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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무판자로 입구를 덮었다.
누군가 나무판자로 입구를 덮었다. ⓒ 성락
하긴 나도 고물장사의 그런 행위를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지난 초겨울 일이다. 사슴축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트럭 한 대가 집 앞에 와서 멈춰 섰다. 하던 일도 있고 해서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무심코 내려다보니, 고물장사인 듯한 남자가 구부러진 철근 등 모아놓은 고철들과 함께 경운기를 개조한 속칭 '딸딸이'의 적재함 뒷 문짝을 덜렁 차에 싣는 것이 아닌가!

축사가 있는 언덕 끝까지 달려온 나는 "거, 지금 뭐 하는 겁니까?"하고 냅다 고함을 쳤다. 화들짝 놀란 그는 황급히 물건들을 다시 내려놓고는 도망치듯 내빼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다른 고물장사가 두세 번 집 앞에 와 기웃거리다 가곤 하는 것을 보았던 터였다. 만약 사람이 없었다면 눈에 띄는 쇳덩어리는 남아나지 않았을 일이다.

어머니의 매우 신빙성 있는 '증언'을 들은 아버지는, '주름관' 입구를 막았던 철판을 가져가 버린 고물장사가 내내 괘씸하다는 표정이다. 갑자기 생각나신 듯 고물장사의 행위로 여기는 사례를 들며 언성을 높인다.

"왜 저 밑 길 가운데 물 흘러 내려가라고 만들어 놓은 통로 있잖아. 차바퀴 빠지지 않게 쇠 덮개로 덮어 놨는데, 그놈의 것이 약해서 반 토막으로 쪼개졌단 말이야. 아, 그걸 다 집어 갔더라니까."

생각해 보니 그랬다. 토막 난 쇠 덮개를 맞추어 차바퀴가 잘 지나지 않는 가장자리에 덮어 놓았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질 않고 틈만 휑하니 생겨 있는 것이다. 고물장사들도 오죽 고물수집이 시원찮았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는가 싶지만, 큰 사고를 부를 수도 있는 이 같은 행위는 도를 지나친 것임이 분명하다.

저녁 나절,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던 곳에 가 보았다. 우선 급한 대로 입구라도 무엇으로 막아야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그곳에서 폭 좁은 개울 하나만 건너면 주씨네 집이다. 그 집에는 주말이면 나이 어린 주씨의 손주들이 와서 뛰어 놀곤 한다.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주름관' 입구
문제의 '주름관' 입구 ⓒ 성락
누군가가 이미 두툼한 나무판자를 가져다 입구를 덮어놓았다. 판자를 젖히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못쓰는 장판 같은 물건으로 절반 가까이 메워져 있다. 응급조치는 된 셈이다. 그러나 이거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날씨가 풀리는 대로 이 물 가둠 용 '주름관'부터 제거할 생각이다.

길 가운데 물빠짐 수로 덮개를 누군가 가져갔습니다.
길 가운데 물빠짐 수로 덮개를 누군가 가져갔습니다. ⓒ 성락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남에 대한 배려가 실종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서'라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딱히 나은 살림살이도 아닌 시골집들을 돌며 쓸만한 물건까지 마구 집어가 버리는 일부 고물장사들의 행위는 얄미움을 넘어 때론 분노를 느끼게 한다.

특히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물과, 자칫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안전설비를 몰래 가져가는 것은 '범죄' 행위나 다를 바 없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찌들은 살림살이 속에서도 부자로 살아갈 수 있는 비법 중의 비법임을 가슴 깊이 되새겨 본다.

덧붙이는 글 | * 어렵게, 그렇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 고물업 종사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울러 일부 고물 수집상들의 분별없는 행위가 없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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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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