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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 참외농사꾼 박동근 황희숙 부부의 새해를 맞이한 환한 미소
ⓒ 박도
"샛노란 열매를 딸 때는 얼매나 기분 좋은지..."

영하의 추운 날씨임에도 온 들판이 비닐하우스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눈부시다. 예사 농가에는 한창 긴 겨울잠에 빠져있을 때인데도 이곳사람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가올 새봄에 수확을 준비하는 농사꾼들이다.

원래 경북 성주군은 수박 생산단지로 이름을 날리다가 1960년대부터는 참외 생산단지로 바뀌었다. 다른 고장에서는 씨앗을 뿌릴 때 이곳 성주 참외단지에서는 샛노란 참외가 쏟아져 나와 온 국민들에게 풋풋하고 상큼 달콤한 과일을 맛보인다.

▲ 온 들판이 비닐하우스로 가득 찬 성주군 초정면 참외단지.
ⓒ 박도
지난해 11월 하순에 파종한 참외모종을 이제 곧 비닐하우스에다가 옮겨 심어야 하기에 그 준비로 요즘 이른 새벽부터 바쁜 박동근(50) 황희숙(48) 부부를 비닐하우스에서 만났다.

- 예로부터 농사꾼들은 겨울철에는 신선이라고 편히 지내는데?
“우리 마을에는 아이라예. 그야말로 옛날이야기라예. 우리 마을사람들은 겨울이 더 바빠예. 추석 지낸 후부터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지예.”

- 참외농사력을 들려주십시오.
“11월 하순에 파종을 해서 요즘 한창 비닐하우스에다가 옮겨 심은 뒤 4월 중순에 수확할 예정이라예.”

비닐하우스 한 동의 길이가 자그마치 100m는 돼 보였다. 평균 한 동의 넓이가 200평으로 당신들은 자그마치 19개 동 3800평의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 유독 성주지방이 참외농사가 잘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성주지방의 기후가 비교적 따뜻한 편이고, 토질이 참외농사에 알맞기 때문이라예. 그라고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기술 축적이라예.”

성주 참외를 본받아 다른 지방에서도 참외농사를 짓고 있지만 참외의 당도나 색깔, 신선도에서 아직은 이곳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신의 참외농사 이력은 30년이 넘는다고 했다.

▲ 농사꾼 부부가 침외모종에 덮어줄 비닐을 펼치고 있다
ⓒ 박도
-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농자재 값이 해마다 참외 값보다 더 오르는 거라예. 올해 비닐 값은 지난해보다 30%는 더 올랐다 아입니까”

- 지난해 농가 수입은?
“5000만원 정도 되었는데 농자재 값 지(제)하고 나면 순 수입은 얼마 되지 않을 거라예. 우리 식구 인건비 정도일 겁니다.”

이곳 사람들은 하루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기에 대부분 직업병을 앓는다고 한다. 관절염과 기관지병으로 대구시내 병원의 관절염 환자 가운데 태반은 성주 사람이라고 할 만큼 골병드는 농사라고 했다.

- 참외농사 보람을 말씀해 주십시오.
“힘은 마이(많이) 들어도 샛노란 열매를 딸 때는 얼매나 기분 좋은지 모릅니다. 그 놈들이 제대로 시세를 받을 때는 아주 기분 좋지예.”

▲ 한 동이 200평이나 되는 비닐하우스, 길이가 100미터나 될 듯하다
ⓒ 박도
당신들은 농사만 지으면 유통은 농협에서 다 해결해 준다고 했다. 최근에는 자동개폐기 시설이 되어서(정부보조 50%) 더 과학적인 영농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태 가격안정이 되지 않아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늘 불안하다고 했다.

대담 내내 이들 부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힘은 들지만 ‘수확의 기쁨’을 말하는 이들에게서 순박한 농사꾼의 어진 마음을 읽었다. 이제 곧 비닐하우스에 모종을 옮겨 심을 거라는데 굳이 모종 장에는 가지 않았다.

찬 날씨에 참외모종이 감기라도 든다면, 외지사람이 병충해라도 옮긴다면 이들 부부의 일년 농사는 망치기 때문이었다.

“올 봄 참외 날 때 꼭 오이소. 맛 보여드리지예.”
“예. 꼭 오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게 인사 같아서 빈말 같은 말을 드리고, 이들 착한 부부가 '땀을 흘린 만큼의 기쁨'을 얻기 빌면서 그곳을 떠났다.

▲ 새해 아침 햇살에 눈부신 성주 참외단지의 비닐하우스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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