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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만 8천 신(神)들의 고향을 찾아 떠난 여행

설문대할망은 이 섬을 이 세상 제일가는
낙원으로 만들 결심하고
평평한 섬이 보기에 즐겁지 않았네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에 흙을 담아
제주섬 한가운데 산 만들기 시작했네
치맛자락 터진 구멍으로 졸졸졸
흘러내린 흙 모아져 여기저기
오망조망 오름들 생겨났네

- 문충식의 시 <설문대할망> 중에서


제주에는 신화의 왕국답게 가는 곳마다 신화나 전설로 얽힌 사연들이 많습니다. 특히 설문대할망 신화는 아마 세계적인 거신(巨神)으로서 최고일 것입니다.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다리가 관탈섬에 닿고 빨래를 할 때면 한라산 꼭대기를 짚고 관탈섬에 빨랫감을 놓아 발로 문지르며 빨았다는 키가 엄청나게 크고 힘이 센 할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날 본토와 떨어져 사는 게 불편하여 속곳을 만들어 주면 본토와 연결해 주겠다고 하여 사방에서 제주 백성들이 명주천을 모았으나 한동 부족한 99동밖에 안되었습니다. 할망은 다리를 놓다가 중단해 버렸습니다. 현재의 제주도 모슬포 앞바다가 바다로 뻗친 바위 줄기는 바로 그 흔적이라는 얘기가 전해 오고 있습니다.

이는 척박한 땅에 사는 섬사람들의 육지에 대한 동경과 함께 제주민의 한과 고통스런 삶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거신이 신당이 되지 못하고 다만 전설로만 남아 있는 게 매우 궁금하였습니다.

제주도 곳곳에 즐비한 신화와 신당

▲ 이제나 저네나 오라방을 기다리던 슬픈 처녀 전설을 갖고 있는 해안가 신당.
ⓒ 진홍
둘째날 첫 탐방지는 제주 동남쪽에 있는 남원 온평리 할망당이었습니다. 제주에는 신당이 해안, 숲 속, 바위틈 어느곳 아랑곳하지 않고 즐비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를 ‘무속의 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신당은 누가 굿을 하고 갔는지 그 흔적들이 역력합니다. 이곳은 해신과 뱀신이 깃든 곳이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처녀에 대한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약 200년 전 현씨 집안 처녀가 굿을 하려는데 입을 옷이 없어 오라버니가 옷을 구하러 갔다가 해안에 거의 다 와서는 풍랑에 휩싸여 죽고 맙니다. 이에 처녀도 물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굿 본풀이에 ‘상운이 오라방’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이 나오는 걸 보면 누가 지어낸 것이 아닌 실제 사건인 것 같습니다.

제주도엔 해안도로가 뚫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온평리 해안 주변에는 바다로부터 침입해 오는 적을 막기 위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쌓았다는 환해장성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바다 연해안을 돌아가며 쌓은 성이라 하여 ‘환해장성’이라고 부르며 진도에서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고 싸우던 삼별초군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300리에 걸쳐 쌓았다는 기록도 전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도로공사로 거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고 최근 일부 복원 공사를 해 놓은 걸 겨우 볼 수 있을 뿐입니다.

▲ 연해안 300리를 쌓았다는 환해장성의 흔적.
ⓒ 진홍
다음으로는 간 곳은 ‘돗당’이었는데 돼지하고 관련된 곳입니다. 겨울철인데도 파릇파릇한 무밭 옆 야산 넝쿨에 가려져 있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육지에 없는 뱀신을 모시는 게 특이했는데 이곳 당신은 남신으로 잔칫날 '이바지고사'에서 돼지고기를 받아 먹는 당신이랍니다. 굿을 안 하면 동티가 나 두통을 일으키기 때문에 돗당에 걸린 환자는 반드시 굿을 하여 이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전해집니다. 따라서 신당에 가는 날은 잔칫날이나 돼지를 잡는 날 먼저 이 신을 위해야 한다고 합니다.

무속과 유교가 어우러진 곳

온평리에는 또한 ‘포제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 또한 특별한 곳입니다. 유교와 무교가 혼합된 의례로 포제는 이사제라고도 부르는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을 지키는 신에게 남자들이 지내는 유교식 제사입니다. 보통 음력 정월 초에 날을 정하여 제를 지내는데, 제일이 정해지면 마을의 입구에 금줄을 치고 며칠 전부터 제관들이 한곳에 모여 지내며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해야 했습니다.

