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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다. 동네친구들 5명이 송년회 겸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밥을 다 먹고 커피 한 잔씩 앞에 갖다 놓고 있는데 어디선가 온 전화를 받은 한 친구가 “나 3시에 나가야 해. 딸하고 만나기로 했거든” 한다.

“밥 먹자마자 간다는 타령이네. 그런데 무슨 급한 전화야?”
“응, 사실은 오늘 며느리 생일이거든. 아침에 미역국 끊여놓고 전화했더니 자는지 전화를 안 받기에 얼른 끊었어. 자는데 계속 전화 붙들고 있으면 싫어하잖아.”

몇몇 친구들은 입을 모아 그에게“넌, 며느리한테 참 잘한다. 요즘은 며느리한테도 그렇게 해줘야 해. 우스개 소리로 반찬을 해서 갖다 줘도 경비실에 맡기고 가는 시어머니가 인기가 있다잖아”하며 웃었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도 한마디 한다. 그는 한 달 후면 며느리를 맞이한다.

그는 예비 며느리가 어제 놀러왔는데 친구들 모임에 나오느라 그 며느리를 집에 혼자 놔두고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 애가 들어오면 딸처럼 하고 싶어. 난 딸이 없어서 딸하고 엄마하고 잘 지내는 사람들 보면 많이 부러웠거든”한다.

나는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고 싶어 한다는 그 친구의 말을 아무생각 없이 듣고 있다가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신혼인 듯한 젊은 며느리가 올린 글이 생각났다.

난 그 기사를 읽고 나서 기회가 되면 그 글 내용을 친구들에게 꼭 말해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딸과 아들이 모두 있는 나는 그 기사 내용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이기도 했고 친구들한테 그런 말을 해주면 많은 참고가 될 거란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그 기사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어느 새댁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읽었는데 우리들이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할게. 대부분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맞이하기 전에는 집안에 큰일이 있어도 손님을 초대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다 며느리를 맞이하면 먼 친척까지 다 불러서 그때부터 며느리를 무슨 파출부 부리듯 한다는 거지.

(중략) 그 며느리의 의견은 며느리도 시집오기 전에는 분명 그 집에 귀한 딸이었으니깐 사위처럼 대해 달라는 거야. 말만 딸처럼 생각하는 것도 싫다는 거지. 왜냐하면 진짜 딸처럼 생각하면 그 딸이 늦게 일어나든지, 밖에서 늦게 들어오든지, 부엌일을 안 해도 엄마들은 그 딸한테 뭐라고 안 하잖아. 하지만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한다면서도 막상 며느리들이 그렇게 하면 곱게 안 봐준다는 거지.

정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어. 솔직히 내 경우만 봐도 사위가 온다고 하면 조금은 조심스럽거든.”

그 말을 듣고 있던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한다.

“그 말, 진짜 맞는 말이다. 우리 시어머니도 옛날에 그랬거든. 며느리도 없는데 생일은 무슨 생일 했거든."

다시 내가 말했다.

“그러니깐 내 생각은 지금은 옛날 같지 않으니깐 며느리도 사위처럼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래야 오랫동안 고부 간 갈등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거지.”

진지하게 우리들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자 그 친구가 먼저 일어섰다. 남은 얘기를 좀더 하다가 우리들도 헤어졌다. 그날 며느리 선물 때문에 일찍 자리를 뜬 친구를 어제 마트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며느리 생일 때 어떻게 해주었나 생각이 나서 물어봤다.

그날 딸과 시장에서 만나 며느리한테 줄 청바지를 사고, 케이크도 사서 조촐한 생일 파티를 해주었다고 한다.

“며느리 엄청 좋아했겠다.”
“그럼,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지. 그리고 진담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며느리는 평소에도 친정 엄마보다 내가 더 좋다고 하더라구.”

조금은 멋쩍은 듯이 그가 말했다. 그 며느리가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니가 더 좋다고 했다는 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난 그에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지내면 되겠다. 보기 참 좋다”하곤 헤어졌다. 우리들이 만난 그날 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 놓은 것이 생각났다.

“사람들이 날 보고 며느리 보면 시집살이 좀 시킬 것 같다고 하거든. 너희들이 보기엔 어떠니?” 하며 묻는다. 평소 그 친구는 우리가 보기에도 조금은 깐깐해 보였다. “솔직히 말해도 돼?” 하며 한 친구가 그에게 되물었다. “그럼 솔직히 말해봐. 그래야 나도 고칠 거 있으면 고치지”한다. 그곳에 모인 몇몇 친구들은 “그래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보여. 그런데 너는 딸이 없어서 딸 있는 부모 마음을 몰라서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했다.

그런 말을 한두 번 듣는 것이 아니라는 그는 “나도 걱정이야. 만약 내가 시집살이 시키는 것 같으면 니네들이 나 좀 말려 줘라. 그러지 말라고”하고 말하는데 오히려 그 말에 여유가 묻어났다. 그곳에 모인 친구들은 “그래 그러지 뭐”하며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벌써부터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시집살이를 안 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여러 걱정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열린 마음과 열린 귀가 있는 친구들이 난 좋다. 또 며느리 생일을 차려주는 후덕한 친구가 있어 참 좋다. 그래서 난 그런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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