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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번복·점거… 파행. 지난해 4대법안 처리를 놓고 파국을 거듭해온 여야는 새해를 맞아 상생과 민생을 다시 외치고 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진 4대법안(신문법 제외) 재협상을 놓고 언제 다시 화약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 여야는 민심과 상대당의 눈치를 살피며 고심중에 있다. 임시국회 개원을 앞두고 <오마이뉴스>는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방송법 등 처리하지 못한 '개혁법안'의 양당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로 과거사법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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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설마, 이번에는 되겠지..." 낙관 속 '박근혜 변수' 우려

지난 17일 오전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에 따른 피해자단체·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피해자와 유가족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 17일 오전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에 따른 피해자단체·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피해자와 유가족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진실·미래를 향한 과거청산 통합특별법안(이하 과거사법)' 제1조와 제2조는 "국가주권 상실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민족적, 반민주적 행위, 반인권적 행위 등에 의해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행복, 화해를 확보하고자 함이며 이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진실·미래위원회를 둔다"고 되어있다.

과거사법 역시 지난 연말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법안 처리가 무산된 직후 "과거사법은 2005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이는 국가보안법 폐지안·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다른 개혁입법에 대해서는 2월 국회에서 '다룬다'고만 되어 있는 것보다 한 단계 진전된 합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다른 개혁입법보다 과거사 규명법의 처리 전망을 높게 보고 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26일 취임 인사차 방문한 민주당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과거사법과 관련해 "웬만하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낙관했다. 국보법 폐지안에 대해 "법사위에 상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 과거사진상규명TF의 문병호 의원 역시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전망을 밝게 봤다. 문 의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에는 양당 원내대표까지 합의했는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반대해서 처리가 안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되면서 과거사를 공개하고 진상을 밝히라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박 대표가 반대를 하면 아버지의 비리를 덮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일협정 문서공개 등 과거사 진상규명 여론에 기대

지난 25일 임채정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25일 임채정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과거사법은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에서 마지막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행자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양당 지도부가 정치적 타협을 하면 금방 처리될 수 있지만, 협의가 안되고 다시 위원회로 넘어오면 지난 연말 상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지도부의 정치적 타협을 강조한 것은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박 의원은 "박 대표는 법안의 조사대상에 민주화운동 위장이나 친북활동까지 집어넣자고 하는데, 그런 사건은 이미 죄과 이상보다 더 과한 처벌을 받았다"며 "우리로서는 양보할만큼 양보했기 때문에 더이상 양보하는 것은 제2의 국가보안법을 만드는 것으로, 물러설 곳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박근혜 대표가 이번에도 과거사 규명법을 반대한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해, 과거사 규명법 처리에 대한 박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연말 협상안 유효?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원점재검토론 솔솔

지난 19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당사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한일협정 문서공개가 '박 대표 흠집내기'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웃고 있다.
지난 19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당사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한일협정 문서공개가 '박 대표 흠집내기'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사법에 대해 태도를 달리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 여야는 과거사법 처리와 관련해 국회 행자위와 '8인 실무협상팀'을 거치면서 사실상 합의를 보았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상은 '독립적 국가기구'로 하고, 활동시한은 4년으로 하되 위원회 의결로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사대상 범위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민주화운동세력의 친북·이적활동'을 조사대상에 넣자고 주장해 난항을 겪었으나, 막판 열린우리당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테러·폭력·학살·의문사'로 표현을 완화하는 선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을 수용했다.

진통 끝에 이뤄낸 잠정합의안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는 김원기 국회의장의 주재 하에 '2+2', 즉 신문법과 과거사법을 연내 처리한다는 안에 합의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보법 폐지를 막기 위해 과거사법을 절충한 것"이라며 "국보법 개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상 다른 법안의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추인을 거부했다.

당시 이규택 최고위원은 "과거사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누가 그 상처를 받겠나, 결국 박근혜 대표에 대한 시비붙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극렬 반대했다. 박 대표 역시 과거사법 처리를 막겠다며 의원들의 본회의장 농성을 이끌었다.

이재오 "상임위 합의안 한나라당이 뒤집은 거 아니냐"

지난 19일 6.3동지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수교협상 과정의 진상규명 등을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구성을 촉구했다.
지난 19일 6.3동지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수교협상 과정의 진상규명 등을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구성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행자위 간사인 이인기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연말 협상안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며 원점재검토 입장을 피력했다. 한나라당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상에 대해서도 논의를 처음으로 되돌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직속 국가기구를, 한나라당은 학술원 산하의 민간독립기구를 각각 내세웠으나 막판에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국가기구에 여야는 합의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은 "역사적 평가는 역사학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원칙을 되풀이하고 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사 정리는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반드시 역사학자나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학술원 산하의 현대사연구소나 학술진흥재단 등을 언급하며 "국회는 이들 연구기관에 재정을 지원하고 사료 발굴을 돕는 차원에서 역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일회담 문서공개 등 최근 들어 박정희 정권 과거사가 불거지면서 과거사법 처리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게 됐다. 그 비난의 화살은 박근혜 대표에 대한 정치공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3동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의원은 "상임위(행자위)에서 합의본 것을 의원총회에서 뒤집은 것 아니냐"며 지난 연말 협상안은 유효하며 상임위 차원에서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또 한일회담의 진상조사와 관련해 "과거사법의 조사대상에 (한일회담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더이상 여야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한나라당을 향해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는 야당의 결단과 투쟁이 필요하지만 정책이나 법안은 미래적 안목에서 유연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상정도 못하게 하고 대안도 안내놓고 막무가내로 하면 되겠냐"고 전향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수요모임의 이성권 의원 역시 "과거사법은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사항"이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 의원은 "(과거사법에 대해) 정치적 전략을 세울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대승적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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