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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출입국관리사무소(CIQ)에서 출발한 지 10분 정도 지나자 비무장지대(DMZ)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금강산 관광조장은 "이제 잠시후 버스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영토에 진입할 것"이라며 버스 내부에서의 사진촬영 금지 등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버스가 5분 정도 더 달리자 저 멀리 인민군이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진한 갈색의 군복과 절도있게 걷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잠시 후 버스가 천천히 멈추더니 인민군 2명이 버스에 승차하고 인원이 맞는지 확인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버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인원 확인을 끝낸 인민군이 하차하자 버스는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분 뒤, '동포의 심정으로 여러분의 방문을 환영한다'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말로 쓴 환영문이라는 관광조장의 재치있는 설명에 버스 안은 금세 웃음바다로 변한다.

눈 쌓인 금강산의 절경 직접 볼 수 있어

금강산 체험학습 둘째날. 관광조장은 "오늘부터 진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다"며 학생들에게 철저한 준비를 당부한다. 금강산은 날씨가 매우 춥기 때문에 3월에도 눈이 얼어 있다는 관광조장의 설명에 학생들의 눈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버스가 숙소를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강산 입구가 눈에 보인다. 버스에서 내린 뒤 도착한 입구에는 북한의 과자와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여럿 있다.

"요것이 북한 최고의 과자입네다. 한 번 사보시라요."

북한 상인들의 물건 파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학상동무, 남조선에 계시는 부모님들께 요거 하나 사다드리면 최고라요."

계속되는 설득에 결국 과자와 사탕을 구입했다. 가격은 대부분 개당 2달러~3달러 정도다. 남한의 과자와 비교했을 때 가격은 매우 비싸지만 기념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기념품을 대충 구입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아이젠을 착용했는데도 눈이 쌓인 산길은 매우 미끄러웠다.

▲ 북한 상인들이 판매하는 과자와 기념품.
ⓒ 이윤석
금강산의 절경을 감상하며 산을 오른 지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젊은 북한의 여성 안내원이 보인다.

"천하제일명산 금강산에 오신 학상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네다. 이 곳 금강산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습네다. 지금부터 금강산을 설명해 드릴테니 잘 들으시라요."

안내원이 금강산을 설명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나는 잠시 표식비의 앞으로 움직였다.

"동무 지금 뭐하는 기야. 고기가 어딘 줄 모르는 기야. 당장 내려오라우."

한 남자의 외침에 일대는 일순간에 조용해진다.

"요기 앞에 발자국을 남겼으니 어쩔 거야. 학상동무는 교육도 안 받았어?"

무서운 눈을 한 남자는 나에게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교육 때는 표식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비방하는 발언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무조건 죄송하다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빌고 또 빌었다.

▲ 금강산 곳곳에는 표식비가 위치해 있다.
ⓒ 이윤석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을 했다는 무대바위를 지난 뒤, 구룡폭포에 도착했다(눈이 쌓여 구룡폭포 이상은 올라갈 수 없었다). 전망대에 올라 금강산을 둘러보니 과연 천하제일 명산이었다. 순간 발동한 기자의 호기심이랄까. 일만이천봉이 맞는지 하나하나 세어본다. 아무리 세어 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는 30여개 안팎. 노래가 거짓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나중에 관광조장의 설명에 따르면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금강산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하니 내가 틀렸던 것 같다.

▲ 눈이 쌓인 금강산의 모습.
ⓒ 이윤석
▲ 얼어버린 구룡폭포의 모습
ⓒ 이윤석
▲ 금강산의 절경
ⓒ 이윤석
▲ 얼어버린 계곡의 모습
ⓒ 이윤석
금강산에서 내려온 뒤,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장대재주, 공중 2회전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한 학생들은 인간의 몸놀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듯 학생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연에 몰두했다.

공연을 관람한 김원(19·개포고3)군은 "이런 공연을 지금까지 몰랐던 게 한스럽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보고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62년 창단한 평양 모란봉 교예단은 세계적인 교예축전에서 수상을 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교예단으로 알려져 있다.

▲ 공연에 앞서 인사를 하는 교예단원들의 모습.
ⓒ 이윤석
생각보다 시간은 빨랐다. 어느덧 금강산 체험학습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고, 버스는 마지막 일정인 해금강을 향해 달렸다. 여성적인 해안미와 남성적인 산악미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다는 해금강의 절경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해금강에서는 금강산도 함께 볼 수 있다.
ⓒ 이윤석
▲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해금강의 모습
ⓒ 이윤석
해금강을 둘러본 뒤 버스는 바로 삼일포로 향했다. 관동 8경 중 하나라는 삼일포는 36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호수다. 추운 겨울이라 호수는 이미 얼음으로 변해 있었고, 북한 사람들은 호수 위를 걸어다녔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의 추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 하얗게 얼어버린 삼일포의 모습.
ⓒ 이윤석
해금강과 삼일포를 본 뒤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서울로 향했다. 아쉬움 때문일까. 학생들은 피곤함도 잊은 채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버스는 처음 금강산에 올 때와 같이 북측의 세관을 거쳤고 비무장지대를 지났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

가깝지만 지금까지 너무나도 멀었던 북한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온 학생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것 같았다. 이명섭(20·중산고3)군은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 땅을 다시 밟고 싶다"며 "이번 체험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통일부가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금강산 체험학습은 오는 2월까지 계속되며, 전국의 중·고등학생 2만여명이 경비를 지원받게 된다. 기자 본인도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금강산에 다녀왔다. 

이윤석 기자는 스스로넷 청소년 기자 입니다.
이윤석 기자의 미니홈피는 foryoumy.ez.ro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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