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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인상은 특이했다. 커피와 술 대신 '음료'를 마시고, 담배도 손에 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지했다.

하지만 그와 나는 공통점이 있었다. 같은 독일 하늘 아래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유학생 한국인으로, 그는 독일인 대학생으로.

<오마이뉴스> 유럽시민기자 모임이 열렸던 1월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는 촘촘한 스케줄 틈틈이 그를 인터뷰 했다.

▲ 지난 1월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인 유럽' 행사에서 세미나에 참석중인 알렉산더 크라베.
ⓒ 민경진
알렉산더 크라베(23). 동부독일 멕클렌부르그포어포먼주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알렉산더는 이미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30여편의 기사를 올린 '열혈시민기자'다.

타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알렉산더는 학업에서 요구되는 실습과정을 한국병원에서 마치려고 계획하고 있을 만큼 한국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답게 채식위주의 한국음식이 매우 건강에 좋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알렉산더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도에 대해 ‘읽는 자’에서 ‘직접 참여자’로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이 세계시민들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서 이것이 세계평화운동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산더가 보는 <오마이뉴스>는 어떤 세상일까.

독일의 의학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다

- 어떻게 <오마이뉴스>를 알게 되었나.
“잘 알고 지내는 한국인 친구와 아시아, 한국의 역사 및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마이뉴스>에 대해 처음 들었고 이후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는 토드 태커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기사를 읽는 수준이었는데 어느 날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기사를 써보지 않겠냐는 메일을 받았다.”

- 시민기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
“처음엔 정기적으로 영어로 글을 쓰는 게 영어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고료 역시 큰 유혹이었다.(웃음) 의대생인 나에겐 책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작은 그랬지만 몇 개의 기사를 쓰고 나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멀리 있는 한국 사람들도 내 기사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의 역사라든지 의학 등…. ”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멋진 시스템이다. 개개의 시민이 스스로 자신의 기사를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그걸 펼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그건 정말 세계적 평화운동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좁혀 줄 것이며, 서로에 대한 그리고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오마이 인터내셔널’은 민주적 저널리즘을 실현시킨다는 점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오마이 인터내셔널이 더 영향을 미치고 더 많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미디어가 국가에 의해 통제를 받을 때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나치 정부는 당시 국민들에게 나치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기 위해 라디오를 적극 이용했다. 물론 TV도 있었지만 라디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미디어를 통한 사상적 획일화 경향이 독일 내 보수적 언론에서는 아직도 보이지만 <오마이뉴스>는 획일화를 거부하고 생각과 의견의 다양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매우 다르다. 오마이 인터내셔널이 이러한 다양성을 잘 비춰줄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제는 세계적 평화운동의 시작”

▲ "매운 한국음식이 좋습니다." 알렉산더 크라베와 그의 동생 줄리아 크라베.
ⓒ 민경진
- 지금까지 시민기자로서 몇 편의 기사를 썼는가. 또 주로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썼는지.
“내가 쓴 기사는 총 30여 개다. 동서독 통일로 인해 야기된 경제적 문제들, 새로운 연방대통령에 관한 것, 컴퓨터 바이러스를 발견한 사람 소개 등 오마이뉴스에서 내 이름으로 검색하면 내가 쓴 기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기사를 쓰기 위한 정보는 보통 어떻게 얻나?
“매일 뉴스를 주의 깊게 본다. 그리고 <디 짜이트> 같은 주간지, 뉴스전문 라디오 방송을 매일 듣는다. 기사를 쓸 때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내 기사가 정확한 팩트인지 3~4회 가량 꼭 확인한다. 아주 가끔이지만, 내 기사가 완전히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는 정확성을 위해 다시 쓴다.”

- 댓글이나 독자들의 반응은 어느 정도인지. 또 그럼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몇 개의 코멘트가 있을 때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 아주 가끔 내가 알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코멘트가 있을 때도 있다. 코멘트는 항상 환영이다. 나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기사에 대한 폄하 같은 것은 나를 아주 슬프게 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 앞으로 특별히 다루려고 하는 주제가 있는가.
“‘건강’과 ‘건강한 삶’에 대해 쓰고 싶다. 특히 의학적 관점에서 건강과 음식, 또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삶의 방식 등등.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도 인터넷이 사회 정치를 바꾸고 있다”

- 인터넷을 매일 사용하는가?
“그렇다.”

- 독일에서 인터넷을 매일 사용하는 세대는 어떤 세대인가. 젊은 층 같은 일부 계층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전반적 현상인지.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특히 청소년들에겐 당연한 거다. 상대적으로 노년층에게는 컴퓨터가 어색할 수 있지만 시민대학(Volkshochschule)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은 성공적 모델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유럽의회 앞을 산책중인 알렉산더.
ⓒ 민경진
- 한국에서는 웹상에서 만난 사람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도 그런가.
“그렇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매우 일반적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그런 오프라인 모임을 자주 가진다.”

- 독일에 <오마이뉴스>와 비교할 만한 언론매체가 있는가?
“몇몇 웹 사이트에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코멘트를 남기는 형식 등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마이뉴스>처럼 시민기자들의 직접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언론매체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 만약 독일판 <오마이뉴스>가 생긴다면 어떨지. 성공할 수 있을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내 생각엔 독일도 이미 잠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독일의 많은 젊은 계층(청소년, 대학생 등) 대부분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가 정치와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인터넷상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며 토론하는 것을 비롯해 웹상에서 시민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이런 점에서 기본 토대는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본다.”

- 인터넷이 독일내의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웹상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형성해 가는 www.heise-online.de 같은 사이트는 민주주의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본다."

- 독일에서는 ‘정치혐오’에 대한 언급을 자주 듣게 된다. 젊은 계층일수록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정치혐오’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틀린 말이고 ‘정치인 혐오’라는 말이 맞다. 젊은층 역시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가들에게 싫증을 느끼고 정치가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지 정치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이들에게 <오마이뉴스>처럼 웹상에서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오마이 인터내셔널에 제언을 한다면.
“오마이 인터내셔널이 세계 곳곳에 있는 개개인들을 이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쓴 기사를 한국인이 읽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오마이 인터내셔널이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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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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