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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무순 중심부를 빠져 나와 외곽으로 향했다. 시내를 나오자 주변의 풍경은 금세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바뀌었다. 광활한 평지에 논밭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야트막한 산들이 솟아나 있는 게 보였다.

택시 기사는 그 야트막한 산 입구에 셋을 내려 주었다.

"여기가 그 세 사람이 도착했던 곳입니다."

"택시에 내려서 어디로 향하던 가요?"

"글쎄요. 내려서는 움직이지 않고 한참 동안 무슨 말을 주고받다가 저쪽 마을로 향했던 것 같네요."

둘은 택시기사에게 여기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는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향하는 평지 사이 사이에 낮은 산들이 펼쳐져 있는 게 조금 신기하게 보였다. 그 산들은 대체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 산 위에는 큰 나무나 바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잡초와 작은 나무만 무성할 뿐이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데 한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당신들은 어디서 오는 것이오?"

김 경장은 얼른 남자의 모습을 살폈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푸른 점프와 청바지를 입은 사내는 얼른 보기에 공안처럼 보였다. 김 경장은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난 한국에서 온 경찰이오. 여기에서 조사할 것이 있습니다."

그러자 공안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돌아가시지요."

김 경장과 채유정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무슨 중요한 것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공안이 지키고 서 있는 것이리라. 죽은 안 박사와 허 교수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해 여기 왔을 거라는 추측이 얼른 들었다.

둘은 더욱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공안을 따돌리기는 힘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왼쪽으로 바라보니 송아지 만한 세퍼트 개가 둘을 향해 짖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개는 한마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오른쪽의 나무 밑에도 줄이 풀려 있는 개의 모습이 보였다.

"댁들을 보고 짖는 것이오. 사나운 놈들이니 조심해야 될 거외다."

둘은 할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개까지 근처를 지키고 있을 만큼 감시가 심하다는 것이다. 돌아서 나오는데 채소밭 옆에 자그만 집이 있는 게 보였다. 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집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초로의 노인이 밖으로 나왔다.

"누구요?"

"어르신 말씀 좀 물읍시다."

채유정은 정중한 자세로 노인에게 다가갔다.

"이 근처에 무엇이 있기에 공안이 저렇게 지키고 서 있는 겁니까?"

노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미간 사이가 가늘게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노인은 눈을 크게 뜨며 둘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혹시 한국에서 오셨수?"

둘이 잠시 동안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동시에 말했다.
"그렇습니다."

노인의 대답이 즉각 들려왔다.
"그렇다면 공안을 더욱 조심해야 될 게야. 한국인들은 더 꺼리는 눈치거든."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죠? 어르신, 이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난 정말 모른다네. 얼마 전부터 저렇게 공안들이 지키고 서 있었어. 내가 물으니 저자들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것 같더군. 자신들도 근처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는 말만 들었다는 거야."

무언가 있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얼마 전부터라면 세명의 사람이 여기를 다녀간 이후를 말할 것이다. 그들이 여기를 다녀가고 부터 공안들이 상주해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 채유정이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들어 보이며 물었다.

'혹시 이 분들을 보신 적 있습니까?"

안 박사와 류 교수의 사진을 본 노인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둘을 본 적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채유정이 재차 물었다.

"이분들이 분명 여기에 오셨을 겁니다."

하지만 노인은 손사래를 쳤다.
"난 본 적이 없어."

그렇게 말했지만 채유정은 그가 이 둘을 보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노인의 눈치를 슬쩍 살피다가 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슬쩍 꺼내어 들었다.

"이건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중요한 일입니다. 꼭 좀 말씀해 주십시오."

대게 사람의 목숨과 관련이 있다면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채유정이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둘이 이미 죽었고, 나머지 한 젊은이도 살해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목숨이라는 말을 강조해서인지 노인의 표정이 조금씩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녀가 들고 있던 돈 뭉치를 노인의 손에 얼른 쥐어 주었다.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노인이 주변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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