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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유통이 지난 5일 발행한 각 매점의 1월 용역비(급여) 명세서. 2명이 근무하는 매점의 용역비가 대부분 100만원 미만이다
한국철도유통이 지난 5일 발행한 각 매점의 1월 용역비(급여) 명세서. 2명이 근무하는 매점의 용역비가 대부분 100만원 미만이다 ⓒ 석희열

전국의 기차역과 전철역 매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등 심각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를 상대로 지난 16일부터 무기한 휴무 투쟁에 나섰다.

쉬는 날 없이 한달 내내 하루 10시간 정도를 근무하여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평균 50만원 남짓.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9월 1일부터 2005년 8월 31일까지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급 2840원(월급 기준 59만 3560원). 결국 이들은 국가가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최저임금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과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철도유통 측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1년 이후 성과급영업원(사측과 고용관계)에서 개인사업자로 용역전환을 한 경우, 개인사업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이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한국철도유통 선만용 기획부 차장은 "옛날에는 다 최저임금을 넘었던 곳인데 1년 전부터 경제 한파로 매장의 수입이 감소하면서 회사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개인사업자까지 회사에서 최저임금을 보전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평균 소득 50만원에 불과... 16일부터 무기한 휴무투쟁 돌입

철도매점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조 회의실에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철도매점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조 회의실에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 석희열
매점노동자들은 특히 영업시간을 규정하고 있는 용역계약서 제9조에 대해 '노예조항'이라며 폐기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제9조에서 "을은 연중무휴로 용역매장을 운영하여야 하며, 특별한 경우 갑과 을은 협의하여 휴무일을 지정 운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 사실상 365일 16시간(오전 6시~오후 10시) 근무체제를 제도화하고 있기 때문.

철도매점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는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매일 16시간 이상씩 뼈빠지게 일하느라 가족과 함께 식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아왔다"면서 "우리도 월 2~4회 정도의 유급휴일이 필요한 인간이다, 회사는 휴일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유통 선만용 차장은 "철도 매점사업은 공익성이라는 목적사업이기 때문에 연중무휴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지 회사의 수익 증대를 위한 시스템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개인사업자라 하더라도 집안에 애경사가 발생하면 회사와 협의하여 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철도매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50여명은 지난 16일부터 휴무(연가)투쟁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해고자 원직 복직 ▲매점 근무자 노조활동 보장 ▲매점 당 최저임금 150만원 보장 ▲4대 보험 적용 및 유급휴일 보장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노조 사무실 등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 전평호 위원장은 "독소 조항들로 가득찬 용역계약을 강요받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전국의 1000여 매점노동자들은 이제 더이상 사측의 부당한 처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노조는 사측과 함께 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위원장은 "1년 365일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하루 평균 12~13시간 장시간 근무를 해도 한달에 50만원 정도의 임금이 주어질 뿐"이라면서 "이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한국철도유통만의 노동조건"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법정 최저임금·휴일 보장 등이 쟁점

노조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지역 130여곳의 매점당 한달 평균 용역비(급여)는 100만원선.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16시간 근무체제상 통상 2명이 근무하므로 1인당 50만원 꼴이라는 말이다. 근무시간 또한 잡일 등 겹치는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평균 12~13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물건이 안 팔리니까 수수료(용역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가족 단위의 소사장제도로 운영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개인사업자가 모든 권한을 갖고 사업을 하므로 소득의 많고 적음이나 근무시간 등은 순전히 개인사업자가 책임질 몫"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휴무투쟁을 무기한으로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측 또한 단체행동을 위한 휴무는 인정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 등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양측 간의 벼랑 끝 대치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철도유통 소속 철도 매점은 전국적으로 500여개로 현재 1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130여개 매점 노동자 230여명이 지난 2001년 출범한 철도매점노조에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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