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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길었던 설 연휴가 끝났다. 설날 음식 장만하느라 고생하고 설연휴가 끝나고 남은 음식 처리에 고민하는 주부들이 계실 것 같다. 요즘은 설음식을 그렇게 많이 장만하지도 않고, 냉동실에 넣어둘 수도 있어서 다행이지만 옛날엔 남은 설음식 처리에 주부들이 고생 좀 했을 것이다.

특히 주부들 중에는 음식을 장만하는 데 들인 비용과 정성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다 먹어 치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아까워서 먹는 음식이 결국 돌이키기 어려운 주부비만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설음식 장만에 투입된 비용과 노력보다도 훨씬 큰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미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남은 음식)이 아까워서 무리하게 먹어치우면 주부비만이라는 병을 얻어서 현재와 미래의 기회비용(건강)마저 갉아 먹게 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가정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이미 지불한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하다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 법원에서 공사를 전면 중단할 것을 권고했으나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정부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만도 한 것이 공사를 중단할 경우 그 동안 투입된 국민혈세를 낭비한 꼴이 되니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공사를 중단할 경우 애시당초 신중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거대한 국책사업을 무책임하게 결정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 두려울 것이다. 정부가 범한 오류를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박정희 독재시대도 아니고 무분별한 간척이 가져올 환경적 재앙이 어떤 것인지 알 만큼 아는 시대다. 그래서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간척지의 용도와 개발범위를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국민적 합의를 얻어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여된 것도 사실이고,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법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길을 가다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돌아 나가야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다고 해서 잘못된 길로 계속 간다면 갈수록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미 투여된 비용과 노력 때문에 새만금 간척공사를 계속한다면 돌이킬 수 없이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분명히 지적하는데 그동안 새만금 간척사업에 투여된 비용은 매몰비용이다. 투자비용으로 오인하여 계속 투자를 하면 언젠가 투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정부는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더 이상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과거의 매몰비용에 집착하여 현재와 미래의 기회비용까지 갉아먹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율 스님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천성산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공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매몰비용(Sunk cost): 일단 일을 시작한 뒤엔 그만두려 해도 그때까지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이미 써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된 비용을 말한다.

조영민 기자는 고양시민회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고양시민회(www.gycc.or.kr)와 시민의신문(www.ngotimes.net)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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