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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한나라당 수석원내부대표.
남경필 한나라당 수석원내부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소장파를 상징하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의 일원이면서도 당직(원내수석부대표)에 발이 묶여 좀체 사견을 드러내지 못한 남경필(3선·수원팔달)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는 작년 임시국회를 마감하며 김덕룡 원내대표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연초 2주간 아프리카 의회시찰을 마친 뒤 귀국해 이를 번복하며 "안에서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남 의원은 28일 오후, 당 진로와 관련 일전을 예고하고 있는 연찬회를 앞두고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나라당의 차기집권을 향한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우선 한나라당의 대권주자와 관련 남 의원은 "앞으로 후보군을 더 넓혀가야 한다"며 박근혜-이명박-손학규에서 나아가 "박진, 원희룡, 고건, 정몽준은 왜 안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은 이번 당직개편이 박근혜 대표의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비판에 동조하며 "한나라당이라는 무대에서 누구든지 다 들어와서 공정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박근혜 대표 외에 다른 후보들이 당에서 활동하기 힘든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선투쟁, 4대법안 당론 재조정 과정에서 드러날 것"

남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의 지지율 하락을 심상치 않게 봤다. 그는 지난 4대법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진 박 대표의 보수강경한 태도를 주원인으로 꼽으며 "박 대표마저 희망을 제시해주지 못하면 이제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은 "(박 대표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싸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 해체론에 말을 보탰다.

남 의원은 당 개혁을 위한 유효기간을 "2005년 가을 정기국회로 국한"하며 열린우리당 중도파와의 연합에 대해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여권발(發)로 나올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이방호 의원 등 보수파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민주·자민련과의 연정에 대해서는 "구시대적"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남 의원은 '개혁적 중도보수'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4대법안 협상에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폐지 후 제정'의 대체입법안에, 사학법은 개방형이사제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당론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남 의원은 연초 좀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4대 법안 당론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다음은 남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한나라당이 '개혁적 중도보수'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있나.
"결국 구체적 법안으로 표현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쟁점법안의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념이 드러나지 않겠나. 예를 들어 사학법에 관한 한나라당 당론은 개방형이사제에 반대하는 것이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 재검토해야 한다. 사학의 투명성 위해 감시자가 필요하다는데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 과거사법도 사실상 상임위 차원에서 합의가 되었는데 '원점재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지난 연말 잠정협상안) 결정된 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보법도 대체입법안으로 의견접근을 이뤘는데 협상안에 대해 폐지다, 개정이다 해석이 다른데.
"양쪽이 같은 걸 가지고 지금 '대체법안'이냐 '개정'이냐 논란이 있는데 어느 쪽도 상관없지 않나? 폐지하면서 대체입법할 수 있다. 다만 현행 국보법으로 처벌받는 사람들이 법률적으로 승계된다는 내용이 제정법안에 담겨 있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시기와 방법의 문제다. 폐지법안과 제정법안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 '개정' 당론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한나라당이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다 결정되었다. 토론은 끝났고 재조정한다해도 똑같은 결과일 것이다. 조항의 내용으로 더 이상 양보할 것은 없다."

- '폐지 후 제정'의 대체입법안도 가능하다는 건가.
"그렇다"

"박 대표 희망 제시 못하면 다른 길 모색해야"

- 과거사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당당해져야 한다."

- 박근혜 대표 부친의 과거에 대해 당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설 필요 없다. 박 대표가 이 문제를 뛰어 넘어야 한다. 지금 여권의 과거사 공세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한다면 박 대표한테는 위기이지만 거꾸로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미리 예방주사 맞는 효과가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다. '공'은 인정됐고 '과'는 박 대표가 '안고 가겠다'고 하면 된다. 문제 생기면 초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을 향한 공격에 당이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한일회담, 문세광 저격사건, 영화 <그때 그사람>, 광화문 현판 등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관한 박근혜 대표의 '침묵' 행보가 적절하다고 보나.
"박 대표가 먼저 정리해야 한다. 박 대표가 먼저 초연하게 대처한다면 대응을 하든 안 하든 상관이 없지만 지금은 움츠려 있다. (부친 문제에서) 자유로워져서 대응 여부에 상관없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곤혹스럽다는 식으로 움츠려 있다."