포제는 조선조 때 무당의 굿 등을 ‘음사’라하여 금하고 ‘국조오례의’에 경도는 물론 군현까지 제사를 지내도록 규정하여 강제하였던 데서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관아가 있던 제주 북쪽 지방에는 포제당이 많다고 합니다. 온평리의 포제가 다른 마을과 다른 점은 포제를 치르고 난 다음 포제굿이라는 마을굿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남성 중심의 유교식 포제와 여성 중심의 무속적 당굿으로 이원화되기 이전의 마을굿의 원형으로 중요합니다. 이런 현상은 육지의 별신제라든가 동제에서 유교식 제사와 굿이 병존하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습니다. 육지에선 소멸한 포제단이 제주에 잔존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인데 김덕묵 선생에 의하면 이는 19세기 초 한양에서 낙향한 제주 선비들이 보급한 결과라고 합니다.

이제 제주도의 민속 풍습이 잘 보존된 성읍마을로 갈 차례입니다. 제주도에선 수산물도 많이 먹지만 돼지고기를 무지 잘 먹는다는 걸 이틀간의 식단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좌우간 돼지고기에 질릴 정도로 먹었으니까요.

▲ 돌하르방은 육지의 벅수와 달리 가슴과 배를 감싼 두 손이 뚜렷하다.
ⓒ 진홍
성읍마을 입구엔 제주도의 상징으로 알려진 돌하르방이 성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돌하르방을 돌벅수라고도 부르는데 육지의 벅수(장승)와는 많이 다릅니다. 즉 형태에서 육지의 벅수는 손이 생략된 게 대부분인데 제주의 돌하르방은 두 손으로 가슴이나 배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뚜렷한 게 다릅니다.

육지에선 장승이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는데 제주에선 수호신일 뿐인 것도 다릅니다. 돌하르방은 몽고의 영향을 받은 걸로 추정을 하는데 몽고에 가면 거의 유사한 모양의 조형물이 많다고 합니다. 제주도는 이처럼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몽고와 일본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발견됩니다.

▲ 삶의 지혜가 발명해낸 참받은물과 참통(항아리)
ⓒ 진홍
제주도는 화산 토양으로 물이 항상 부족하고 태풍과 폭우 등 기상 변화가 무쌍하여 가난과 배고픔은 운명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몽고와 왜적의 잦은 침입과 조정에서 파견된 관리의 착취와 횡포로 제주민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외부의 영향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즉 외부에서 유입된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잘 소화해 내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었던 것이지요. 섬 지방 특히 제주에 신화와 무속이 많은 이유는 의지가지 없는 이런 까닭이 아닌가 파악됩니다.

성읍민속마을을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인상에 남는 건 제주도 똥돼지를 키우는 변소인 통시라는 것과 '참받은물'입니다. 지붕에 이엉을 올리던 할아버지에게 참받은물에 대해 여쭤 보니 요즘 말로 하면 ‘정수기’라고 대답해 줍니다. 물이 부족하여 나무에서 흐르는 빗물을 정수하여 사용하던 조상들의 지혜에 놀랐습니다.

'당 오백' 중 으뜸 당

이제 막바지 탐방입니다.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에 있는 본향당은 우선 500년 이상은 됐음직한 두 그루의 팽나무 노거수가 영험하게 보입니다. 팽나무는 만년 가고 소나무는 천년 간다는 제주도의 ‘만년퐁낭 천년솔낭’이라는 말처럼 이곳 팽나무가 최고령이고 신성시되어 가지 하나를 치더라도 반드시 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본향당이란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신당입니다. 제주도는 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곳곳에 당이 많은데, 그중 와흘리 본향당은 북제주군 구좌면 송당리 본향당과 함께 손꼽히는 신당입니다.

이곳에 얽힌 전설이 하나 있는데 서 정승 딸이 시집을 가서 임신을 했는데 돼지고기가 먹고싶어 돼지털을 그을려 냄새를 맡았는데 신랑 도령이 부정 탔다며 저 만치 물러나 있으라하여 별거하는 형상으로 신위가 모셔졌다고 합니다.

▲ 당 오백 중 으뜸이라는 와흘리 본향당은 노거수도 신령스럽게 보인다.
ⓒ 진홍
본향당 당굿은 일년에 네번 하는데, 음력 정월 14일 올리는 산 사람에 대한 세배 격인 ‘신과세제’와 2월 14일의 ‘영등손맞이’ 그리고 7월 14일의 ‘마불림제’와 ‘신만곡대제’라는 것입니다. 마불림제는 말을 불려(증식) 달라고 비는 의례로 목축 사회의 삶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신만곡대제는 추수감사제와 같은 성격입니다.

