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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연후에 화해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전 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이다"고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이 일본에 한·일간의 과거사 청산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노 대통령은 또 "한일협정과 피해보상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국교정상화 자체는 부득이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피해자들로서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것을 또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청구권 문제 외에도 아직 묻혀있는 진실을 밝혀내고, 유해를 봉환하는 일 등에도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일본도 법적인 문제 이전에 인류사회의 보편적 윤리, 그리고 이웃간 신뢰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독일의 전후처리 방식이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

노 대통령은 1일 오전 서울 정동의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86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서 "그동안 한·일관계는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실질적인 화해와 협력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기념사에서 "95년 무라야마 일본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말했고 98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신한일관계 파트너십을 선언했고 2003년에는 저와 고이즈미 총리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법적, 정치적 관계의 진전만으로 양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진실과 성의로써 양국 국민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이웃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저는 그동안의 양국관계 진전을 존중해서 과거사 문제를 외교적 쟁점으로 삼지 않겠다 고 공언한 바 있고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 "과거사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교류와 협력의 관계가 다시 멈추고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자신의 과거 발언 배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두 나라 관계 발전에는 일본 정부와 국민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연후에 화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그것이 전 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전후 과거청산 방식을 예로 들며 "우리 국민도 프랑스처럼 너그러운 이웃으로 일본과 함께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전제하고 "독일은 그들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고 보상하는 도덕적 결단을 통해서 유럽통합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일본의 지성에 다시 한번 호소한다"면서 "진실한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한일간의 감정적 앙금을 걷어내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앞장서 주어야 한다"고 일본의 지성인들에게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그것이야말로 선진국임을 자부하는 일본의 지성다운 모습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는 과거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으며 아무리 경제력이 강하고 군비를 강화해도 이웃의 신뢰를 얻고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독일은 그렇게 했고 그리고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납치문제로 인한 일본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일본도 역지사지해야"

노 대통령은 또 "저는 납치문제로 인한 일본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바 있다"고 전제하고 "마찬가지로 일본도 역지사지해야 한다"면서 "강제징용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제 36년 동안 수천, 수만 배의 고통을 당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한일협정과 피해보상 문제와 관련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모으고 국회와 협의해서 합당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미 총리실에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좀 더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서 국민자문위원회 구성을 아울러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저는 지난 일요일, 독립기념관을 다녀왔다"면서 "구한말, 개화를 둘러싼 의견차이가 논쟁을 넘어서 분열로 치닫고, 마침내 지도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배반한 역사를 보면서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았다"고 밝혀 독립기념관 방문이 이날 기념사 연설의 기초가 되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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