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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 <이상문학상 작품집>. 그 명성과 기대 때문일까? 일 년의 기다림을 거쳐 이제 막 서점가에 등장한 <2005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등장과 함께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학 작품집으로 드물게 베스트셀러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활약이 2005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상인 한강의 ‘몽고반점’, 우수상인 이혜경의 ‘도시의 불빛’, 김경욱의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 윤영수의 ‘내 여자친구의 귀여운 연애’, 천운영의 ‘세번째 유방’, 이만교의 ‘표정 관리 주식회사’,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 등을 담고 있는 이번 작품은 한 해 동안 발표됐던 중·단편 소설 중에 ‘으뜸’만을 엄선해서 심사한 것이기에 한국문학의 오늘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대상작인 한강의 ‘몽고반점’은 논란의 여지가 큰 문제작 중의 문제작이다. 이 작품은 흔히 보기 힘든 ‘예술가 소설’로서 화자인 비디오 아티스트가 우연히 처제의 엉덩이에 남아 있다는 몽고반점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매혹되어 예술적 영감과 성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파탄의 길에 빠져든다는 줄거리다.

‘몽고반점’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본다면 그 동안 진부하다는 말조차 진부할 정도로 비평의 대상이 됐던 ‘불륜적인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심사위원들이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결정됐던 이유는 진부한 것을 넘어서는 소설다운 참맛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형부와 처제의 성적인 관계를 동물들의 교접이 아니라 식물적인 이미지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과 ‘처제의 몸을 영상으로 담기 전’, ‘처제의 몸과 하나가 되기 전’에 이르는 세밀한 묘사는 시종일관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돋보이는 장점이다.

또한 ‘몽고반점’이라는 상징물을 통해 처제에 대한 형부의 갈망이 원초적인 순수성을 향한 것임을 보여주고 그들의 관계를 단순히 불륜적인 그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것으로 보게 만드는 재주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이 심사평에 등장하는 의례적인 칭찬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대상작에 못지않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우수작들을 감상하는 것 또한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재미인데 올해 또한 그 재미는 여전하다. 소소한 일상에서 뜻밖의 사건을 통해 감동을 주는 ‘내 여자친구의 귀여운 연애’는 살포시 웃음을 지으면서도 긴 여운을 품게 만드는 소설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작품이다.

또한 한 인물의 이중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삭막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도시의 불빛’이나 발 뻗을 곳 없는 고시원에서의 생활을 통해 한국의 과거를 짚어보고 있는 ‘갑을고시원체류기’, 텔레비전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등 6개의 우수상 수상작들은 풍자, 비판, 감동 등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한국문학의 오늘날을 짚어보면서 내일의 작가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이상문학상 작품집>. 올해도 그 몫을 충분히 다하며 독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몽고반점 -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강 외 지음, 문학사상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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