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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은 요녕성 남동부 장백산 산맥의 끝 부분에 위치해 있는 중국 최대의 국경도시였다. 압록강을 가운데 두고 북한의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어 북한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평양과 북경을 달리는 국경열차가 이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들은 북한에서 온 그들이 타고 온 차를 이용하여 이 도시로 두시간 만에 달려왔다. 차는 시내를 통과하여 곧장 압록강변을 향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압록강변의 한 호텔이었다. 간판에는 프리마 호텔이라는 호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차를 운전하는 남자가 말했다.

"여기는 중국 땅이지만 이곳 호텔은 우리 조국이 운영하는 호텔입니다."

그러면서 둘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선 식사부터 하시지요?"

"저희들은 방금 점심을 먹고 오는 중이었습니다."

"일단 저희 식당으로 두분을 모시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양복을 입은 사내가 호텔 로비로 들어가 그 옆의 식당으로 향했다. 둘은 할 수 없이 그를 따라가야만 했다. 압록강이 보이는 자리에 앉자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주문을 받으러 들어왔다. 옷 매무새나 날렵한 몸놀림이 조선족 교포는 아닌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다.

"남조선에서 오셨습니까? 반갑습네다."

붉은색 저고리에 진한 남색 치마를 받쳐 입은 여 종업원이 북한 특유의 메조소프라노 톤으로 능숙하게 인사를 했다. 둥글고 통통한 얼굴에 선하게 생긴 눈매가 전통 미인형이었다. 그런데 남쪽에서 온 손님들이 얼굴을 쳐다보자 볼이 금방 발갛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무슨 음식이 맛있습니까? 추천해 봐요."

"다 맛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개업식을 하지 않아 주문표에 나와 있는 료리들이 모두 되는 건 아니라서…."

여 종업원의 볼이 또 붉어진다. 둘은 명태찌개와 낙지볶음을 주문했다.

"술은 뭘로 드시겠습니까?"

"어떤 술이 있죠?"

"중국 술과 조국 술이 있습니다."

"조국 술이라뇨?"

"백두산 들쭉 술, 인삼 술 그리고 참이슬과 진로가 있습니다."

"참이슬과 진로도 있다고요?"

"그렇습네다."

김 경장이 웃어 보이며 이야기했다.

"북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왔으니까 평양소주 한병 주시죠."

종업원이 물러가자 채유정이 남자를 향해 물었다.

"우릴 만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언제 볼 수가 있죠?"

"그분은 지금 신의주에 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움직일 것입니다. 그때까지 편히 쉬십시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물러갔다. 둘은 도깨비에 홀려온 것 같아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여기까지 온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들의 말이 진실인지조차 다시 의심이 들 정도였다.

저녁 8시가 넘어지자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둘은 주문한 음식을 다 먹고 평양소주를 약간 곁들이고 있었다. 처음에 긴장이 되었지만 술이 들어가자 조금 담담해지는 것 같았다. 정황으로 보아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들을 북한으로 밀입북 시키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어스름이 질 때쯤 그들이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제 가시죠?"

그들이 간 곳은 호텔 옆의 선착장이었다. 선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유람선은 물론 작은 보트까지 밧줄로 매어 있었다. 밤이 된 시간이라 관광객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직원들도 퇴근을 하고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많은 배가 매어 달린 것들 중에 작은 보트에 올라탔다. 김 경장과 채유정도 그 보트에 올랐다. 셋이 보트에 오르자 엔진을 시동시켜 출발했다. 어둠이 짙게 내려 압록강은 먹물처럼 검고 탁해 보였다. 멀리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철교에서 떨어지는 나트륨 빛이 물비늘에 흔들려 반짝이는 게 보였다.

배는 미세한 엔진소리와 함께 압록강변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강 중간으로 방향을 꺾기 시작했다. 북한 땅이 가까워지며 바로 지척에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둘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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