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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욱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내는 재판에 빠지지 않는 한 일본인 변호사가 있다. 아다치 슈이치(足立 修一) 변호사. <대구경북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6일 일본 취재 도중 히로시마 시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지난달 19일 히로시마(廣島) 고등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미츠비씨 재판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또 아다치 변호사는 이번 재판외에도 곽기훈씨 재판 등 한국인 전쟁피해자에 대한 재판 변호를 지속적으로 맡아오고 있다.

아다치 변호사를 만나 히로시마 미츠비씨 재판의 성과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협정 문서 공개 등에 대한 일본 내부의 시각과 법률가로서의 의견을 들어봤다.

아다치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미츠비씨 재판은 일본 정부의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공무원의 과실 뿐만아니라 국가적 배상까지 인정한 판결"이라면서 "하지만 일본 정부가 강제연행 책임이 없다며 한일협정까지 언급한 판결은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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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다치 변호사는 "한일협정 문서공개로 일본 내부에서 개인보상 책임론이 줄어들고 개인보상 요구활동에도 어려운 여론이 형성될까 우려된다"면서 북일수교에 대해서는 "경제협력 차원이 아닌 개인보상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아다치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 히로시마 미츠비씨 재판이 일부 승소 판결을 끌어냈는데 성과는 무엇인가?
"이미 재외 피폭자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일본 후생성 402호 통달의 위법성은 곽기훈씨의 재판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후생성 402호 통달을 만든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하고 국가배상까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일부 승소로 끝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특히 기업의 개인배상에 대해서는 예전의 입장과 동일한 결론이 나왔는데….
"강제연행과 노동에 대해서는 1심 재판때도 이미 패소한 부분이다. 특히 (청구권의) 시효문제에 있어서 권리가 다 소멸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된 판결이라고 본다. 하지만 민법상 계약관계의 안전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여지가 있다고 재판부가 인정하는 것은 원고측이 계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부분이다."

- 1심 판결은 패소로 끝난 바 있었다. 이번 2심 판결은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봤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간단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인정 부분은 피해를 입었고 강제연행도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시효문제가 있어서 이길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시효문제 있어서 재판부가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한일협정까지 언급하면서 명시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 앞으로 미츠비씨 재판 이외에 다른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소송도 가능한가. 그 역시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을 보는가?
"정확히 예견할 순 없다. 중요한 점은 일본 정부가 재외 피폭자에 대해서 정신적 차별을 부당하게 했고 위자료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런 논리로 보면 한국이든 브라질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피폭자에 대해서도 정신적인 배상의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재판은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 한일협정 문서공개가 한국사회 논란이 되고 있다. 법률가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일본 국내에서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되어서 '역시 개인보상의 책임이 일본에는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한일협정 문서도 개정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법률가로서의 입장에서 보면 더 충분한 법논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부터 그것을 고민해야 한다.

한일협정 문서공개에 따라 개인보상 책임이 일본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사람들이 틀림없이 많아질 것이다. 한국인 전쟁피해자의 개인보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기 어려운 여론이 형성될까 우려된다."

- 북한에 거주하는 피폭자와 북일수교 해법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지금 문제점은 북한 사람이 일본에 오면 같은 원호를 받을 수 있지만 수교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자유롭게 오갈 수 없고 원호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또 일본 정부가 말로는 북한 피폭자 지원을 하더라도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어떻든 한일양국이 관계정상화 해법인 경제협력 방식이 마땅하지 않다는 세력이 일본 내부에서도 많아질 것이고 이것이 앞으로 개인청구권 방식으로 북일수교를 진행할 수 있을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만약 경제협력이 아닌 개인의 보상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북일수교가 진행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금 납치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마치 과거 침략전쟁 문제를 일본사람들이 다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한국과 처음 인연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있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은 대학시절부터 계속돼 왔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잠시 경험한 적이 있는데 1980년 그때 광주민주항쟁이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했다. 시민들이 군사정권과 싸우는 모습을 일본과 비교하면서….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원폭피해자 지원 및 구술증언 사업 <평화길라잡이> 참여하기→대구KYC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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