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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어딘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29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어딘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9일 오후 1시 45분경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의해 국가보안법 기습 상정이 시도되던 순간. 그 시각 한나라당 의원들은 1시 30분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2회의장으로 하나둘 입장하고 있었다.

정족수가 차지 않아 의총 시간이 늦춰지던 중 국회 법사위 상황을 보고 받은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법사위에서 뭔가 하려는가 봅니다, 의원 여러분 올라갑시다"라고 주문. 이에 김덕룡-남경필 원내대표단, 주성영 의원 등 법사위원 30여명이 황급히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김영선 의원은 "덩치 큰 분들이 호위를 좀 하면 안될까요?"라고 말해 다급함을 드러냈다.

절반 가량의 의원들이 빠져나간 뒤 의원총회장은 썰렁해졌고, 남은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한담을 나누었다. 의원들은 최근 4대법안 등 주요 쟁점법안의 처리를 놓고 벌어지는 파행과 공방에 피로감을 드러냈다.

여야 대치국면이 못내 답답한 듯 이재오 의원은 지도부를 겨냥 "대책을 세워야지, 매일 이게 뭐야, 제대로 좀 해라"라고 말을 던졌다. 이에 한 비주류 재선의원이 "당신이 좀 나가라"라고 말을 받으니, 이재오 의원은 "백수가 뭘 나가"라고 응수했다.

다시 이 의원은 멀찌감치 앉아 있는 이한구 정책위의장을 향해 "어떻게 좀 해봐요"라고 발언. 이에 이한구 의장은 "백수라도 의견 내면 되지, 백수면 뭐…"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3선의 안상수 의원은 여당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15, 16대에도 살벌하진 했지만 싸울 때 싸워도 쉬어가면서 했다. 그런데 지금은 치열하게 장난 노는 여당이야. 쉬게를 안하잖아. 지독한 여당이다. 여당안에 탈레반 강경파가 많아서…."

안 의원의 말을 듣고 있던 이계경 의원은 웃으며 "초선의원이 많아서…"라고 말하며 거들었다.

"지금은 치열하게 장난 노는 여당이야"

1시 55분경 박근혜 대표가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박 대표는 들어오자마자 언론관계법을 다루고 있는 문광위 소속의 심재철, 박형준, 정종복 의원들과 즉석에서 '스탠딩 회의'하며 뭔가 심각하게 논의했다.

의원들 사이를 오고가던 중 임태희 의원은 "4자회담이 속개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파토인데, 이러고 어떻게 다시 만나나"라며 걱정과 답답함을 토로했다.

2시께 법사위로 올라간 김영선 의원이 회의장에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의원들을 향해 "갑시다, 사람들이 모자라니까 올라갑시다"라고 흥분된 어조로 소리쳤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뒷자리에 앉아 있던 정두언 의원은 냉소적인 어조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주변에 앉은 의원들과 농을 주고받았다.

"작은구멍(법사위)에서 막느냐 큰구멍(본회의)에서 막느냐 아닙니까?"(정두언)
"전격적으로 국보법을 상정했다고 하더라."(김무성)
"어제 운영위는 어땠어요? 누가 제일 저지해."(정두언)
"저지를 못하더라. 박영선이 남경필이 면전에 대고 잔머리 굴리지 말라고 퍼붓는데…."(김무성)
"맞는 소리했네."(정두언)
"아주 전투적인 여당이 등장했어. 저질스러워서 말을 하기가 싫어. 저질화, 폭력화, 코미디화."(안상수)
"대통령 수준하고 국회 수준하고 비슷하지."(정두언)

이에 아랑곳 않고 박근혜 대표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과거사법과 관련한 듯 유기준, 이인기 의원과 둘러서서 뭔가를 매우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한편 2시 45분경 법사위 상황이 종료되자,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것을 종용하며 "여당같지 않은 여당, 집권세력같지 않은 집권세력과 상대하느라 얼마나 피로한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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