제주 시내 5일장에 가는 길에 들른 회천동 석상은 많은 회한을 일으키게 하였습니다. 조선조 이형상이라는 목사가 재임할 때 제주에서 ‘당 오백 절 오백’을 불태워 버려 남은 건 고작 5기의 석상뿐이었다고 합니다. 의지할 데 없는 민중들을 보호하고 격려하는 대신에 실낱같은 희망마저 짓밟는 편협한 종교관으로부터 나온 포악성을 석상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편안한 얼굴입니다. 오히려 더욱 애처로워집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믿어 오던 무속신앙도 현대 종교처럼 교과서는 없지만 나름의 신앙체계와 면면이 이어져온 종교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회천동 석상 5기와 콩짜개난 옷을 입은 나무가 지난 세월을 말해 주는 듯하다.
ⓒ 진홍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무속과 민속에 관심을 갖는 건 현재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문화적 의미를 갖기에 고구려 역사를 되찾으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틀간의 제주생태문화여행을 마치면서 아쉬웠던 게 있다면 5일장인 재래시장에 가서 제주도만의 토산품을 별로 보지 못한 점이었습니다. 맛있는 한라봉과 돌하르방 상징 핸드폰줄도 좋지만 그곳에 가야만 보고 살 수 있는 무엇을 바란 건 욕심일까요?

"쓸쓸한 뒷모습에 진짜 제주가 있다"
[짤막 인터뷰] 1·2차 제주여행 참여한 장성임씨

다음은 지난 1차에 이어 이번 2차 여행에도 참가했다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장성임(41) 씨와의 짤막한 인터뷰.

- 1, 2차 여행을 비교한다면?
"1차 여행 때는 일정이 빡빡하고 주제를 강요하는 듯하여 경치를 감상하면서 사색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2차 때는 편안하면서도 여유가 있어 좋았다."

- 무속이라는 테마가 좀 낯설거나 생경하지 않았나요?
"연극하는 사람으로서 기존엔 무속을 예술적 측면에서만 접근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무속은 옛 사람들의 생활 자체라는 것을 알았다. 신앙이면서 그들의 생활이었던 무속은 근본적 삶의 모습을 엿보게 해주었다. 삶을 보는 시각을 다양하고 폭넓게 해준 의미 있고 재밌는 여행이었다."

- 제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가꾸어지고 치장된 고급 관광지로 인식된 제주의 겉모습만이 아닌 이면을 보아야 제주의 본모습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역사와 삶의 관계를 보고 한철이 지난 쓸쓸한 뒷모습 속에 제주의 본질과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광도시로 상품화된 제주도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라는 걸 보았다."

- 이런 테마여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 접해 보았는데 틀에 박힌 여행에 대한 신선한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일지라도 접해 보면 뜻 깊고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여행이 조금은 꺼려지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부담감만 없앤다면 기대 이상의 만족을 느낄 것 같다." / 진홍 기자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로 제주 발전시키겠다"
[인터뷰] 생태문화여행 주관한 김재윤 의원

▲ 김재윤 의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생태문화여행을 주관한 김재윤(열린우리당) 의원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입니다.

- 제주도는 여전히 최대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아직까지 제주관광이 많은 관광객을 확보하고 있는 최고의 관광지인 것은 확실합니다. 어디를 가도 천하절경인 제주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신화, 역사, 생태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궁무진한 관광 자원들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최고의 관광지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관광의 대내외 지형이 바뀌면서 위기의 요소가 많이 생겼습니다. 외적인 요소는 동남아 경쟁국 대비 가격 경쟁력 약화를 들 수 있겠고 금강산 육로관광 개통, KTX 개통 등 국내 관광지형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제까지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 주셨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 제주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문제점은 경쟁 관광지에 비해 비교적 높은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행 항공권이 무척 비쌉니다. 김포- 제주 노선이 거의 유일한 흑자 노선이다 보니, 다른 국내 노선에서 본 적자를 제주 구간에서 벌충하는 식입니다. 또한 제주도는 관광지 조성 당시 그 비용이 무척 높아 지금도 숙박, 입장료 등이 다른 곳에 비해 높습니다. 경쟁지인 동남아 관광과 같은 일정을 놓고 봤을 때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기까지 해 가격 경쟁력이 약합니다.

