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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번복·점거… 파행. 지난해 4대법안 처리를 놓고 파국을 거듭해온 여야는 새해를 맞아 상생과 민생을 다시 외치고 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진 4대법안(신문법 제외) 재협상을 놓고 언제 다시 화약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 여야는 민심과 상대당의 눈치를 살피며 고심중에 있다. 임시국회 개원을 앞두고 <오마이뉴스>는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방송법 등 처리하지 못한 '개혁법안'의 양당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그 세번째로 사립학교법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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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입법, 어디로? ① 국보법] 복잡한 여당, 요지부동 한나라당


지난해 12월 6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학부모 1만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학부모 1만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 '강경한' 교육위원들, 그러나...

여당은 2+1, 즉 국가보안법은 힘들더라도 과거사법과 사학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개혁입법' 자체에 대한 소극적 자세로 인해 사학법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개·폐만큼이나 난제 중 난제다. 국보법처럼 이념 문제가 얽혀 있는데다가 한나라당의 지지세력, 즉 보수적인 종교·교육단체의 이해와 직결되는 문제라 저항이 심하다.

사학법의 개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본 원칙은 사학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 특히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개정안에 자립형 사립고의 재단전입금, 등록금, 교육과정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를 신설조항으로 삽입했다.

무엇보다도 사학법 개정의 쟁점은 개방형이사제 도입 여부. 열린우리당은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가 추천하는 '외부 이사'를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 채울 것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현행 유지(이사회 추천)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군현, 이주호 등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개방형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는 "당 교육위원들의 입장이 당론은 아니"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기득권 버려야" 다른 목소리 상당수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형오 전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직에 있을 때는 사견을 들어낼 수 없었지만 교육위원들의 생각이 네거티브(부정적)한 면이 있다"며 개방형이사제 도입에 대해 찬성했다. 김 전 총장은 "교육만큼 공공성을 지닌 게 없는데 사학재단이 개인재산이라고 학교를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며 "공익성과 공공성에 비추어 개방형이사제 도입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총장은 "외부인사의 참여에 있어 전교조 등 특정이해집단이 참여하는 것은 사학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며 "공신력 있는 검증을 거쳐 순수한 외부인사로 국한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았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4대법안 당론 재조정을 주장하며 "당론이 개방형이사제 반대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며 "당내 토론을 통해서 개방형이사제를 왜 못 받아들이는지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 수석부대표는 "개방형 이사가 너무 넘쳐서 사학을 좌지우지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 사립학교에는 투명한 감시자가 필요하다"며 "내부 토론이 열리면 반대자가 있을 것이고 다양한 제안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당내 중도그룹인 '국민생각'의 맹형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지난 연말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면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부패, 기득권, 수구 등 한나라당의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사학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방형이사제 도입에 대해 맹 의원은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며 "이념의 틀이 아닌 사학의 투명성·공공성 확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의원 "의원들 설득하겠다"

반면 당내 교육통인 이주호 의원의 입장은 당의 이같은 흐름에 대해 "의원들이 잘 몰라서 그런다"며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이번 당직개편에서 제5정조위원장으로 임명된 이 의원은 "개방형 이사제? 좋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강제하느냐 마느냐"라며 "사학 지배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몰고올 개방형이사제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사학의 투명성이 문제라면 회계·감사를 강화하면 된다"며 "굳이 이사회 1/3을 외부 인사로 들인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학법 개정안의 임시국회 처리 여부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난제이니만큼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상임위 처리에 앞서 여야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하는 등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이다. 지난 연말 안건상정을 미루는 한나라당에 맞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교육위원들은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제출, 처리를 시도했으나 한나라당 소속의 황우여 위원장이 거부해 무산됐다. 이후 사학법은 4자회담으로 넘겨졌으나 4자회담의 무산에 따라 논의가 중단되었다.


[열린우리당] 강경한 원칙 유지하며 각종 '당근' 준비중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상정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이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의원들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등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사학법 개정안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상정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이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의원들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등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사학법 개정안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열린우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록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정당성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의 반대논리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검토해온 '건전사학육성법안(가칭)'에 대한 발의를 구체적으로 준비중이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1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무정쟁 선포'를 빗대 "국민들은 정쟁하는 국회를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일하지 않는 국회는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면서 "작년 정기국회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부정하거나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 2월 임시국회에서의 개혁입법 처리를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집행위원회의에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교육위원회에 상정이 되어 많은 논의가 되어온 법으로 그냥 논란만 증폭시키고 지연해서 될 일이 아니라 빨리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하는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을 것이고, 그것을 붙잡아둘 아무런 명분도 없다"며 "이런 법들은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생산적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고, 그래야 정쟁이 없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전사학육성 병행추진, 이사비율도 조절 가능"

당 지도부의 원칙적인 입장 표명과는 달리 당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기 위한 실무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교육위 소속인 정봉주 의원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연말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4개 법안을 '개혁입법'이라고 묶어서 처리하려고 했던 전략·전술상의 오류에 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법안을 따로 풀어놓고 정치적 타결이 아닌 국회 상임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도록 맡겨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초점은 문제가 있는 사학은 정리해서 정상적으로 끌고간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문제가 없이 잘하고 있는 사학에 대해서는 육성·지원하는 건전사학육성법을 마련해 한나라당과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골자를 이루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의 외부인사 참여 비율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봉주 의원은 "개방형이사제가 담고 있는 원칙과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비율에 대해서는 절충이 가능하다"며 "외부인사가 1명이든 2명이든 투명성을 담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이 더이상 정당성 없는 어거지로 반대를 한다면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해 코너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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