- 지난 연말 4대법안 협상에서 생긴 박근혜-김덕룡 간극이 시대정신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런 부분이 있었다.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소장파가 박근혜 대표를 당대표로 적극적으로 지지한 이유는 한나라당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당내 TK, 영남보수층을 안심시키면서 당 개혁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4대법안 처리과정에서 그 기대가 무너졌다. 그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한나라당의 지금 이 모습으로는 안 된다는 것에 다 동의한다. 박 대표마저 희망을 제시해주지 못하면 이제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 다른 길?
"해체론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나. 지금 당장 (해체론을) 내놓기보다는 한나라당이 알을 깨고 나오는데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수요모임을 비롯해 다른 의원들도 자기가 맡은 위치에서 적극적인 문제제기 필요하다. 작년 박 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4대입법 철회하라고 했는데 그런 것은 막아야 했다. 나 역시 내부 회의에서 잘못 지적했지만 조직화가 안되었다. 수요모임, 국발연, 국민생각 등 각 계파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일단 끝까지 노력하겠다."

- 일부 영남권 중진들이 자민련, 민주당과의 연합정당도 제기하던데.
"그런 식의 합당 패러다임은 구시대적이다. 그렇게 연합된다면 과거 회귀다."

- 열린우리당 중도파와의 모색도 배제하지 않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계개편 등 정치지각 흔들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여권발로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아무튼 아직까지는 한나라당 내부 힘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당 해체? 올 가을 정기국회 전에 결론날 것"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내부에서 노력하겠다는 한계 시점은 언제로 보나.
"2005년이 마지막 기회다. 2005년 가을 정기국회 시작하기 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 정기국회 되면 다른 현안에 밀리게 된다."

- 새정치수요모임 남원정(원희룡, 남경필, 정병국)이 미국 방문중에 논의한 것이 그건가.
"그렇다. 이대로는 안 된다. 2005년도가 마지막이다. 그 때까지 내부역량 결집하자. 거기까지다."

- 당직(원내수석부대표) 유지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렵지 않나.
"맞다. 하지만 고민 끝에 어려움 있지만 안에서 최대한 노력하자고 결정했다. 4대입법 당론 재조정 문제도 일관되게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다. 당론 결정될 때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 지난 금요일 주요당직자회의 때 당 지지율 저하를 우려하며 "완고한 보수주의, 수구 기득권 보호, 폐쇄적 당운영, 반노 일변도" 등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작년에는 (당을 향한 비판은) 가급적 비공개회의 때 제기했다. 박 대표와 내부 토론를 통해 생각하는 바를 관철하려고 노력했지만 안 되더라. 그래서 방법을 바꾼 거다. 내부에서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 앞으로 소장파와 김덕룡 원내대표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나.
"당직을 그만 두겠다 전했고 DR도 그만 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안에서 당론 변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 아프리카 외유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DR과 '개혁적 중도보수'를 합창했는데 2005년 당 노선투쟁에 있어 DR-소장파 연대를 의미하는 건가.
"기대하는데 100% 장담할 수 있겠나. 생각한 바를 이제 쉼 없이 떠들 것이다. 내부 토론에서 했던 것을 바깥에서 문제제기하는 것이 결국 당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긴 안목에서 보면 안에서 상의하고 건의해서 변화를 바라는 것보다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DR도 소장파도 박 대표를 지키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박 대표다, 아니다의 차원을 떠나 해야 할 일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게 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같이 갈 수 있으면 같이 가는 거고 걸림돌이 되면 싸움의 대상되는 것이다."

