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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그림 2
최근그림 2 ⓒ 이인환
며칠 전 막냇동생 '돼지감자'(우리 집안 막내 남동생 애칭)의 작품을 또 이메일로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혼자만 보기 아까워 이렇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중학교 또래 친구들이 보는 만화책들을 보더니 컴퓨터로 그림을 따라 그려보기 시작하더군요. 볼 마우스로 포토샵도 아닌, 오로지 그림판으로 두꺼비 같은 손을 놀리면서 그림을 그리다니요.

돼지감자가 살살 마우스를 움직이며 그림을 그릴 때면 나도 모르게 뒤에서 쿡쿡 웃음이 나옵니다. 제 동생이라서 그런 걸까요? 이제는 코 밑이 거뭇해지는 것도 같은데 저는 마냥 귀엽기만 하네요.

동생의 그림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동생은 그림이 좀 그려진다 싶을 때가 돼서야 그림 자랑을 하면서, 모 인터넷 사이트에 추천 그림으로 올라온 적도 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 뒤로 자신만만해하더니 그림에 재미를 들이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창작그림이 아닌 만화책 보고 따라 그리는 그림이라 그냥 막냇동생의 여가활동이자 취미일 뿐이지요.

요즘 동생이 그림판으로 그린 그림
요즘 동생이 그림판으로 그린 그림 ⓒ 이인환
동생의 꿈은 요리사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괜찮은 2년제 전문대를 가는 것이 요즘 목표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저 녀석이 먹는 걸 좋아하더니 요리사를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요리사의 꿈은 더 구체화 되겠지요.

동생의 초기 그림
동생의 초기 그림 ⓒ 이인환
동생의 그림을 보면 초기에는 선이 거칠고 뭔가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점점 그림이 거듭날수록 그림판으로 그렸다고는 상상이 안 될 만큼 매끄러운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색도 넣어서 제법 멋있는 그림이 되었어요. 그 그림을 보면서 내심 이 녀석이 요리사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을 꾸준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엄마라도 된 것처럼 이 생각 저 생각, 생각이 참 많아지네요.

사실 요리사는 저희 가족들이 암묵적으로 "너 요리사 돼 보는 거 괜찮지 않냐?"고 툭 던진 말이 어쩌다가 동생의 꿈이 된 사례랍니다. 그 뒤로 동생은 은연중에 '내 꿈은 요리사야'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아빠는 '저 녀석이 꿈은 있구나' 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과연 동생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요리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동생의 그림을 보면서 더 많은 생각이 든 것이지요. 동생이 몇 시간에 걸쳐 그림을 그리는 열정은 뭘까? 이 녀석이 정말 행복한 것을 뭘까? 이 녀석은 뭐가 되고 싶은 거지? 난 뭘 해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한번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최근 그림 1
최근 그림 1 ⓒ 이인환
그런데 괜히 동생에게 헛바람만 넣을 수도 있는 것 같아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그냥 접어버립니다. 그래요. 그림은 사실 그렇게 개성 있고 뛰어난 그림은 아닙니다.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재미로 그리는 그런 그림이지요. 그런데 저는 그 그림만 보면 계속 수많은 생각에 빠집니다.

자꾸 고민을 하게 되는 건, 진짜 내 동생이 행복했으면 하기 때문이지요. 한 번뿐인 인생, 진짜 잘살았다 싶을 정도로 내 동생이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돈은 못 벌어도 우울하지 않고 아주 행복하게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그렇게 내 동생, 돼지감자가 살아줬으면….

아직 고등학교 입학식도 안한 동생을 앞에 두고 사념이 많아지네요.

아무튼, 제 동생의 그림은 최고입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동생의 그 집중력과 열정만으로도 그 그림들이 최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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