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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꽃샘비상! 숨은 봄을 찾아라
이번 주말판 준비는 시민기자들에게 무척 힘겨웠습니다. 봄맞이 기사를 올려야 하는데 지난 주말 몰아닥친 꽃샘추위 탓에 실낱 같았던 봄기운마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결국 그들은 잠이 설깬 봄을 찾아냈습니다. 텃밭에서 나물 캐는 시골 아낙의 손길에도, 한겨울 마라톤에 도전한 가족들의 모습에도, 영하에 봄옷을 걸친 채 현장을 누비는 시민기자의 발걸음에도 이미 봄은 와 있었기 때문이죠.
시골목사 사진기도 '거짓말' 합니다 (김민수 기자)
봄나물 한 접시에 동네 잔치 열렸네 (김학수 기자)
온가족이 봄바람나게 달려보실래요? (허선행 기자)
봄날 기다리는 새내기, 봄옷 뽐내다 (정현미 기자)

최근 몇 년간 '웰빙' 붐을 타고 마라톤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올해 한국영화 <말아톤>이 성공을 거두면서 올 봄 ‘흥행’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 별난 마라톤 가족을 소개합니다. 아마추어 마라톤 마니아 경지현(38)씨 가족입니다. 11살짜리 딸부터 엄마, 아빠까지 온 가족이 각종 마라톤 대회에 열성적으로 참가하는 조금 별난 가족입니다. 겨울 추위가 한창인 지난 1월 23일에도 경남 고성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지난 2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 모처럼 포근한 날씨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지난 2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 모처럼 포근한 날씨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현재 사는 곳과 마라톤 대회가 열린 고성은 꽤 멀군요?
“예, 지난 1월 22일 우리는 다른 여행에 비해 조금 특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고성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우리 가족에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먼 길에 나서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말이죠.

우리 딸아이가 출발 전날 저에게 묻더군요. '엄마, 오늘은 어디로 뛰러가?' 하고 말이죠. 제가 '응, 경남 고성으로'라고 대답하자, 아이는 '또?'라는 생각이었는지 "새벽에 또 출발?" 하고 되물어 왔습니다. 제 대답은 '당근이지!' 짧은 한 마디였습니다."

- 먼 곳으로 출전하는 경우 숙식은 어떻게 하나요?
"지난 고성마라톤대회의 경우 숙소는 경남 하동에 있는 콘도로 잡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소설 <토지>로 유명한 하동을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입니다. 대회장이 있는 고성과는 조금 떨어져 부담스럽긴 하지만 여행을 좋아해서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 그럼 가족과 함께 한 하동에서의 시간들을 잠깐 소개해 주시죠?
"새벽 6시에 출발해서 다섯 시간을 꼬박 달려 하동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청학동에 들러 많은 서당을 구경했습니다. 점심은 서당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토종닭 백숙을 시켰습니다. 사실 저는 난생 처음 닭 잡는 걸 직접 봤습니다. 닭이 불쌍했지만 백숙이 너무나 맛있어서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굴뚝이 보이는 하동의 경치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구석구석 구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녁은 남편이 샤브샤브로 특식을 준비했습니다. 경기 전날은 과식을 안 하는 게 중요한데 다 잊고 열심히 먹기만 했습니다. 다음날 기록 달성을 꿈꾸며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7살 때부터 4년째 마라톤을 뛰고 있는 은기(11)양
7살 때부터 4년째 마라톤을 뛰고 있는 은기(11)양 ⓒ 경지현
- 대회 당일 경기장에서 선 기분은 어떠셨는지요?
"지난 1월 23일, 대회 날은 날씨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작년 밀양 대회도 비가 와서 우리 가족은 참가를 포기하고 그냥 올라왔었기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잔뜩 구름이 끼어 있더니 드디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이번 대회도 그냥 올라가야 하나?' 생각하며 고성에 들어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가 말끔해졌습니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대회장엔 우리 마라톤계의 영웅 이봉주 선수가 와 있었습니다.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 출발선에서 설 때 각오는 무엇이었는지요?
"이번 대회에 남편은 하프(20km)코스에, 나와 딸은 10km에 참가신청을 했습니다. 먼저 출발하는 남편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회식이 잦아 술 마시느라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뛰게 되어 걱정이 앞섰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출발할 차례입니다. 4년 정도를 10km만 뛰었는데도 출발점에 서면 지금도 떨립니다. 나하고 우리 딸도 파이팅을 외치고 기록을 단축하자고 굳은 각오를 다짐하며 출발했습니다."

- 자녀들도 함께 마라톤을 한다는데 힘들어하지는 않나요?
"10km 부문에서 뛰는 우리 딸 은기(11) 또래의 아이가 별로 없습니다. 아니 20대 이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 거창 대회 때는 상금을 타기도 했습니다. 지방대회의 좋은 점은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을 해줘서 더욱 신이 난다는 점입니다.

