생명력을 두고두고 발휘할 것이다.

정당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주변환경에 따라 반응하고 적응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진화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바닥에 떨어뜨린 어항과 같다. 산산이 조각난 파편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저마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물고기들이 고통스럽게 펄떡거리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두가 원래 물고기들이 살아가야 할 넓고 큰 바다로 가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센 싸움을 거쳐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칠은 갈등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대한 용광로에서 휘저어져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물질로서 용해되어야 한다.

정당의 경쟁력은 예고된 위기이건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이건, 이 모든 것은 모든 이의 기대를 넘어서는 역전의 기회로 만드는 능력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정당만의 연금술이다.

2005. 3.3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

반대파 의원 32여명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 결성... 조직화하는 반대파

성명서를 낭독한 전재희 의원은 행정수도법 본회의 처리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뤄진 폭거"라며 '날치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전 의원은 "기형적 수도분할법안은 국가정체성 훼손과 성장잠재력을 손상하는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위헌적 날치기 통과를 막지 못한 한나라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심재철 의원은 "현재 32명 의원의 서명을 받았다, 앞으로 당내·당외 동조세력을 규합해 조직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법적 투쟁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당 국제위원장직을 내놓은 박진(서울 종로) 의원은 "망국적 수도법안은 헌법파괴 행위"라며 "백의종군하면서 강력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국제·안보·국방 정책에 있어 당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박진 의원의 당직 사퇴 역시 지도부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의원은 '푸른모임'과 '국민생각' 등 당내 중도·전문가그룹의 리더격으로 활동해 왔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에 이어 유정복, 박재완, 박찬숙, 이혜훈 등 정조위원장들도 사퇴의사를 드러내고 있어 박 대표가 내건 '정책정당' 슬로건에 큰 구멍이 난 셈이다.

이재오 "무효화 투쟁에 의원직 사퇴가 효과적이라면 사퇴하겠다"

투쟁위 참여 의원 32명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 서명한 의원은 다음과 같다.

안택수 이계진 안상수 이군현 박계동 권철현 김광원 정두언 이상배 이재웅 이방호 배일도 이혜훈 박성범 이재오 김용갑 심재철 정의화 이종구 박세일 전재희 홍준표 김정부 김석준 유정복 진영 박찬숙 박재완 김문수 고경화 이경재 김영숙
이재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도부 사퇴' 주장과 관련 "지도부 총사퇴를 말하면 우리의 본질이 음해되고 왜곡된다"며 "거론되기 전에 지도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여야 합의안에 동조한 지도부의 입장에 대해 "선거전략에 수도이전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표 계산을 하더라도 충청도표는 100만이고 수도권은 600만이다, 즉 500만의 표를 잃는 것"라고 성토했다.

이재오 의원은 행정도시법의 본회의 통과시 의원직 사퇴를 거론한 의원들에 대해 "편법과 야합으로 날치기 처리된 것의 무효화 투쟁을 하면서,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검토해서 의원직 사퇴가 효과적이라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의원은 "사실 작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의 위헌 판결시 의원들은 총사퇴를 했어야 했다"며 "정확히 말해 역사와 국민 앞에 죄를 진 국회가 해산되어야 마땅하다"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표를 겨냥해 "충청표를 의식한 대권욕으로밖에 달리 설명할 것이 없다"며 "16대에도 충청도표 때문에 야합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3일 오후 2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하고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사무총장은 "소집 요건이 되면 의원총회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전당대회를 하는 것 아닌가, 좀 냉각기를 가지고 다음주초에 의원총회를 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지만 벌써부터 조기전당대회 개최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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