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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식 전농 의장.
문경식 전농 의장. ⓒ 강이종행
'국민적 합의 없는 쌀시장 개방협상 무효'를 주장하며 전국에서 차량 5천여대, 1만여명의 농민이 상경시위에 나선 가운데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열흘째 청와대 앞 신교동 노상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20일 오후 3시 농성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난 문 의장은 "정부에서 연내 협상 처리 계획을 취소하고 대화에 나설 때까지 투쟁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전남 보성군 농민회 소속으로 30여 년째 쌀농사와 낙농을 해오고 있는 문 의장은 이마에 T자로 져있는 주름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 주름에는 그동안 농민으로서의 희노애락이 고스란이 담겨 있었으리.

문 의장은 서울 곳곳에서 이날 차량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 서울시민들에게 교통체증을 안겨 미안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민에게는 죄송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쌀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안보이고 주권이다. 우리는 그동안 시민께 불편을 드리지 않고 합법적으로 투쟁하려고 노력했지만 정부는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농업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시민들도 안전한 먹거리를 향유할 수 있다. 조금만 참아달라."

"서울시민께 죄송... 하지만 쌀은 농민만의 문제 아닌 안보이자 주권"

왜 농민들의 분노가 커졌고 상경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대책에 들어갔을까.

"정부는 올해 안에 쌀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는 지난 3월부터 농민들 의견을 묻는 찬반투표를 거쳤고 7월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냈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대통령과의 TV토론 및 국민 찬반투표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

전농은 지난 9월 10일, 전국 91개 지역에서 20여만명의 농민이 모여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전국 40여군데 2만여평의 논을 갈아엎었다.

반응이 없자 지난달 13일에는 2만여명의 농민들이 서울역에 모였다. 그리고 이달 1일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13일까지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문 의장은 "이런 과정에도 정부나 청와대의 반응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문 의장은 "정부는 쌀수입 의무수입물량을 8%로 우선 개방하고 순차적으로 10%에서 30%까지 늘리겠다는 것인데, 우리 농민으로선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 의장은 "오히려 정부는 이런 협상결과를 잘 했다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관세화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였는데 관세화보다 못한 결과가 나온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전농측 입장이다.

"관세화보다 못한 협상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

문 의장은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농업개방이 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은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노 대통령은 허심탄회하게 토론에 나서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농민과의 조속한 대화를 주문했다.

만약 정부가 농민들의 요구대로 TV토론과 국민투표를 수용한다면 농민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까. 문 의장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국민투표 실시 이전에 TV토론 등을 통해 충분히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다면 쌀시장 개방협상이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나서도 국민들의 결정이 국익을 위해 쌀시장을 개방하자면 우리는 수긍할 것이다. 다만 그 피해는 국민 모두 함께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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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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