- 박 대표의 지지율이 7·17 전당대회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연초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처음으로 앞섰다. 원인은 4대 법안에 대한 보수 강경한 태도라고 보나.
"그게 제일 영향이 클 것이다."

- 이번 연찬회에서 당 선진화 방안이 주요 의제인데 수요모임 차원에서 던질 의제는.
"선진화 방안은 워낙 좋은 말들이 많아서 다 동의하지 뭐, 토론할 게 있겠나. 우리는 구체적인 의제를 던질 것이다. 우선 4대법안에 대한 토론이 있을 것이고 주요하게는 한나라당이 좀더 역동적인 정당이 되기 위해 뭐가 필요한가 논의해야 한다.

가령 공정한 대선경쟁을 위해 당이 어떤 틀을 제공해야 할 것인가. 당의 이제까지의 역사를 보면 대선후보를 축소해 나갔다. 지난 이회창 총재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박 대표 외에 다른 후보들이 당에서 활동하기 힘든 분위기로 가고 있다. 이제는 대선 후보를 넓히기 위한 방법으로 당의 틀이 짜여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사무총장의 역할들이 공정하고 충실한 중간관리자 역할이어야 한다. 과거처럼 대표의 충복이 아니라. 그리고 여의도연구소를 어떻게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여의도연구소가 대표의 주문생산 정책을 내놓으면 안 된다. 중장기적 전략 속에서 당과 당대표를 비판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당 사이버정책도 검토가 필요하다."

- 여의도연구소(소장 윤건영 의원)의 현재 모습은 어떻다고 보나.
"여의도연구소는 당 정책위의장이 할 수 없는 이야기들, 국민을 상대로 한나라당이 이슈화할 수 있는 의제들을 던져야 한다. 대표 발언이 부정적이면 비판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초선의원들이 소장·부소장 맡아서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겠나. 그건 아니다.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나 원내대표, 당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원정, 비판자 넘어 실질적인 플레이어 될 것"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대권주자에 대한 평을 짤막하게 해달라.
"이명박 시장이야 역시 '일하는 CEO' 이미지가 강하고, 지지층이 지지자와 반대자로 확연히 구분된다. 그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손학규 지사는 지지층이 많지도 않고 비토하는 세력도 적다. 애매모호한 입장인데 그 역시 장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시대흐름이 어느 쪽의 시대정신에 맞게 가느냐다. 두 사람의 특징은 크게 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시대흐름이 어느 쪽에 기우느냐는 것이다."

- 2007년 시대정신의 키워드는 뭐가 될 것이라고 보나.
"3년 후는 예측 못한다. 왜냐하면 경제를 무시할 수 없는 반면 기득권에 대한 타파, 과거에 대한 재평가 등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다. 두 방향이 같이 가겠지만 어느 쪽에 방점이 찍힐지 모른다. 노 대통령이 어떤 정책으로 끌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 올인하면 경제로, 경제가 나아지면 과거의 문제를 뛰어넘자는 식으로 갈 것이다."

- 이회창 총재의 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게 안 하리라 믿는다. 안 할 것 같다. '창'도 그런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 외에 추가 대권 후보가 있을 수 있나.
"추가될 수 있다. 당연히 추가돼야 한다. 앞으로는 후보군을 넓혀 가는 과정이다."

- 누가 있을 수 있나.
"박진, 원희룡, 고건, 정몽준도 되지 않나. 후보군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종 이기는 사람이 정당성을 잡는 것이다. 과거에는 '창'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 나머지를 잘라내고 좁혀갔다면 2007년 대선은 후보군을 넓혀가는 과정일 것이다. 한나라당이라는 무대에서 누구든지 다 들어와서 공정한 검증과정을 거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시그널은 반대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 남원정에 대해 '기회주의적 보수'라는 비판이 있다.
"지난 대선처럼 단지 비판세력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4대법안 처리 등 우리한테 더 큰 책임이 있다. 관전자, 비판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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