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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랑하는 두 아이입니다.
제 사랑하는 두 아이입니다. ⓒ 박희우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가 부지런히 내가 살고 있는 23층까지 올라온다. 그때 문득 아내가 한 말이 떠오른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였다.

"당신 정말 수술 안 하실 거예요?"
"수술?"
"정관수술 말이에요."

아내는 둘째를 낳고 2년이 지나자 내게 정관수술을 하라고 했다. 그때 나는 아내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 중대한(?) 일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내는 내게 핀잔을 주었다. 의논할 게 따로 있지 그걸 가지고 누구와 의논할 거냐고 내게 대들었다. 당신이 지금 나이가 몇 살이냐고 따지기까지 했다. 나는 아내에게 '그럼 당신은 왜 딸만 낳았느냐?'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아내가 내게 이렇게 반박을 할 것 같아서였다.

"책임은 남자에게 있답니다."

내 나이 올해로 마흔 여덟 살이다. 큰아이는 열 살, 작은아이는 여덟 살이다. 나는 아이들을 무척 사랑한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세상 부모들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놈들을 보며 결의(?)를 다지곤 했었다.

"이놈들만은 잘 키워야지."

그때 나는 티베트의 고승인 '달라이 라마'라는 스님을 떠올리곤 했었다. 스님께서는 '많이 낳고 잘 키우지 못하면 죄악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어린 시절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가족이 많으면 그만큼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

우리는 5남 2녀다. 집은 가난했고, 아이는 많고. 우리 형제들은 그랬다. 제대로 된 교육은 고사하고 생일밥 한 번 찾아 먹질 못했다. 그게 한이 맺혀 나는 절대 많이 낳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주위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것이었다.

어머니부터 시작해서 형님들까지 내게 아들이 있어야 한다며 은근슬쩍 말하는 것이었다. 내 귀가 너무 얇은 탓일까. 차마 아들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간의 모진(?) 결심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보다 못해 아내가 손수 피임시술을 해버렸다. 그때 아내가 피임시술의 유효기간은 5년이라고 내게 말했다.

"벌써 5년이 지났나?"
"당신도 참 답답하우. 작년에 했으면 얼마나 좋아요. 지금은 20만원도 넘는데요. 10배도 더 올랐어요."

엘리베이터가 23층에 멎는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히고 나는 휴대폰을 꺼낸다.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한번 병원을 알아봐. 내 나이 내일 모레면 쉰 살이야. 두 놈이라도 잘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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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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