또 하나는 제주 여행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여행사들끼리 가격 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지나쳐 나중에는 왕복 항공권 정도의 가격으로 2박 3일의 상품을 판매하는 등 말 그대로 덤핑관광이 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여행사들은 새로운 볼거리나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보다는 새로운 쇼핑 코스를 개발해 쇼핑 커미션을 챙기는 데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 여행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새로운 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이 10여년 동안 전혀 개발되지 않게 되어 관광의 콘텐츠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일반인에게 제주도는 이국적인 환상의 섬과 신혼여행지 그리고 편의시설이 잘 구비된 관광지입니다. '생태문화여행'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제까지 정형화된 코스에만 의지하는 관광만으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관광의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경치를 구경하고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함께 문화와 역사, 생태 등을 이해하며 몸으로 체험하는 여행, 여운이 남는 여행에 대해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을 만들고 싶어서 생태문화여행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2차까지 진행된 테마를 보면 '4·3'이라든가 '민간신앙' 등 일반인들의 여행 관습과는 다른 주제인데 목표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1, 2차 여행의 주제는 다소 딱딱하다 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3차 여행부터는 더 많은 분들이 공유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주제의 무겁고 가볍고를 떠나 제주 생태 문화 기행이 목표하는 것은 항상 같습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이 여행지와 그곳 사람들, 그리고 그곳의 생활과 삶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굳이 앞부분에 무겁다 싶은 4·3 항쟁과 제주의 민간신앙이 주제가 된 이유는 이것이 제주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4·3은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실 테고, “당오백 절오백“이라는 표현에서 짐작하듯이 무속은 척박한 바닷가에서 살아온 제주 사람들에게서 뗄레야 뗄 수 없는 핵심 문화입니다."

- 2차 참가자는 주최측을 포함하여 30명이 채 안되었습니다. 이번 시도된 생태문화여행은 후원과 협찬 등으로 매우 저렴하게 진행하였는데 일반인들의 참가가 적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듯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여태까지의 제주도 관광이 2박 3일 일정으로 10만원대까지 내려갔으니, 특별히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1박 2일 일정에 20만원이 비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문의를 주신 분들 중에 실제로 너무 비싼 게 아니냐고 하셨던 분들도 계십니다.

두번째로 주최측에서 효과적인 진행과 정책개발을 위해 인원을 제한했습니다. 또한 여행 비용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어, 너무 많은 인원이 참가해도 재정적인 무리가 따릅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인원은 40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고 오히려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두번째 여행은 다소 참가자의 수가 적었습니다만, 첫 번째 여행에는 40여명이 참여했고, 오는 세번째 우도 자전거 여행은 이미 정원을 초과해 신청을 마감한 상태입니다."

- 이번 주제는 '민간신앙과 신화'가 주제였습니다. 제주도는 돌하르방을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제주에는 무척 많은 수의 신들과 여신들 그리고 신화들이 있습니다. 돌하르방이 육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어 친숙합니다만, 돌하르방만이 제주를 대표하는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돌하르방은 제주의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로 다루었습니다."

- 제주도는 무속과 신화의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자료 등은 미비한 것 같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자료 등이 미비하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제주 신화는 그 이야기 구조의 완결성이나 다채로운 등장인물, 세세한 내용 등이 매우 빼어난 것들이 많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리스 신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개발하려는 노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것은 굉장한 문화관광 자원입니다. 그리스의 옛 신전들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신전 자체가 아름다워 미적 가치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과 고대인들을 떠올리고 스스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끔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뛰어난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하나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려는 정책적 접근이 미흡했다고 봅니다. 이는 사실 개인에게 맡기기보다 지자체에서 앞장서서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입니다. 저 역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앞으로 제주 신화를 체계화하여 널리 알리고 자원화 하는데 좀 더 많은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 일반 여행사의 제주도 패키지상품은 매우 저렴합니다. 생태문화여행은 관광객에게 해설이 가능한 전문가도 있어야 하는 등, 비용이 만만찮을텐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요?
"제주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 일부 여행사들의 덤핑형 패키지 상품은 전반적인 관광의 질 저하를 불러옵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렸듯이 덤핑 관광은 과도한 쇼핑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게 하고, 결국 대부분 소비자들은 언젠가는 이것을 알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매우 근본적인 문제로 언젠가는 극복되어야 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여행자들 자신입니다.

저는 일부 덤핑 관광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제대로 된 여행의 진정한 경쟁 상대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현재 왕복 항공권 정도의 가격의 3박 4일 패키지 상품과 같은 일정에 1인당 백만원을 넘어가는 고가 상품이 공존하고 있는 동남아 관광 업계의 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주 관광도 서서히 이렇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행, 관광 상품은 “니즈(need)"가 아니라 ”원트(want)"입니다. 여행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집어내어 상품화한다면 가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여행자들의 원트가 무엇인지를 실험해 보는 작업입니다. 제주생태문화기행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참가자들에게 여행 후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여행자들에게 직접 물어보아 향후 상품가치를 가지는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반영할 계획입니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제주는 한국에서 가장 대외 경쟁력이 뛰어난 관광자원으로 한국의 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 국민이 함께 가꿔 나가야 할 대표관광지입니다. 한국 관광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제주관광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주관광이 하와이 등에 비해 뒤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저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제주관광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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