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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즐비한 남성 노인정
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즐비한 남성 노인정 ⓒ 서정일
남성들이 이용하는 노인정은 겉부터 화려하다. 태극기가 휘날리며 현판도 있으며 운송수단인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마음껏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 시설까지 갖췄다.

멋들어진 고서화는 물론 그 동안 활동했던 각종 기록사진까지 벽을 장식하고 있어 잘 정비된 듯 보였다. 더구나 40여명의 회원에 임원을 두고 있어 체계적인 운영임을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

방문한 날도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담소도 나누고 장기를 두는 등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라고 하니 오늘은 적게 모인 날이라고 한다.

도심지에 있는 사람들은 10여명인데 적게 모였다는 것에 의아해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 낙안도 여느 농촌과 다름없다. 농한기인 겨울엔 마땅히 할만한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남성 노인정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남성 노인정 ⓒ 서정일
반면 남성 노인정과 10여m 떨어진 골목길엔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만큼 작고 허름한 여성 노인정이 있다. 물론 간판도 없고 내부엔 아무런 장식도 되어 있지 않다.

담이 없이 행길가와 맞닿아 있기에 얘기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고 처마도 길지 않기에 비라도 오면 신발이 젖지 않을까 걱정까지 드는 안쓰러운 모습.

65세 이상의 노년층이며 모여있는 인원도 남성 노인정과 비슷했다. 또한 평소엔 더 많은 인원이 온다는 것까지 같았다. 하지만 임원을 선출하거나 규칙을 정하는 등 체계적인 것도 없고 또 특별한 놀이문화 없이 담소를 나누거나 누워 휴식을 취한다는 점은 사뭇 달랐다.

지팡이와 신발만이 마루 앞에 놓여있는 여성 노인정
지팡이와 신발만이 마루 앞에 놓여있는 여성 노인정 ⓒ 서정일
"당연하지. 저긴 일제시대 때부터 있던 노인정이여" 올해 76세의 김 할머니, 같은 노인정인데 많이 다르다는 질문에 '남성 노인정은 나라에서 인정한 노인정이고 옛날부터 운영되었기에 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해 준다.

이해가 갔다. 공식적인 노인정은 현재 남성들이 이용하는 그곳 한 곳 뿐이며 이곳은 할머니들이 따로 사랑방처럼 임의대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

"함께 계시면 좋잖아요? 시설도 좋고…"라고 말씀드리니 싫다면서 당치도 않는 소리라고 한다. 표정까지 굳어져 버린다. 다른 동네 회관을 방문해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남녀 구분 없이 함께 모여 담소도 나누고 함께 하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접했기에 조금 의아했다. "남녀칠세부동석 때문이세요?"라는 우스갯소리로 어색한 분위기를 돌렸다.

편안하지만 어려움도 있다는 여성노인정의 할머니들
편안하지만 어려움도 있다는 여성노인정의 할머니들 ⓒ 서정일
"불편해서 그렇지" 서로 놀이문화도 다르고 또 쉬고 싶을 때 발뻗고 편히 누울 수도 없어 따로 떨어져 나왔다는 설명. 다행히 빈집이 있어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다른 마을의 회관에서 보는 할머니들의 모습과는 약간 달라 보였다. 뭔가 자유스러워 보였고 자신감 있는 표정들.

그런 할머니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개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이곳을 운영하기엔 벅차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할머니 노인정으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무튼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좀 더 자유롭고 당당해 보이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왜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만 있고 남녀예순동석과 같은 말이 없는지 두 노인정이 존재하는 낙안읍성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 가는 낙안읍성 연재
http://blog.naver.com/pen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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