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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서부두 방파제 바다풍경
ⓒ 김강임
끼르륵- 끼르륵-.
아침 7시 제주시 서부두 앞바다, 새벽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제주시 서부두는 방향도 없이 불어대는 겨울바람으로 몸을 가눌 수 없다.

▲ 방파제로 대기한 어선들
ⓒ 김강임
어둑어둑한 아침 바다를 열고 어선들이 부두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방파제에서 어선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분주해 진다. 그러나 어선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즐거운 표정은 아니다. 밤새 밤바다에서 혹한과 싸웠을 사람들. 뱃머리를 방파제로 돌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한겨울의 어장은 그리 풍어가 아닌가 보다.

▲ 시린손을 불에 쬐며 손님을 기다리는 아주머니
ⓒ 김강임
부두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생선장사 아주머니는 시커먼 깡통에 불을 지피며 시린 손을 비벼댄다. 아주머니 앞에 놓인 생선이라고는 달랑 조기 몇 상자. 아주머니는 새벽 몇 시에 어시장에 나왔는지 추위에 몸이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새벽시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으니, 이 보다 더한 추위가 어디 있으랴!

“ 아주머니! 많이 파셨어요?”
추위를 깨는 내 말에 손을 비벼 열을 발산하고 있는 아주머니는
“ 날씨가 추워서 사람들이 밖에 나와야 말이지!”
라며 입가에 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 조기 1상자에 2만원
ⓒ 김강임
“ 이 노란조기는 1상자에 얼만데요”
가격을 물어보던 나는 추위에 떨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 2만원만 주고 가져가요!”
생선장사 아주머니는 신이 나서 가격을 물어보는 내 옷소매를 붙든다.
“ 식구가 없어서, 아주머니! 반 상자만 가져가면 안돼요?”
아주머니는 물건을 흥정하는 나를 행여 놓칠까봐 단숨에
“ 경헙써!” 라며 심한 제주사투리로 흥정을 마무리를 시킨다.

▲ 어시장의 풍경들
ⓒ 김강임
수협공판장 안으로 들어가 봤다. 수협공판장은 생동감이 있었다. 긴 장화를 신고 바다를 나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분주하기 그지없다. 리어카로 생선을 나르는 사람들, 어름을 나르는 사람들 생선 박스를 손질하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들을 손질하는 사람들. 경매에 붙일 생선들을 나무 상자에 고르는 사람들, 이들의 손끝에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 갈치를 손질하는 새벽사람들
ⓒ 김강임
그러나 그 혹한 속에서도 식탁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여념이 없는 사람들의 손끝에는 바다냄새가 묻어있다, 그 바다냄새는 비린내가 나는 같기도 하고,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파래처럼 향긋함이 풍겨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바다냄새, 나는 언제부턴가 이 냄새가 좋아졌다.

▲ 싱싱한 갈치가 진열되고
ⓒ 김강임
싱싱한 제주 은갈치를 진열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은 초고속 정보망처럼 빠르다. 크기가 서로 다른 갈치를 구분하는 아주머니. 저울에 무게를 달아 보는 아주머니, 모두 생존경쟁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새벽 어시장 아침공기를 마시니, 갑자기 정신이 확 트이는 것 같다. 또한 이른 새벽, 추위도 잊은 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답답했던 머리가 깨어나는 듯하다. 제주바다에서 건져 올린 가장 큰 갈치 한 상자 가격을 물어 보았다.

▲ 갈치 1상자에 15만원에서 20만원
ⓒ 김강임
“갈치 1상자는 얼마입니까?”
"이 놈은 제일 큰놈들이니 20만원만 줍써! 그리고 이놈은 15만원!"
"네에? 20 만원요?"
20만원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빠른 걸음으로 공판장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밤을 새며 제주바다를 누비고 다녔을 어부들의 피와 땀의 대가가 결코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어선 위에서 펄럭이는 빨간 깃발
ⓒ 김강임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제주시 서부도 바다에 떠 있는 어선의 빨간 깃발이 하늘높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리고 검정 비닐에 꽁꽁 묶여 있던 갈치 1kg과 조기 반 상자의 무게가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제주시 수협공판장은 제주시 서부두 쪽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수협공판장 주변에는 아침 어시장이 형성돼 있어, 아침 일찍 그곳에 가면 제주바다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계절생선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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