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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24일 아버지의 병실에서 가족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수술 전 24일 아버지의 병실에서 가족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 서울 아산병원
간경화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을 이식, 목숨을 구한 육군 병사와 그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병영 안팎에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반포지교(反哺之敎)를 몸소 실천한 감동의 주인공은 육군 53사단 울산연대 농소3동 예비군중대 본부에서 행정병으로 복무중인 박기완(26)상병.

53사단 울산연대에 따르면 10여년 전부터 간 질환을 앓아오던 박 상병의 아버지 옥석(64,울산시 북구 중산동)씨의 병세가 최근 말기간부전증으로 악화돼 간 이식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로부터 이를 들은 박 상병은 “자식 된 도리로서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당연히 수술대에 오르겠다”며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지난 17일 부대에 장기기증 신청서를 제출, 부대장의 승인을 받고 아버지가 입원하고 있는 서울 아산병원을 찾아 적격여부에 대한 조직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조직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또 다른 난제가 이들 부자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박 상병의 좌우간의 불균형이 심해 왼쪽 간이 오른쪽 간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것(대부분 오른 쪽 간이 약간 크다고 함). 오른쪽 간의 60%(약 30Cm)를 떼어내면 박 상병의 목숨도 위태롭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왼쪽 간을 떼어내는 것과 또 다른 간 기증자가 필요한 어려움을 맞았다.

이들 부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박 상병의 대학 친구가 기꺼이 나섰지만 조직이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았지만 장기 제공자를 찾아야 하는 이들 가족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동생 기현(21, 연세대 교육학과 3학년)씨와 어머니 이승분(53)씨가 서로 자신의 간을 떼어내겠다는 작은 실랑이를 벌인 끝에 남매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의료진의 권유로 박 상병과 어머니 이씨의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25일 30시간이 넘는 그야말로 ‘마라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들 가족의 눈물어린 ‘아버지 구하기 작전’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이들 가족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어서 특별한 합병증세가 없는 한 모자는 2주후, 아버지는 한 달 후쯤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병원 측이 전했다.

지난 2003년 포항의 한동대를 졸업하고 대학 연구원으로 근무 중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대한 박 상병을 1년 넘게 지켜본 문혁성(45) 농소3동 예비군 중대장은 “자신도 허리가 좋지 않아 불편한 가운데도 티내지 않고 모든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모범적이고 성실한 병사”라며 “아버지는 물론 박 상병과 어머니 모두가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 상병의 감동적인 사연을 전해들은 울산연대 북구대대 장병들은 1억5천여만원에 달하는 수술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십시일반으로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하여 뜨거운 전우애를 보여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힘든 수술 끝에 회복중인 이들 가족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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