대도시에서는 차 막힌다고 싫어하는데 여기는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입니다. 특히 어린 우리 딸이 지나갈 때 더 열심히 응원해주고 먹을 것도 주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마라톤의 참맛은 결승점에 들어설 때 아닙니까?
"한참을 뛰다보니 어느 순간 결승점이 보였습니다. 여태까지의 힘든 고생이 사라집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에 속도를 붙였습니다. 내 기록은 1시간 3분이었습니다.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3분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뒤를 이어 우리 딸 모습이 보였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딸이 뛰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쁩니다. 지금 11살인 딸은 4년 정도 뛴 베테랑 선수입니다. 7살 땐 힘들어 안 뛰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나 의젓합니다. 그동안 마라톤을 통해서 인내심을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 일단 완주를 하셨다니 대회에서는 성공이셨군요?
"2시간쯤 지나서 남편이 힘든 모습으로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그러게 술 좀 조금만 마시라니깐. 쯧쯧'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들어 왔으니 다행입니다. 세 식구 모두 기록 단축에는 실패했지만 완주를 했으니 우리 가족의 고성마라톤대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는 무슨 말씀을 나누시나요?
"서울 올라오면서 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서 느낀 점, 코스에 대한 감상, 다음 대회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아직은 10km와 하프를 뛰고 있지만 언젠가는 세 식구가 진정한 마라톤인 풀코스에 도전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인 듯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라톤 완주를 하고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언젠가 제가 마라톤 대회에 참가 했을 때 일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되기에 최선을 다해 마지막 스피드를 내고 있었는데 결승 지점에서 난데없이 남편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기 봐, 여기!" 하며 카메라까지 들이댑니다.

남편의 깜짝 출연에 놀라기도 했고 뛰느라고 힘들었던 것이 일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함께 뛰어 봅시다"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들은 척도 안하고 오히려 저보고 살림이나 잘 하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젊은 나이도 아니니 부담이 갈 테지만 식구끼리 참석하는 분들을 보면 너무 부럽습니다. 어느 날 지인에게 "여러 식구가 함께 온 걸 보면 부럽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온 가족이 대회에 참가한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어린 아이도 뛰는데 당신은 뭐하는 거예요?" 하며 남편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작정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남편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은 여행을 하며 그 지방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마라톤 핑계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니까요.

남편이 뛰지 못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추운데 뛰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가 요즈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머지않아 봄이 올 것입니다. 봄이 되면 추워서 못 뛰겠다는 이야기는 안하겠지요.

배드민턴을 시작하면서 남편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사항을 글로 올렸더니 제 주문이 받아들여져 지금은 남편이 더 서둘러 운동을 가자고 합니다. 마라톤도 머지않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새벽 운동으로 배드민턴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내 다리 좀 봐. 이렇게 탄탄해 졌어" 자랑을 하는 남편입니다. '그 백만불짜리(?) 다리로 마라톤을 시작해 봅시다!

올봄 단축마라톤에 도전해 보세요!
2005년 3월 개최 예정 마라톤대회 일정

▲ 여의도 63빌딩을 배경으로 한강 둔치를 달리고 있는 시민 마라토너들.
ⓒ오마이뉴스 김시연
3월 1일(화)

제17회 3·1절기념 서울하프마라톤
종목: 하프, 10km
장소: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주최: S.A.K.A
연락처: ☎(02)3431-6262
홈페이지: http://www.sakamarathon.net

제2회 전마협 울산 하프마라톤
종목: 하프, 10km, 5km
장소: 울산 문수월드컵 경기장(앞)
주최: 전마협
연락처: ☎(054)535-1080
홈페이지: http://www.run1080.com

3월 6일(일)

제8회 서울마라톤
종목: 풀, 하프, 10km, 5km
장소: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주최: 서울마라톤클럽
연락처: ☎(02)594-2234
홈페이지: http://www.seoulmarathon.net

2005 전마협 대전 하프마라톤
종목: 하프, 10km, 5km
장소: 대전 한밭운동장
주최: 전마협
연락처: ☎(042)477-6872~5
홈페이지: http://www.run1080.com

제3회 광양항마라톤
종목: 하프, 10km, 5km
장소: 전남드래곤즈 축구장
주최: 달리는광양인클럽
연락처: ☎011-626-7879
홈페이지: http://www.gyrunners.com

3월 13일(일)

2005 서울국제마라톤
종목: 풀코스
장소: 서울 세종문화회관앞 ~ 잠실주경기장
주최: 서울시, 동아일보사
연락처: ☎(02)2020-1630
홈페이지: http://marathon.donga.com

제2회 NGO Fair 2005 전국하프마라톤
종목: 하프, 10km, 5km
장소: 대전 한밭종합체육관
주최: 시민의신문
연락처: ☎(042)222-0882
홈페이지: http://www.ngomarathon.com

3월 20일(일)

2005 전마협 마라톤축제
종목: 하프, 10km, 5km
장소: 하남시 조정경기장
주최: 전마협
연락처: ☎(031)791-6277
홈페이지: http://www.run1080.com

하이런21 소년·소녀 가장돕기 하프마라톤
종목: 하프, 10km, 5km
장소: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일원
주최: 하이-런21
연락처: ☎(042)623-5365~6
홈페이지: http://www.hirun21.com

제15회 3·15마라톤
종목: 하프,10km,5km
장소: 마산 삼각지공원
주최: 마산시 육상경기연맹
연락처: ☎(055)293-3161
홈페이지: http://www.masanmarathon.or.kr

3월 26일(토)

제1회 전주 울트라마라톤
종목: 100km 써바이벌
장소: 전주종합경기장
주최: KUMF 전북울트라지맹
연락처: ☎018-205-6687
홈페이지: http://www.jjultra100.co.kr

3월 27일(일)

제3회 코리아오픈 마라톤
종목: 풀,하프,10km
장소: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최: 마라톤전문기업(주)이맥스21
연락처: ☎(02)514-0909
홈페이지: http://koreaopenmarathon.com

제5회 인천국제마라톤
종목: 풀, 하프, 10km, 5km
장소: 인천 문학 월드컵 주경기장
주최: (사)인천마라톤조직위원회
연락처: ☎(032)452-0196~9
홈페이지: http://www.incheonmarathon.co.kr

제2회 금산느재 산악단축마라톤
종목: 13.4Km
장소: 금산군 부리면 어재리
주최: 전마협,(주)스피드칩
연락처: ☎(042)477-6872~5
홈페이지: http://www.run1080.com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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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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